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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이 LG의 오만을 꺾다"

하나로통신 주총서 LG 대참패, LG 쇼크상태

지난 97년 이후 국내 2위 재벌 LG그룹이 집요하게 추구해온 통신산업그룹 전략이 21일 하나로통신 인수 좌절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골리앗 LG그룹의 대참패**

국내 2위 초고속인터넷사업체 하나로통신을 인수해 유무선을 묶은 통신서비스산업에 진출, 통신3강이 되겠다는 LG의 야심을 좌절시킨 상대는 다름아닌 하나로통신 소액주주들이었다.

LG그룹은 하나로통신의 1대 주주(18.3% 지분)이지만 하나로통신이 주도한 11억 달러 규모의 뉴브리지-AIG외자유치안이 통과되면 뉴브리지가 39.6%의 지분을 갖는 지배주주가 된다는 점에서, 이 외자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그동안 치열한 선전전을 펼치며 21일 임시주총에서 표대결에 나섰다.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싸움을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비교하며 과연 성서상의 기적이 일어날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LG의 대참패였다. 참석 주식(87.7%) 가운데 무려 75% 이상이 찬성 표(전체지분 중 63.8%)를 던져 뉴브리지-AIG 외자안이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것이다. 이에 반해 LG쪽에 줄은 선 반대 표는 전체 발행 주식의 20.53%에 불과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고개를 들 수 없는 엄청난 표차의 LG의 대참패였다.

***소액주주의 대반란, 외국계도 LG 외면**

11억 달러 중 5억 달러는 액면가 5천원짜리 신주를 3천2백원이라는 액면가 이하 발행으로 유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외자안은 임시주총에서 전체 주식 3분의 1 이상 참석, 참석 주식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했다.

LG는 당초 외자안 부결을 자신했었다. 일반적으로 임시주총은 소액주주의 관심밖이어서 참석률이 40%선에 불과하다. 때문에 온세통신, 두산중공업 등 우호지분까지 합쳐 20%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LG그룹이 반대하면 임시주총에서 외자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LG는 반드시 자신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그러나 1천6백명의 하나로통신 임직원들은 "LG그룹이 내놓은 새로운 투자안은 오직 뉴브리지 외자안을 부결시키고 하나로통신을 헐값에 인수하려는 음모"라고 규정하고 소액주주 모집운동으로 승부를 걸었다.

지난달 30일부터 하나로통신은 직원 1인당 2백명의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는 전략을 펼친 결과, 주총 개최 열흘전에 2만주 이하의 소액주주 33% 중 15%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종명 하나로통신 부사장은 21일 외자유치안 통과후"임시주총 아침에 우리가 '꿈의 수치'로 잡은 25%를 넘어 26% 이상의 소액주주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뉴브리지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2대 주주 삼성(8.5%)와 3대 주주 SK(5.5%)외에 주요주주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아 온 대우증권(4.3%) 등 법인주주를 포함해 총 지분의 63% 이상을 끌어모으는 저력을 과시한 것이다.

여기에는 노조의 신뢰를 받아온 윤창번 사장이 비밀리에 여러 차례 해외에 출장 가 10.6%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 중 연락이 닿은 6% 가량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는 활약도 컸다. 외국인 지분 중에 반대표를 던진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가 이처럼 LG에 등을 돌린 데에는 "LG는 경영권 유지에만 관심이 있을뿐 회사정상화를 위한 비전은 뚜렷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블룸버그통신등 외신의 부정적 보도도 큰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은 주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액주주들이 위임장을 통한 대리표결(Proxy Fight)을 통해 주주로서의 소임을 다해 투자한 회사의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것이 이번 주총의 큰 의미"라고 모든 공을 소액주주들에게 돌렸다. 이날 투표에서 소액주주로부터 1%에 불과한 지지를 얻은 LG는 뉴브리지 외자안이 통과됨으로써 지분 10.69%를 가진 2대 주주로 전락했다.

이날 주총이 열린 하나로통신 사옥에는 "약속대로 정홍식 LG그룹 통신총괄 사장은 사퇴하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LG의 유상증자에 실패할 경우 그룹의 통신사업 철수를 건의 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던 정홍식 LG그룹통신 총괄 사장을 겨냥한 것이다.

***LG 통신산업 전략 좌절 위기**

주총에서 참패한 LG그룹은 그러나"위임장 진위 여부와 주총 진행의 공정성 및 적법성과 관련해 문제가 있어 이미 법원에 제출한 증거보전신청 결과 등을 토대로 주총 무효확인소송 등 법률적 대응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주총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LG그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이제 LG는 그동안 진행해 왔던 통신사업전략을 재정비해 유무선 통합서비스, 방송.통신의 융합 서비스 등 새로운 '종합정보통신사업'에 중점을 두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통신사업 철수 가능성을 일단 배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업계에서는 LG그룹이 펼쳐나갈 통신산업의 앞날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일부 통신전문가들은 LG그룹이 인수했던 데이콤이 2조원의 부채에 허덕이는 부실기업이고, 우량기업인 파워콤(통신망 사업자)마저 4천억원의 인수 잔금 마련을 위해 데이콤망을 4천억원 이상을 받고 파워콤에 넘기려는 거래로 파워콤의 부실화가 우려되는 한편 LG텔레콤 역시 후발무선사업자로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따라서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LG가 신규사업권을 획득하는 등 큰 변수가 없는 이상 LG그룹이 보유한 통신업체들이 오히려 LG의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 전문가들은 지난 8월5일 LG의 유상증자 안이 주총에서 부결될 때만 해도 불과 2% 지분 차이였으나 이번 21일 주총에서 50% 이상의 차이로 패배했다는 것은 통신산업에 대한 LG그룹의 전문성이나 그룹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를 노정한 것으로 보며 LG의 향후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주총을 지켜본 한 증권전문가는 "이번 LG의 참패는 소액주주들을 도외시한 경영을 해온 과거 재벌그룹의 오만이 초래한 결과"라며 "LG는 물론 다른 재벌그룹들도 소액주주의 파워가 회사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인지하고 이에 부응하는 경영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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