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봄까지(題字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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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 대신 벌레’는 도처에 쌓였다.
도처에 쌓여봤자 소용없다.
관음을 부르는데 벌레가 답하는 한은 아무 소용없다.
언젠가 일본의 나라(奈良)에서 물병을 든 백제관음상을 본 적이 있다.
키가 크고 구부정한 마른 관음이었는데 물병이 아무래도 술병 같이 보였다.
왜 그랬을까?
머리 뒤에 살아 꿈틀대는 타오르는 불광(佛光) 때문이다. 그래서 축축 늘어진 옷자락이 모두 산 것 같았다.
산 것은 본디 벌레처럼 보인다.
꿈틀대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음은 생명이요 물병은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매 관음을 부르는데 벌레가 답하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는 말한다.
이제 관음 같은 건 없고 벌레만이라도 대답한다면 빈 병에 술이 넘칠 것이다.
술이 없다면 물이라도!
나의 옛 시 한 구절,
외롭구나
무슨
벌레라도 한 마리
나를 물어라
너무 외롭구나
외롭다.
‘외로움’이란 질병의 학명(學名)이 영어로는 'INSECT', 바로 ‘벌레’라고 누군가 내게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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