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격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미 공화당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까지 이란 전쟁이 끝나지도, 유가가 내려가지도 않을 거라고 인정했다. 대통령 핵심 참모들이 이란전이 임기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텍사스주 댈러스로 출발하기 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름값 관련 취재진 질문을 받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2달러(약 2685원·리터당 707원) 밑으로 떨어지겠지만 중간선거 전엔 아닐 것"이라며 "중간선거보다 약간 더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9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22달러(5667원·리터당 1491원)로, 갤런당 3달러를 밑돌았던 이란전 발발 전보다 크게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 이란 전쟁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그는 "이 전쟁은 선거 직후 끝날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이란)이 그 이상 버틸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28일 전쟁 개시 땐 4~6주면 끝날 걸로 내다봤고 장기화된 이후에도 곧 끝날 거라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협상 재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그걸 추구하고 있지 않다"며 "협상이 가능할 순 있지만 그걸 우리가 모색 중인 건 아니고 전쟁은 우리 선거가 끝나면 즉시 끝날 것"이라고 답했다.
WSJ "밴스·루비오 등 트럼프 임기 넘어 이란전 지속 우려"
트럼프 대통령 핵심 참모들이 이란 전쟁이 3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JD 밴스 미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고위 참모들이 이란이 봉쇄 및 군사 작전을 포함한 미국의 압박에 계속 저항할 수 있어 전쟁이 2029년 1월 새 대통령 취임식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을 가능성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논의했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주 취재진에 이란전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인위적 시간표"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문은 당국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자주 이란전을 빠르게 종식시키고 싶다고 사적으로 얘기하지만 장기적 경제 봉쇄 또한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 가을 세 번째 해병원정대가 중동 배치 준비 중이며 미 국방부가 일부 방공부대 배치 기간을 정확한 종료 시점 없이 연장할 계획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 부소장 수잔 말로니는 "미군 해상봉쇄는 단기적은 물론 중기적으로도 결정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이 수단을 현실적으로 사용하려면 장기적 봉쇄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말로니는 이란의 걸프국 경제 및 에너지 공격 탓에 그러한 작전이 성공할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공방 재점화 뒤 호르무즈 원유 운송량 8분의 1로 감소 추정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말 재개한 공방이 격화하고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지원 예멘 후티 반군,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충돌도 전면전 수준으로 번지며 유가는 7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선물 11월 인도분 가격은 9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날보다 3.29달러(3.36%) 오른 배럴당 101.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면 에너지 컨설팅사 리스타드에너지 지정학 분석 책임자 호르헤 레온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량이 "대폭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8월 마지막 주엔 하루에 원유 800만배럴 가량이 해협을 통과했지만 최근 긴장 고조로 이번 주 운송량은 1백만 배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선언으로 원유 수출 물량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거 홍해로 돌린 사우디의 수출량도 급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운분석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사우디 원유 수출량이 하루 320만배럴로 떨어져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예멘 인근 홍해 남쪽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사우디 화물선은 두 척에 불과했다고 한다.
전황은 진정될 기미가 없다. 미 CBS 방송은 이란이 미군의 자국 유조선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9일 단행한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 공습으로 미군 항공기 여러 대가 피해를 입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A-10 선더볼트 공격기 한 대의 날개가 떨어져 나갔고 F-15 8대는 경미한 손상을 입었지만 작전에 복귀했다고 한다. 앞서 요르단은 자국 방공망이 이란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고 사상자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접전지 후보 전당대회 불참에 "자리 없어서"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유가가 가라앉을 전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공화당은 이례적으로 중간선거를 위한 전당대회를 개막했지만 이틀 일정 중 첫날인 9일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당대회가 열린 댈러스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 상층부 좌석의 상당 부분이 비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센터엔 2만 명가량 수용이 가능하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 한 시간 전 안내원들이 참석자들에게 대통령이 보게 될 거라며 무대 바로 옆 빈 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 중인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이틀 연속 예정돼 있는 가운데 격전지 공화당 후보자 일부는 참석을 회피했다. <뉴욕타임스>는 참석한 대부분의 접전지 후보들도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당대회 참석 전 취재진에 일부 공화당 의원 불참은 "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내가 투표지에 있는 것처럼 생각해 달라"며 공화당 지지를 촉구하고 양원 승리 땐 "모든 성인에게 5000달러(671만원)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하며 조급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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