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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예멘 충돌 동시 격화…중동, 장기전으로 돌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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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예멘 충돌 동시 격화…중동, 장기전으로 돌입하나

미·이란 '강대강' 보복 고조…예멘선 '전쟁 재개' 수준 분쟁 격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 공방이 격화하고 홍해에서 이란 지원 예멘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충돌이 심화하며 중동이 다시 전화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8일(이하 현지시간) 지난 이틀간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미 해군 함정에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이란 유조선 5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오만만에서 혁명수비대 소속 유조선 '카비즈', '차르미나르', '호라이즌 1', '리에스코'를, 이란 석유수출기지 하르그섬 인근에서 '데르야'를 공격했고, 공격 전 승조원들에 대피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는 앞선 이란의 미 해군 함정 공격은 실패해 함정이 순찰 임무를 계속하고 있으며 미군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곧바로 역내 미군기지 공격으로 대응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반관영 <타스님> 통신 등을 보면 9일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요르단 알아즈라크 공군기지의 전투기 격납고, 정비 시설 등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해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AP> 통신을 보면 요르단군은 자국 방공망이 탄도미사일 18기를 요격했고 나머지 2기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떨어져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에 더해 이 지역에서 순항미사일과 통합 함정대공방어체계인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미군 구축함 DDG-119 및 DDG-53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해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또 페르시아만에서 미국 선박 2척 및 유조선 8척, 이란이 주장하는 호르무즈 해협 금지구역을 통과하려던 선박 10척에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8일엔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서 미국의 첨단 무인 수중정(UUV) '다이브 LD'를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 수중정은 기뢰 제거, 해저 지형 측량, 정보 수집 등에 이용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미 국방부 대변인은 해역을 정찰 중이던 해당 수중정은 "구형 모델"로 "하루 이상 전에 오작동"을 일으켰고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으며 기밀로 분류된 수중음파탐지기나 레이더 장비도 탑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혁명수비대는 같은 날 미군의 이란 유조선 공격 대응으로 쿠웨이트와 바레인 인근 항구 유조선 선원들에 즉시 대피할 것을 경고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재점화한 호르무즈 해협을 둔 미·이란 무력 충돌이 점입가경으로 격화하고 있다. 이전 공방에서 미군은 주로 호르무즈 해협 주변 혁명수비대 목표물을 공격하고 이란을 향하는 유조선을 회항시켜 왔지만, 최근 공방에선 '눈에는 눈' 방식을 취해 이란 유조선을 직접 공격하며 위협 수준을 높였다. 이전에 주로 역내 미군기지를 향한 보복에 치중했던 이란도 미군 함정을 향한 직접 공격에 나서며 해협 내 군사 긴장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선임분석가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이란의 반복적 미군 함정 공격 시도 및 미군기지를 향한 미사일의 양과 질이 모두 향상된 점에서 "점진적 긴장 고조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니 시트리노비츠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중동 담당 선임연구원도 소셜미디어에서 "이 정도 규모 미사일을 여러 장소로 발사하는 건 이란이 작전 능력을 재건했음을 시사한다"며 "이란의 전략적 목표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의 '유조선엔 유조선' 전략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하고 군사적 압박으로는 억지력이 회복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압박은 항복이 아닌 긴장 고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전이 예멘 내전 재점화 기여…장기전 우려"

홍해 인근에선 예멘 내전에 다시 불이 붙으려 하고 있다. <로이터>를 보면 8일 후티 반군이 사우디 남부 아브하, 하미스무샤이트, 가잔, 나즈란 등을 공격해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73명이 다쳤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성명을 내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해 일부 에너지 시설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고 밝혔다.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지상전도 격화 중이다.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과 싸워 온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적대적 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미 CNN 방송은 사우디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보복을 계획 중이며 이를 동맹국들에 알렸다고 전했다. 프랑스 방송 프랑스24는 후티 반군 쪽 매체를 인용해 9일 사우디가 예멘 남부 및 서부 마리브, 알자우프, 타이즈, 호데이다 등에 32차례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예멘 사나 국제공항 공습 뒤 후티 반군이 홍해 남쪽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사우디 선박에 대한 봉쇄를 선언하며 무력 충돌이 재점화했다. 예멘 정부군은 자신들이 공항 공습을 수행했다고 밝혔지만 후티 반군은 사우디를 배후로 지목했다.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이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 막고 있는 이란과 조율된 움직임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수에즈 운하와 통해 세계 공급망의 핵심 경로 중 하나이자 사우디 원유의 호르무즈 해협 우회로인 홍해 위험 증가는 에너지 공급망 압박을 핵심 영향력으로 삼고 있는 이란에 유리한 결과를 안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8일 남미 순방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후티 반군은 여러 면에서 이란의 대리인"이라며 "이 일의 배후엔 분명히 이란의 손길이 닿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이란전이 예멘 분쟁에 재발에 불을 붙였다고 보면서도, 이 분쟁이 자체 동력을 갖고 있는 탓에 이란전 종료 여부과 관계 없이 장기전으로 끌려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우디 정치 분석가 칼레드 바타르피는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립은 예멘의 전략적 가치를 바꿨다"며 "후티 반군은 더 이상 예멘 내전의 틀 안에서만 운신하지 않으며 예멘 전장을 홍해 안보 및 국제 해운, 역내 에너지 기반시설과 연계할 의지와 능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위험자문업체 바샤리포트 설립자 모하메드 알바샤는 알자지라에 예멘 정부군의 후티 반군을 몰아내고 예멘 전체를 장악하려 시도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후티 반군이 쉽게 항복하지 않을 거라며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우디를 비롯해 중동 주요 산유국의 해상 수출로 차단 위험이 커지며 유가는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선물 11월 인도분 가격은 9일 오전 장중 배럴당 100.19달러까지 올랐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 조치도 취했다. 미 재무부는 8일 이란에 대한 '경제적 추방 작전'의 일환으로 이란 민간 항공사 27곳 등 36개 제재 대상을 발표했다. 이란 마한항공이 제3국을 통해 미국산 보잉 B-777 항공기를 인수할 수 있도록 중개하거나 마한항공에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한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업체 등도 제재 목록에 올랐다.

▲9일(현지시간) 요르단 계곡 이스라엘 쪽에서 본 요르단 방공망이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이란혁명수비대(IRGC) 운영 매체가 공개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혁명수비대가 나포했다고 주장하는 미국 무인수중정(UUN)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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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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