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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이종석 친중·친북이라 한미관계 악화? 진짜 '친북·친중'은 트럼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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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이종석 친중·친북이라 한미관계 악화? 진짜 '친북·친중'은 트럼프다

[정욱식칼럼] 전 세계가 미국과 '거리두기' 하고 있는 이유부터 살펴봐야

한미관계, 문제가 많다. 그렇다면 그 주된 책임이 보수적인 야당과 언론이 맹폭을 가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 원장에게 있을까? 더 나아가 언론에서 프레임으로 정한 것처럼 미국이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을 불편해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주된 원인은 미국의 '부당한 청구'에 있다. 자유무역협정을 무시하고 관세 폭탄을 던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조금 낮춰주는 대신에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를 요구했다. 힘든 협상 끝에 우리 정부는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그 조건은 '상업적 합리성'에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합의 사항을 저버리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한국을 거칠게 몰아붙인다.

호르무즈 파병 요구는 어떤가? 미국은 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을 시작해놓고 뜻대로 풀리지 않자 동맹국을 압박해왔다. 이러한 미국의 요구에 동조한 나라는 없다. 우리 정부도 고심 끝에 전쟁 지역 파병은 거부했다.

이 두 가지, 즉 대미 투자와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입장은 정 장관이나 이 원장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대응이자 결정이다. 미국의 부당한 청구에 최대한 버티기에 들어간 이재명 정부의 대응을 놓고, 이를 마치 두 사람 잘못인 냥 몰아가는 것 자체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큰 틀에서 보자면, 오늘날 미국은 거의 모든 동맹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관계는 '대서양 동맹의 종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험악하다.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우방 중의 우방'이었던 미국-캐나다와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미일동맹 역시 대중국 전략을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믿었던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과의 관계에 큰 비중을 두자, 다카이치 정권이 대중 관계 회복을 타진할 정도이다.

중동의 여러 동맹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미국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멀쩡한 동맹 관계가 없을 정도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책임은 '약탈적 제국'으로 변모한 미국에 있다.

기실 다른 동맹 관계와 비교하면 한미동맹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여러 가지 갈등 요인은 있지만,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나 한미동맹 해체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보수 야당과 언론은 한미동맹에만 중대한 위기에 처한 것처럼 '착시 현상'을 유도한다.

특히 보수 진영이 이재명 정부를 가리켜 '친북·친중·친러'라고 비난하는 대목에선 실소를 자아내게 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남북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대중 및 대러 관계에 있어서도 이재명 정부가 관계 개선 노력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라는 점이다. 이러한 진단은 해당국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내 상당수 전문가도 지적하는 바이다.

이에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 안정화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상호 방문에 이어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때 방중 약속 및 마이애미 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주석 초청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또 10월 9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다량의 러시아 경유를 공급받는 방안에 합의해 대러 경제제재에 큰 구멍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5월 15일(현지시간) 베이징 중난하이에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친북'으로 따지면 트럼프 대통령만한 인물도 없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선(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칭하면서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잘 지내는 것을 좋은 일'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하순 APEC 참석을 위해 방한했을 때에는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고, 올해 8월에는 느닷없이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해 연합훈련을 반토막 냈다. 모두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정동영 장관은 트럼프의 염원인 조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페이스 메이커' 역할에 누구보다도 충실한 인물이다. 또 조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의 물꼬를 트고자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충실한 참모이다. 정 장관이 마치 반미적이고 정부 입장과 불협화음을 내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뜻이다.

물론 정 장관도 비판의 성역일 수는 없다. 이미 널리 알려진 '구성 우라늄 농축 시설 의혹'을 장관 신분으로 언급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할 수 있다. 우리 장병 3명이 부상당한 '지뢰 사고'를 두고 "북한의 고의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자국의 싱크탱크와 외신이 이미 언급한 바 있는 '구성 발언'을 이유로 6개월 넘게 일부 대북 정보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 조선의 국경화 작업이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우리 국방부의 입장과는 달리, 미국이 '실소유주'인 유엔사가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 지뢰 사고의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정 장관의 정책 방향과 언행을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남북대화가 단절된 지 8년 가까이 지나고 있고, 남북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로 고착화될 위기에 처한 오늘날, 조금은 앞서 나가고자 하는 참모가 정부 내에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닐까? 트럼프가 조미정상회담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만큼, 이는 자주적이면서도 친미적인 행보는 아닐까?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근 <자주국방의 가성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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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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