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북쪽 국경에 다리 두 개가 놓였다. 두만강의 북·러 자동차 다리는 9월 7일 큰 배가 지날 수 없는 높이로 개통됐고, 압록강의 신압록강대교는 완공 12년 만에 개통을 앞두고 있다.
신압록강대교는 중국이 북한에 내미는 당근이자 단기 과제이고, 두만강 출로는 중국 자신의 필요가 걸린 장기 과제다. 중국은 물길이 막힌 동쪽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항구로 가는 육로를 넓히며 때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서쪽 문은 열되 동쪽 길목은 쥐고 있고, 러시아는 다리로 막으면서 대화의 문은 열어 두었다. 우리에게는 두 다리를 한묶음으로 보고 10년 단위의 대응을 준비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9월 7일 북한 나선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두만강 자동차 다리가 개통됐다. 길이 약 1킬로미터, 왕복 2차로이고 착공 16개월 만이다. 높이는 옛 철교와 다르지 않다. 러시아와 북한은 제원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일간지 <베도모스티>는 2026년 9월 8일 자 분석 기사에서 사진으로 보면 8~10미터를 넘지 않는다고 썼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7~9미터로 추정한다.
일본 <도요게이자이 온라인>은 6월 17일 자 기고문에서 중국이 수면에서 20미터 이상 높이로 지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썼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중국으로서는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의 팡촨(防川)에서 동해까지 남은 15킬로미터의 물길 위에 걸림돌이 하나 더 놓였다.
서쪽 압록강에서는 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단둥(丹東)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는 길이 3,026미터, 왕복 4차로다. 중국이 건설비 22억 2천만 위안을 모두 대 2014년 완공했지만 12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
올해 들어 북한 쪽 세관과 연결도로 공사가 끝났고 9월 20일부터 화물차가 시험 통행을 시작했다. 북·중 수교 77주년인 10월 6일 개통식은 열리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10월 6일 단둥발 현장 기사에서 그날 차량 20여 대가 다리 위를 오가다 중국 쪽으로 돌아갔다고 전했고, 개통식은 10월 중순의 여러 날짜가 거론되고 있다.
두 다리는 성격이 다르다. 신압록강대교는 중국이 돈을 대고 북한이 문을 여는 다리다. 중국에는 북한을 끌어당기는 당근이고, 결단만 있으면 당장 열 수 있는 단기 과제다. 두만강 출로는 중국이 필요해서 구하는 길이고, 북한과 러시아가 함께 동의해야 열리는 장기 과제다. 두 다리를 한 묶음으로 놓고 보면 중국의 의도와 북한·러시아의 대응이 잘 짚어진다.
신압록강대교는 두만강 다리보다 세 배 길고 차로도 두 배이며, 북·중 교역의 대부분이 오가는 단둥–신의주 축에 있다. 두만강 다리는 하루 300대가 설계 한도인 작은 다리지만 팡촨과 바다 사이 15킬로미터의 물길을 가로지른다. 물동량으로 보면 서쪽 다리가, 지정학으로 보면 동쪽 다리가 더 무겁다. 동쪽 다리 둘레의 훈춘 통상구와 자루비노·블라디보스토크·나진 같은 항구는 막힌 물길을 대신하는 중국의 우회로다.
중국의 해외 항만 진출은 비슷한 순서를 밟아 왔다. 파키스탄 과다르항은 중국 국유기업이 운영권을 얻은 상업 항구로 출발했고, 지부티에는 2017년 중국군의 첫 해외 기지가 들어섰다. 캄보디아가 가장 최근의 사례다.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약 80억 달러를 캄보디아에 투자했고 대부분이 시아누크빌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범죄가 늘자 두 나라는 법집행 협력 사무소를 두었다.
2019년 7월 <월스트리트저널>이 시아누크빌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레암 해군기지를 중국군이 30년간 쓰기로 했다고 보도했을 때 캄보디아는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의 2025년 4월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자금으로 기지 확장이 시작됐고, 2024년에는 중국 군함 두 척이 몇 달씩 머물렀으며, 2025년 4월 중국·캄보디아 합동 군수·훈련센터가 문을 열었다. 투자가 먼저 들어가고, 치안 협력이 뒤따르고, 군이 마지막에 들어갔다.
동해에서는 이 과정이 아직 첫 단계에 있다. 중국 해군은 대한해협 같은 좁은 해협을 지나야만 동해에 들어올 수 있고 머물 항구가 없다. 동해에 발판이 생기면 중국은 일본 열도와 오키나와, 대만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을 바깥에서 뚫는 대신 안쪽에서 압박할 수 있다.
미 해군연구소(USNI) 뉴스(2025년 8월)와 <알자지라>(2026년 7월) 보도를 종합하면 중·러 해군은 2012년부터 연합훈련 '해상연합'을 거의 해마다 열어 왔고, 2021년부터는 훈련 뒤 합동 순찰을 정례화했다. 2025년 훈련은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에서 열렸고 순찰은 동해에서 출발했다.
