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봄까지(題字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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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해가 둘씩이나 뜨는 것, 한 하늘에 해와 달이 함께 뜨는 것을 옛부터 ‘천괴(天怪)’라고 했다.
낮이 가고 밤이 오며 밤이 가고 낮이 오듯이 해가 떴다 지고 나서 달이 또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또 떠오르는 것이 평화다. 그러나 우리는 이 평화를 잃어버렸다.
낮이 밤 같고 밤이 낮 같은가 하면 한 하늘에 해와 달이 나란히 뜨는 괴변 속에서 항상 놀란 마음,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삼국유사>는 이런 때에 반드시 시인의 노래가 있었다고 전한다. 월명사(月明師) 융천사(融天師)의 향가(鄕歌)가 그런 것들이다.
지금 이 시절에도 그런 노래가 아쉽다.
그러나 어찌 옛날의 그 우주를 움직였던 향가 수준이기를 바라겠느냐!
기껏해야 저물기 전에, 해는 막 지고 있는데 흰 달이 떠있거나 새벽녘에 흰 달이 아직 남았는데 시뻘건 동이 트거나 그런 정도, 그런 엷은 평화나마 바라는 노래이겠지!
그러매 지금 우리를 지배하는 심리적 고통의 몸체인 ‘그림자’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노래가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도리어 행복한 세대라는 증거일런지도 모른다. 명백히 명백히 한 하늘에 해와 달이 함께 뜨는 이 ‘천괴’ 속에서 말이다.
라희덕 시인의 ‘그림자는 어디로 갔을까’란 시의 마지막 연이다.
어둠 속에 우두커니 앉아
그림자를 기다린다
그가 나를 오래 기다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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