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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름 값 급등 우크라 탓으로 돌리나…"젤렌스키, 러 경유 시설 공격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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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름 값 급등 우크라 탓으로 돌리나…"젤렌스키, 러 경유 시설 공격 말라"

선거 앞 미 경유 소비자가 사상 최고치 기록하자 화살 돌려…WSJ "거대한 정치적 변명이자 전략적 잘못" 비판

미국과 이스라엘 폭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촉발한 유가 급등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경유 시설을 공격하지 말라며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렸다. 러시아와 이란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가운데 전략적으로도 잘못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이하 현지시간) 골프 대회 관람을 위해 아일랜드 서부를 방문해 취재진에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는 한 가지를 해야 한다. 그는 러시아 내 경유 시설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목표물은 상관없지만 경유는 안된다. 그가 경유 부족 사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탓이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탓"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린 젤렌스키에 관련해 이야기했다. 수많은 다른 목표물이 있다. 경유 시설을 공격하지 말라. 그건 세계를 해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도 취재진에 상당량의 경유가 러시아에서 오는데 "러시아 시설이 우크라이나에 공격 당하고 있다"며 "젤렌스키는 경유 시설, 정제소를 타격하지 말아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달간 러시아 자금줄 차단, 전쟁에 대한 러 국민 지지 약화 등을 노리고 러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왔다. 러시아는 전쟁 초반부터 특히 난방 연료가 필요한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해 왔다.

미 경유값 사상 최고치…미 유권자 45% "트럼프 반대 위해 투표할 것"

중간선거를 50일 가량 앞두고 이란전에서 빠져 나올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사상 최고 경유 가격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엉뚱한 대상을 탓하며 조급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는 2월28일 이란전 발발 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올해 내내 불안정했고 대부분 기간 전쟁 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에서 경유 소비자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3일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1갤런(3.8리터)당 6.204달러(약 8342원)로 사상 최고치다. 한 해 전 평균가인 갤런당 3.7달러(4978원)에 비해 70% 가까이 올랐다. 한 해 전(갤런당 3.18달러) 대비 36% 가량 오른 휘발유 가격(13일 기준 갤런당 4.31달러)보다 상승폭이 훨씬 크다. 휘발유 값 최고가 기록은 우크라전 발발 직후인 2022년 6월14일 갤런당 5.0165달러(6742원)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 중인 가운데 높은 기름값에 유권자들이 불만을 표하며 미 공화당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대부분 여론조사가 중간선거에서 하원 민주당 승리를 전망 중이다.

지난 8~11일 미국 성인 2460명에 실시돼 13일 공개된 CBS-유고브 여론조사에서 오늘 하원 선거가 열리면 어느 당 후보에 투표할 거냐는 질문에 응답자 54%가 민주당, 46%가 공화당을 택했다. 응답자 45%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기 위해 중간선거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위해 참여한다는 응답자는 28%에 불과했다. 나머지 27%는 투표 동기가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 없다고 답했다.

10일 발표된 미 퀴니피악대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 49%가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길 바랐고 38%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길 바랐다.

후티, 홍해 주요 섬 장악…사우디 송유관 재개 못할 땐 세계 원유 공급 4% 감소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이 선거 뒤에 끝날 거라고 인정했고 전선이 홍해로 오히려 확장되며 유가가 안정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란 지원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주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출을 막는다는 구실로 홍해 남쪽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항구도시 모카에 이어 해협 내부 페림섬까지 장악했다.

주말엔 원유를 홍해로 실어나르는 사우디 육상 송유관까지 이란 지원 무장 세력이 활동하는 이라크 쪽에서 날아 온 무인기(드론) 공습 뒤 작동을 멈췄다. <로이터> 통신은 사우디가 며칠 내 송유관 가동을 재개하지 못하면 세계 원유 공급이 4% 감소할 수 있다고 사우디 원유 구매업체 및 거래업체들이 우려 중이라고 전했다. 송유관 복구에 길면 5~6주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사우디 수출에 정통한 업계 소식통들은 통신에 사우디의 홍해 원유 수출항인 얀부에 5~7일치 재고 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이란전 발발 뒤 호르무즈 해협 우회를 위해 육상 송유관을 통해 하루 400만배럴 가량의 원유를 홍해 얀부항으로 실어 날랐다. 다만 7월 후티 반군의 사우디 홍해 봉쇄 선언 뒤 지난달 사우디 원유 수출량은 하루 320만배럴로 13년 만에 최처지로 떨어졌다고 지난주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AP> 통신은 14일 예멘 정부 및 후티 반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후티 반군이 홍해 남부 하니시 제도의 큰 하니시섬과 작은 하니시섬도 장악했다고 전했다.

이란·아랍국 호르무즈 해협 관련 회의도 연기

14일로 예정됐던 이란과 아랍국들 간 회의가 연기되며 호르무즈 해협 관련 역내 합의 도출 길도 멀어졌다. <AP>를 보면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13일 "합의 도출을 위해" 회의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선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및 항로에 대한 오만과 이란의 합의안이 제시될 예정이었는데 사우디가 다른 걸프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합의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걸프국 당국자가 통신에 설명했다.

14일 오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선물 11월 인도분 가격은 장중 배럴당 108.65달러까지 뛰었다. 전 거래일 배럴당 104.61달러에 거래를 마쳤던 것에 비해 거의 4% 급등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 가격을 분명히 우려하고 있지만 이란과 후티 반군이 중동의 원유 생산 및 운송 시설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탓하는 것은 거대한 정치적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은 "러시아와 이란이 각자의 분쟁에서 서로를 돕고 있는 가운데 이는 전략적으로도 잘못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두 전쟁을 별개 문제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럴 때마다 러시아 및 이란 적대 세력들은 행운의 미소를 짓는다"고 비판했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일랜드 둔베그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골프장에서 골프대회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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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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