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봄까지(題字 넣기)
그림 넣기
아니,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있는가?
나는, 그렇다, 내가 가장 즐기는 시 중의 시가 큰 스님 진묵(震黙)의 저 유명한 게송(偈頌) 중 앞 두 구절.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요 삼으며 산을 베개로 삼아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는 술잔을 삼아’
(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그 다음은 ‘크게 취해 일어나 춤을 추며 긴 손매를 내뻗으니 곤륜산에 가서 걸린다’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럴 수가?
효순이 미선이를 위해 기도하는 저 숱한 촛불, 촛불들이 그 무렵 밤하늘에 뜬 미미한 쪼각달 위에 가 터억하니 겹치는 것이 아닌가!
달 속에 계수나무와 토끼가 아니라 하늘을 향해 두 어린 영혼의 명복을 위해 기도하는 바로 저 숱한 촛불들이 켜져 있는 것이 아닌가.
감상(感傷)이 아니다.
달은 동양의 전통적 우주과학에서 어쩌면 해보다도 더욱 우주 변화에 깊이 관여한다. 그래서 정역(正易)은 우주핵을 ‘하늘 중심의 달(天心月)’이라, 존재핵을 ‘임금 중심의 달(皇中月)’이란 상징으로까지 표현한다. 바로 이 우주핵, 즉 하느님의 마음인 ‘천심월’의 그 달에 두 억울한 어린 넋들에 대한 지극한 슬픔인 촛불이 저 영적인 기도, 바로 그 ‘흰 그늘’이 가 닿았으니,
아니 이럴 수가!
우주 변화의 달력(曆)이 다름아닌 지구 인간의 변화인 역사(歷)요 또 그것이 곧 다름아닌 우주생명 변화의 학인 역학(易)인지라,
내가 촛불에서, 그 날의 달에서 문득 생명학, 우주생명학의 참된 조짐을 발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촛불은 그러매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예감이다.
후천개벽 : 인류문명사 전체의 대전환기, 인류 근현대사의 격변과 혼돈과 새로운 시대의 예감을 총칭한 것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