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6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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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라! 답하리니.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18>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정신은 어떤 뜻에서 겁에 질린 영혼에 의해 갈팡질팡한다. 특히 젊은 영혼과 정신은 겁이 아니라 불신으로 인해 늘 동요한다. 의심이다. 그러나 의심에도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여우의 의심(狐疑)'이요 둘은 '의심하는 어두운 귀신(疑心
김지하 시인
만리 밖 고향 생각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17>
중도 고향이 있나? 절집은 타관인가? 외로운 촛불 앞에 앉을 때마다 만리 밖에 두고 온 고향 생각이 나느니 아! 그 고향 곧 마음 속 절이라! 이미 중도 세간도 아예 없느니!
새 본다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16>
기인 감옥 살던 그 옛날 옛적에 한 시가 쓰여졌으니 ‘안팎’이다.새 속에서 묶인 내가 나르는 새 본다노을로 타는 새 나 본다핏발로 타는 내 눈 속에서 노을로 타는 나르는 묶인 새 본다내가 끝끝내 나팔소리 울리면 스러져 갈 새.
첫눈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15>
쌍계사 중이 앉았던 첫눈 위에 중그림자 찍혀있다.‘몸’첫눈을 맞으며 중이 깨우친 것은 바로 ‘몸’이었으니 희미한 달빛 아래 터덕터덕 화개장터로 내려간다.장바닥에 비단 깔아 민중이 밟고 가도록 자기 몸 높이겠다고, 높이겠다고 염불하며 내려간다.첫눈첫눈을 본 사람
아니, 이럴 수가?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14>
그림 넣기아니,이럴 수가?이럴 수가 있는가?나는, 그렇다, 내가 가장 즐기는 시 중의 시가 큰 스님 진묵(震黙)의 저 유명한 게송(偈頌) 중 앞 두 구절.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요 삼으며 산을 베개로 삼아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는 술잔을 삼아’(天衾地席山爲
이력서 수백장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13>
실제로, 취직을 위해 이력서 백여장을 써본 사람이 내 주변에 실제로 있다.어찌 보면 이 사회의 가장 큰 현실문제는 청년실업(靑年失業)이다. 사회적 희망과 사회적 에너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옛날 자린고비는 굴비를 허공에 매달아놓고 밥 한 숟갈에 한번씩 굴비를 쳐다보
관음 대신 벌레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12>
‘관음 대신 벌레’는 도처에 쌓였다.도처에 쌓여봤자 소용없다.관음을 부르는데 벌레가 답하는 한은 아무 소용없다.언젠가 일본의 나라(奈良)에서 물병을 든 백제관음상을 본 적이 있다.키가 크고 구부정한 마른 관음이었는데 물병이 아무래도 술병 같이 보였다.왜 그랬을까
술, 하늘이냐 땅이냐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11>
나이 들어서도 저녁에 술 한 잔 걸칠 수 있는 사람은 복이 많은 사람이다.나이 들어서도 술 한 잔 핑계로 하늘을 땅이라고 우기고 땅을 하늘이라고 고집 세우며 ‘허허’ ‘허허’ 해대는 사람들은 참으로 억울할 것이 없는 삶이다.나는 예전에 술을 많이 했다.술을 마신 게
한 하늘에 해와 달이 함께 떴으니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10>
한꺼번에 해가 둘씩이나 뜨는 것, 한 하늘에 해와 달이 함께 뜨는 것을 옛부터 ‘천괴(天怪)’라고 했다.낮이 가고 밤이 오며 밤이 가고 낮이 오듯이 해가 떴다 지고 나서 달이 또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또 떠오르는 것이 평화다. 그러나 우리는 이 평화를 잃어버렸다.낮이 밤
밥이 똥이요 똥이 곧 밥이다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9>
많은 시인들이 생태시, 환경시, 생명시를 쓴다. 그들의 시에 대한 이론이나 생각은 대체로 불교쪽이다.불교의 어떤 내용들이 그들의 관심사인가?‘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어렵다.쉽게 말하면 ‘밥이 똥이요 똥이 곧 밥이다’가 된다.이것도 어려운가?당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