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15일 11시 00분
홈
오피니언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문화
Books
전국
스페셜
협동조합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3場> 女子와 男子
<김정환의 '읽는 영화' - 임옥상 그림> 전태일에 대한 명상
암흑. 음악은 다시 마렝 마레. 그렇게 음악이 암흑을 새기면, 12개 두룸으로 묶인, 삶은 계란들과, 튀김 통닭 반쪽 짜리들. 줄어들면, 교도소 사방 한 구석. 삶은 계란을 까거나 닭다리를 집어 들고 허겁지겁 먹어대는 여수감자들. 그 속에 그녀가 있다. 만삭이었다. 여교도
김정환 시인
2002.12.14 09:13: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2場> 죽음의 裏面
명동성당 입구는 하늘로 솟은 뾰족탑과 아래로 위풍당당한 교회당이 앞마당을 거느리다가 이내 경사진 계단을 내려와 시정--세속으로 치미를 푸는 모습이 늘 푸근하고 평화로웠다. 신자든 아니든 사람들은 그곳에서 그 평화의 품속으로 포근하게 안겨드는 느낌을 갖는다. 60
2002.12.13 08:56: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1場> 疾走
--제가 야근할 때는 밥 좀 챙겨드세요. 그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어. --응, 그래야지. --누가 또 잡혀갔던데... --알아. 시간이 조금 지났다. 둘은 개다리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상 위엔 김치와 콩나물, 그리고 소고기 구운 것 몇 점이 놓여 있었다. 남자가 밥에다
2002.12.11 08:53: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0場> 유토피의 監獄
--그래, 씨팔. 끄윽. 굵직하고 막 되먹은, 술 취한 사내 소리다. 어둠 새겨지면 밤거리 포장마차. 손님 둘과 화자, 선배, 친구1. 손님 둘과 화자 일행과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다. 손님1은 작업복 차림에 자세가 많이 흐트러졌고, 그 옆에 앉아 손님2는 좀 얌전해 보이는, 와
2002.12.08 12:09: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9場> 만남
--그 후 태삼이를 우연히 만났다더라... 깡통을 차고... 킁, 하기사, 거지나, 구두닦이나... 킁. 그 뒤에 아버지도 만났고... 남대문 시장 과일점 앞에서 태일이 구두를 닦고 있다. 구두통 위에 백구두. 칼로 벤 듯 양복 바지 주름을 잡은 사내가 휘파람을 부는 둥 마는 둥,
2002.12.07 10:14: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8場> 家出
눈 덮여 새하얀, 그리고 머나먼 들판길. 보퉁이를 이고 떠나는 어머니. --서울 가 식모살이 돈이라도 부쳐야 애들이 살지. 배고파하는 건 차마 못 보겄드라. 근데...어두워진 들판, 그 위에 대보름달. 그것이 오곡밥으로 변하고, 작아지면. 태일의 작은 아버지 집. 태일과 동
2002.12.04 10:23: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7場> 學較
애인 얼굴 흩어지면서 흐린 전태일 상. 그 상이 흑백의 어머니 상으로 바뀌고, 흑백이 총천연색으로 물들면서 10년 정도 늙는다. 허름한 여관의 조금 넓은 방. 선배와 화자, 그리고 어머니가 앉은뱅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선배는 표 나지 않고 매우 세련된 양
2002.11.30 14:29: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6場> 家族
시장. 땅바닥에 흩어진 배추, 무우 우거지들. 그것을 줍는 아낙네들. 그들을 몽둥이로 쿡쿡 찌르는 경비원들. 그것을 피하며 우거지를 한 잎 두 잎씩 줍는, 수건을 머리에 두른 태일 어머니.1960년대 중앙시장이다. 카메라, 구석진 곳을 비추면, 가마니 깔린 곳. 거지 아이들
2002.11.27 18:36: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5場> 童謠를 위하여
선서대. 검은 법전. 법원의 상징인 무궁화. 법의 저울상. 재판정이다. 검사가 논고를 하고, 있었다. --본 피고인들은 공산주의 사상으로 투철하게 무장된 자들로서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가족 방청객들이 웅성대다가 급기야 누가 소리쳤다. 처음엔 그래도 여유가 있는 야
2002.11.26 10:39:0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4場> 그 사람
이제 그가 등장한다. 자신의 유년의 죽음과 청년의 죽음을 뚫고. 얼굴은 아직 희미하지만 분명 흑백이다. 막연한, 그러나 충격적인 기억들이, 흩어지려는 그의 프로필을 또한 필사적으로 추스린다. 그것은 속도와 갇힘의 기억이다. 속도가 팽배 할수록 갇힘이 좁아드는, 좁아
2002.11.22 09: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