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LG그룹의 '벼량끝 전술'로 하나로통신이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26일 만기인 1천2백억원의 신주인수권부 사채(BW) 상환을 위해 추진됐던 2천억원 규모의 무보증 전환사채(CB)발행이 최대주주 LG의 거부로 22일 무산된 것이다.
하나로통신은 이에 따라 26일까지 BW상환을 위해 같은 규모의 기업어음(CP)발행을 추진키로 했다. 기업어음은 3개월내에 갚아야 하는 초단기 자금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LG는 "CP발행에 참여할지 안할지는 논의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LG그룹의 이같은 행태는 '못 먹는 감 찔러보기'가 아니냐는 재계 안팎의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LG의 '못 먹는 감 찔러보기'**
지난 19일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 주요주주들이 CB발행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2일 LG의 반대에 따른 CB발행 무산에 대해 LG는 "하나로통신 경영권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안에 다른 주주들이 합의해주는 것을 전제로 했던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때문에 통신업계에서는 "LG가 하나로통신 경영권을 무리하게 인수하려다가 실패하자 최대주주로서 하나로통신 자체를 법정관리로 몰아넣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LG가 이처럼 하나로통신 유동성 위기에 최대주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지난 19일 이사회 직후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하나로통신 문제는 주주들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며 정통부는 개입하지 않겠다"면서도 "국가 신인도를 생각하면 하나로통신은 외자유치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LG 대신 하나로통신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한 '반발'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LG는 그동안 정통부 차관 출신을 정보통신총괄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정부 지원사격을 기대하고 유상증자안을 밀어부쳤으나, 유상증자 실패에 이어 진대제 장관 발언까지 나오면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셈이다.
LG는 지난 7월 4억5천만 달러의 외자유치를 이사회에서 "외국계 자본에 신주를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국부유출"이라고 반대해 외자유치를 무산시킨 뒤 5천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해 경영권을 장악하려 했었다. 그러나 지난 8월5일 임시주총에서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2, 3대 주주들이 "LG의 유상증자안은 외자유치안보다 더 헐값"이라면서 반대해 경영권 인수에 실패했다.
LG는 당시 하나로통신을 인수 못하면 통신업에서 철수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해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사기도 했고, 하나로통신 인수에 대한 전경련의 비협조를 이유로 '전경련 탈퇴' 가능성도 언급해 재계의 눈총을 사기도 했었다.
***하나로통신, LG 과욕 때문에 풍전등화의 위기**
LG가 CB발행을 거부한 이면에는 1천2백억원 정도의 자금을 투입했다가 경영권 인수에 실패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그룹 내부의 책임공방도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경영진의 '보신주의'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LG는 CP 매입에도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통부는 하나로통신이 유동성 위기 끝에 법정관리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LG가 CP 발행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게 1천억원 정도의 CP매입을 해줄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은 오는 10월까지 상환이 예정된 차입금만 1천8백억원에 달해 신규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빚을 갚기에 급급한 처지여서, 근본적 대책 없이는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질 위기에 몰리고 있다.
헐값으로 하나로통신을 삼키려는 LG의 과욕이 한 기업을 벼랑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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