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14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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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7場> 유토피의 監獄2
<김정환의 '읽는 영화' - 임옥상 그림> 전태일에 대한 명상
기록필름이 완연 흑백화되면서, 태일의 음성. --그렇게 재미있게 같이 듣던 전축의 째즈곡이 아무런 음향을 나타내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같이 이 상태로 같이 살 수는 없을까? 누님이 나의 아내가 되는 길은 없을까? 그 하얀 손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잡히면 나는 어
김정환 시인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6場> 先輩
우산이요, 우산. 지우산이요... 지하도입구에 우산 파는 여자. 정지 흑백으로 화하면서 앙칼진 여자 음성. 우산!... 국제극장 앞이다. 비가 오고 있다. 어린 태일이 지우산을 팔고 있다. 그가 한 걸음에 3층까지 올라간다. 3층은 당구장이다. 그 입구에, 계단 바로 위에 거드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5場> 머나먼 墜落
남자가 허둥지둥 내려오다가 후문에 이르러 옷매무새를 갖추고 가까스로 태연을 가장했다. 그 앞에 놓인 길은 멀고 막막했지만, 터벅터벅 대는 걸음걸이보다 정적이 더 무겁고 무서웠다. 차라리 나도 잡혀갈 것을... 남자는 거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이 길을 택한 터였다.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4場> 親舊
자네는? 행사 진행? 굿패 동원됐나?... 그렇게 좀 윽박지르듯 친구2에게 선배는 물었다. 물론, 친구2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예, 될 겁니다... 다른 거는?... 선배도 그가 느끼는지 아닌지 관심이 있는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친구2의 말은 좀 생뚱맞기까지 했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3場> 女子와 男子
암흑. 음악은 다시 마렝 마레. 그렇게 음악이 암흑을 새기면, 12개 두룸으로 묶인, 삶은 계란들과, 튀김 통닭 반쪽 짜리들. 줄어들면, 교도소 사방 한 구석. 삶은 계란을 까거나 닭다리를 집어 들고 허겁지겁 먹어대는 여수감자들. 그 속에 그녀가 있다. 만삭이었다. 여교도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2場> 죽음의 裏面
명동성당 입구는 하늘로 솟은 뾰족탑과 아래로 위풍당당한 교회당이 앞마당을 거느리다가 이내 경사진 계단을 내려와 시정--세속으로 치미를 푸는 모습이 늘 푸근하고 평화로웠다. 신자든 아니든 사람들은 그곳에서 그 평화의 품속으로 포근하게 안겨드는 느낌을 갖는다. 60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1場> 疾走
--제가 야근할 때는 밥 좀 챙겨드세요. 그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어. --응, 그래야지. --누가 또 잡혀갔던데... --알아. 시간이 조금 지났다. 둘은 개다리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상 위엔 김치와 콩나물, 그리고 소고기 구운 것 몇 점이 놓여 있었다. 남자가 밥에다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10場> 유토피의 監獄
--그래, 씨팔. 끄윽. 굵직하고 막 되먹은, 술 취한 사내 소리다. 어둠 새겨지면 밤거리 포장마차. 손님 둘과 화자, 선배, 친구1. 손님 둘과 화자 일행과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다. 손님1은 작업복 차림에 자세가 많이 흐트러졌고, 그 옆에 앉아 손님2는 좀 얌전해 보이는, 와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9場> 만남
--그 후 태삼이를 우연히 만났다더라... 깡통을 차고... 킁, 하기사, 거지나, 구두닦이나... 킁. 그 뒤에 아버지도 만났고... 남대문 시장 과일점 앞에서 태일이 구두를 닦고 있다. 구두통 위에 백구두. 칼로 벤 듯 양복 바지 주름을 잡은 사내가 휘파람을 부는 둥 마는 둥,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 -<8場> 家出
눈 덮여 새하얀, 그리고 머나먼 들판길. 보퉁이를 이고 떠나는 어머니. --서울 가 식모살이 돈이라도 부쳐야 애들이 살지. 배고파하는 건 차마 못 보겄드라. 근데...어두워진 들판, 그 위에 대보름달. 그것이 오곡밥으로 변하고, 작아지면. 태일의 작은 아버지 집. 태일과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