북한을 보는 중국의 셈법도 달라졌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와 보니 린 등은 2026년 8월 6일 발표한 분석 논평 <오랜 친구, 새로운 계산: 북·중 관계의 재설정>에서, 6월 평양 북·중 정상회담 발표문이 군사 분야 교류를 처음으로 명시했고 두 나라 국방장관이 1992년 이후 처음 만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중국의 동기 가운데 하나로 대만 유사시를 꼽았다. 미군이 한반도에 발이 묶이면 중국이 유리해지므로 북한의 전력을 키워 줄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합훈련은 아직 없고, 이는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다. 2013년 2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고 썼다가 당 기관지에서 밀려난 덩위원(鄧聿文)이 2026년 5월 미국 <포린폴리시> 기고에서는 정반대로 중국에는 북한이 필요하다고 쓴 것도 이런 변화를 보여 준다.
개통이 12년이나 늦어진 데는 두 나라의 셈법이 달랐던 사정이 있다. CSIS의 북한 전문 사이트 '비욘드 패러렐'은 2025년 12월 위성사진 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의 재정난과 자재 부족, 코로나19를 이유로 들면서 2023년 10월 중국이 북한 쪽 세관 건설비까지 대기로 했다고 전했다.
통일연구원 정은이 북한연구실장은 2026년 10월 2일 발간한 보고서 ‘신압록강대교, 언제 개통될 것인가’에서 다리의 위치를 둘러싼 북·중 간의 이견에 주목했다. 중국은 단둥 신도시와 이어지는 하류를 원했고, 북한은 물류가 신의주를 스쳐 평양으로 직행해 신의주가 통과 지점으로 전락할 것을 걱정했다. 북한은 남신의주 개발로 받아들일 채비를 갖춘 뒤에야 문을 열기로 했다. 미룬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쥘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신압록강대교가 지금 열리는 또 다른 이유는 러시아다. 러시아과학원 게오르기 톨로라야 수석연구원은 10월 8일 자 <베도모스티> 인터뷰에서 "중국인들은 우리의 급속한 밀착을 분명히 질투한다"고 말했다. 북·러 다리가 먼저 열리자 중국은 서둘렀고, 북한은 그 조바심을 협상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통 날짜는 미·중 일정과도 얽혀 있다. 11월 18~19일 중국 선전(深圳)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국가정보원은 9월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이를 전후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50% 정도로 봤다. 개통을 그 무렵의 외교 무대에 맞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은 물동량을 크게 바꿀 것이다. 지금 북·중 교역의 약 70%는 1943년에 놓인 조·중우의교 한 곳을 지난다. 이 다리는 차로가 하나뿐이어서 번갈아 다녀야 하고 20톤이 넘는 차는 건널 수 없다.
북·중 교역은 2025년 27억 달러로, CSIS의 2026년 8월 논평에 따르면 제재 강화 이전인 2017년의 절반 수준이고, 중국 해관총서 집계로 올해 1~8월은 19억 7천만 달러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0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단둥-신의주 축 통로를 통해 오가는 금액은 20억 달러 안팎이다. 4차로인 신압록강대교가 열리면 대형 컨테이너 차량과 중장비가 다닐 수 있다.
경상국립대 박종철 교수는 7월 <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에서 물동량이 몇 배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의 6월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트럭을 세관 구역 창고까지만 들이고 자국 트럭으로 옮겨 싣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실제 증가 폭은 북한에 달려 있다.
군사적 의미도 따져 봐야 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13년 6월 연례 보고서에서 2012년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이 중국에서 목재 운반용으로 수입한 대형 트럭을 개조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20톤 중량 제한이 사라진 새 다리가 개통되면 이러한 대형 차량과 장비의 운송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CSIS의 8월 논평은 앞으로 지켜볼 조치로 북한의 중·러 연합훈련 참가, 방공과 무인기 분야의 중국 지원, 이중용도 부품 공급을 꼽았다.
중국의 두만강 출로를 막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 극동연방대 아르툠 루킨 교수 등은 2024년 8월 러시아 외교 전문지 <러시아 인 글로벌 어페어스>에 실은 분석 글에서 물길이 열리면 흘수 1.5미터인 중국의 022형 미사일 고속정 같은 작은 군함이 드나들 수 있고 대함미사일로 동해의 3분의 1가량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하코다테대 야스키 신이치로(安木新一郎) 교수는 2026년 9월 14일 자 <JB프레스> 기고문에서 러시아가 2012년 중국 국경을 따라 하산 지구의 3분의 2를 국립공원으로 묶은 것도 중국인의 토지 취득을 막는 장치였다고 풀이했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다리 개통 3주 뒤인 9월 26일 정부 명령(제2676-р호)으로 중국·북한과 함께 두만강의 수심과 폭을 재는 공동 조사를 승인하고 외무부에 각서 교환을 지시했다. 조사는 북한이 답해야 시작된다.
하지만 중국은 그 사이 차항출해의 길을 넓히고 있다. 지린성 당위원회가 2025년 11월 채택한 '15차 5개년 계획 건의'에는 두만강 출해라는 말이 없다. 대신 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는 '차항출해(借港出海)'를 실속 있게 추진한다고 적었다.
지린성 정부의 2026년 5월 21일 기자회견과 중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새 훈춘 도로 통상구는 연간 화물 처리 능력을 60만 톤에서 200만 톤으로, 훈춘 철도 통상구는 환적 능력을 80만 톤에서 350만 톤으로, 나중에는 600만 톤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린성 집계로 올해 상반기 이 철도 통상구의 화물은 149만 톤으로 18.5% 늘었다. 이 철도의 끝에 러시아 항구가 있다.
중국은 2023년 6월부터 지린성 화물이 블라디보스토크항을 거쳐 중국 남부로 가는 것을 국내 운송으로 인정했다. 안드레이 니키틴 러시아 교통부 장관이 9월 8일 <타스> 인터뷰에서 밝힌 바로는 러·중 항만 사이의 해상 물동량은 2025년 1억 9,675만 톤이었고 올해 상반기에 19.2% 더 늘었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극동 항만 능력을 6,300만 톤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북한 쪽에서는 나진항이 배후 항구 구실을 한다. 나진항은 부두 3개, 연간 처리 능력 300만 톤의 부동항이고 훈춘의 취안허(圈河) 통상구에서 48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위성 분석 기업 SI 애널리틱스는 2026년 10월 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산 석탄을 중국으로 실어 내는 나진항 3번 부두의 수출이 올해 5월 재개됐다고 분석했다.
새 두만강 다리도 러시아 교통부 발표 기준으로 하루 차량 300대와 2,850명이 오갈 수 있다. 러시아 하산 지구 행정수장 이반 스테파노프는 7월 관영 <로시스카야 가제타> 인터뷰에서 훈춘이 바로 맞은편이어서 중국 화물도 결국 이 다리를 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얻는 것은 통행권이 아니라 이용권이지만, 물동량이 쌓이면 발언권도 커진다.
북한은 서쪽과 동쪽 접경을 다르게 다룬다. 나선 관광은 러시아인에게 허용되고, 훈춘에서 들어가는 중국인 단체 관광은 2025년 2월 2주 동안 열렸다가 닫힌 뒤 그대로다.
나진은 북한 해군의 항구이기도 하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의 8월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5천 톤급 구축함 강건호가 나선에 머물고 있었고 북한은 동해안 문천에서 대형 함정용 기지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통행권은 한번 내주면 되돌리기 어렵지만 항구 이용은 언제든 조일 수 있다. 북한은 되돌릴 수 있는 것만 내준다.
러시아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다리로는 물길을 막고 공동 조사로는 대화를 이어 간다. 항구를 빌려주면 통과 수입이 남지만 물길이 열리면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홋카가 화물을 잃기 때문이다.
이 균형이 이어지려면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러시아가 북한의 병력과 탄약을 필요로 하고, 북한이 러시아에서 얻을 것이 있으며, 러시아가 중국에 맞설 여력이 있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러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정도가 줄고, 전쟁이 길어지면 러시아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진다. 어느 쪽이든 시간은 중국 편으로 보인다. CSIS의 8월 논평은 북·러 고위급 교류가 북·중 교류를 크게 앞서는 지금의 상황이 역사적으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례적인 것은 오래가기 어렵다.
중국이 동해에 발판을 얻으면 일본은 등 뒤에서 위협을 맞게 되고, 미국은 대만 유사시 주일·주한 전력을 나눠 써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서두르고 있고, 9월 24~25일 미·중 정상회담 뒤 백악관이 내놓은 설명 자료(팩트시트)에서는 비핵화 공동 목표라는 표현이 빠졌다. 북·미 대화가 중국의 중재에 기댈수록 북한이 동쪽 길목에서 중국에 내줄 것도 늘어난다.
한국의 대응은 길게 보아야 한다. 첫째, 두 다리를 한 묶음으로 지켜봐야 한다.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형식과 참석 인사, 두만강 공동 조사의 각서 교환, 취안허 통상구의 여객 재개, 나진항 3번 부두의 물동량이 지표다. 둘째, 새 통로의 군사 전용을 살펴야 한다. 대형 차량과 이중용도 물자의 이동, 북·중 군사 교류의 수준, 중국 함정의 북한 동해 항구 기항 여부를 미국·일본과 함께 추적하고, 나진항을 거치는 화물이 안보리 제재의 예외 범위를 넘는지도 따져야 한다.
셋째, 북한에 북쪽이 아닌 선택지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한국에는 2014~2015년 러시아산 석탄을 나진항에서 포항 등으로 세 차례 실어 온 나진·하산 시범 운송의 경험이 있다. 대화가 열리는 국면에서 이런 물류 협력은 북한에 내밀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이 된다.
두만강 교량의 높이는 낮췄지만, 중국의 동해 출해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서쪽에서는 다리를 열어 북한을 끌어당기고, 동쪽에서는 항구로 가는 육로를 넓히며 물길의 조사를 준비한다. 길목을 쥔 쪽은 여전히 북한이다. 그 길목이 언제까지 닫혀 있을지는 러시아의 사정과 북한의 선택지에 달려 있고, 선택지를 넓히는 일은 한국이 지금부터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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