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두산중공업 노조원 분신자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두산중공업 노조원 분신자살

민노총, “가혹한 노동탄압이 빚어낸 참극”

장기파업 이후 구속과 정직으로 어려움을 겪다 복직한 두산중공업 노조원이 9일 회사의 전횡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해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00년 두산그룹이 인수한 이래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았던 대표적 쟁의사업장이었다.

노무현 후보 당선후 발생한 이번 사건은 향후 새 정부가 취할 노동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

9일 오전 6시30분경 경남 창원시 귀곡동 두산중공업 단조공장 냉각탑 옆에서 이 회사 보일러 공장 소속 배달호씨(50)가 분신한 시신을 이 회사 전기과 직원 김모씨가 발견, 신고했다.

배씨가 분신한 현장 옆에는 배씨 소유의 검은색 프린스 승용차가 발견됐으며 차량 속에서 배씨가 남긴 유서, 지갑, 가죽장갑 등이 발견됐다.

지난해 노조 대의원이던 배씨는 지난해 임단협 교섭위원으로 참여했으며 47일간에 걸친 장기파업으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2개월뒤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재판에 계류중이다.

고인은 또 지난해 9월18일 회사측으로부터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고 지난달 18일부터 다시 복직해 일해 왔으나, 지난해 장기파업으로 회사에 입힌 손실로 월급 50%와 부동산 등이 가압류된 상태다.

고인은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다. 해고자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해지고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로 시작하는 유서에서 "두산이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재산 가압류, 급여 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등. (이런) 악랄한 정책으로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사원의 고용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고 분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유서에서 “얼마 전 징계자들이 출근정지가 끝나고 현장에 복귀하였지만 무슨 재미로 생산에 열심히 하겠는가”라며 “6개월 이상 급여 받은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 없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고인은 또 "얼마 전 구속자 선고재판 어처구니 없이 실형 2년이라니. 두산은 사법부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자의 법이 아닌가"라며 구속노동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비판했다.

고인은 유서 말미에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 내가 먼저 평온한 하늘나라에서 지켜볼 것이다. 동지들이여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해 주길 바란다. 불쌍한 해고자들 꼭 복직 바란다'라고 적었다.

***창원 공장, 초긴장 상태**

배달호씨 분신 소식이 전해지자, 창원에 소재한 두산중공업은 사실상 업무마비 상태에 빠졌다. 노조원들은 이날 즉각 비상집회를 갖고 배달호씨 분신 장소를 보관하며 경찰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노조측과 경찰이 차량에 보관중이던 유서공개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현장에 도착한 유족이 참가한 가운데 공개됐다. 숨진 배씨의 부인 황모 씨는 현장에서 "남편글씨가 맞고 직접 작성한 유서가 맞다"며 오열했다.

배씨가 분신한 이 회사 단조공장 냉각탑 옆에는 여전히 시신이 현장에 보존된 상태이며 노조간부와 조합원 등 3백여명이 나서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창원 중부경찰서는 분신한 배씨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오후 창원 지법으로부터 부검을 위한 압수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노조의 저지로 집행을 못하고 있다.

경찰은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며 정상적인 영장집행을 계속 저지한다면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시신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분신한 현장에 대형 텐트 5동을 설치해 철야농성을 계속하며 구체적인 장례절차 등이 확정될 때까지 시신을 현장에 보존키로 했다. 노조는 이날 철야농성과 집회를 통해 향후 대처방안을 논의한 뒤 10일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강력 투쟁 방침**

한편 민주노총은 9일 두산중공업 노동자 분신자살과 관련, 성명을 내고 "이번 일은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을 헐값에 인수한뒤 줄곧 노조에 대한 강경탄압을 주도해온 박용성회장과 경영진의 가혹한 노동탄압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숨진 노동자는 지난해 파업으로 구속됐다가 출소한뒤 사측에 의해 재산과 임금이 가압류된 상태였고 정직 3개월의 징계까지 받았다"며 "정부는 사측의 노조탄압 실상에 대해 책임있는 진상조사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유덕상 위원장 직무대행 등 지도부를 현장에 긴급 파견, 금속노조 등과 연대해 강력한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전국금속노조 간부를 비롯해 이 회사 노조는 이날 조합원 8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긴급집회를 가졌으며 전국 순회강연으로 창원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도 직접 회사 노조를 방문해 유족 등을 위로했다.

다음은 숨진 배달호씨의 친필유서와 민주노총이 발표한 성명 전문.

***배달호씨 친필 유서**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다. 해고자 모습을 볼때 가슴이 뭉클해지고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두산이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말살 악랄한 정책으로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사원의 고용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 두산이 사택매각 식당하도급화 노동조합과 합의사항인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얼마전 징계자들이 출근정지가 끝나고 현장에 복귀하였지만 무슨재미로 생산에 열심히 하겠는가

이제 이틀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이상 급여 받은적이 없지만 이틀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 없을 것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 나는 매일같이 고민을 해본다. 두산의 노동조합 말살정책 분명히 드러나 있다. 얼마 전 구속자 선고재판 어처구니 없이 실형 2년이라니. 두산은 사법부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자의 법이 아닌가.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 내가먼저 평온한 하늘나라에서 지켜볼 것이다. 동지들이여 끝가지 투쟁해서 승리해주기 바란다. 불쌍한 해고자들 꼭 복직바란다.

나는 항상 우리 민주광장에서 지켜볼 것이다.
내가 없도라도 우리 가족 보살펴주기 바란다.
미안합니다.

***박용성 회장 퇴진, 특별근로감독 실시, 노동탄압 중단 강력 촉구한다**

1. 대한상의 박용성 회장이 총수로 있는 두산중공업에서 회사의 가혹한 노조탄압과 월급 부동산까지 압류하는 손해배상소송 가압류에 시달리던 노조원 배달호(50) 씨가 이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했다.

민주노총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이번 일이 공기업이던 한국중공업을 헐값으로 인수한 뒤 줄곧 대노조 강경탄압을 주도해온 박용성 회장과 경영진의 가혹한 노동탄압이 빚어낸 참극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 분신자살의 참극을 부른 두산중공업 노조탄압 실상에 대한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진상조사 △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 △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퇴진 △ 70여억의 손배가압류 철회 징계 철회 노조탄압 중단 등을 강력히 촉구한다.

민주노총은 오늘 중으로 유덕상 위원장 직무대행 등 지도부가 창원으로 직접 내려가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와 금속노조 지역 민주세력 등과 함께 종합 대응방향을 마련하고 모든 조직력을 동원해 강력 대응할 것이다.

2. 두산재벌은 2000년 한국중공업을 특혜의혹을 받아가며 헐값에 인수한 뒤부터 1천124명을 명예퇴직 등의 이름으로 내쫓고, 소사장제 도입을 강요하고, 2002년에는 합법적인 산별교섭을 끝내 거부하면서 단체협약 일방해지라는 사상초유의 강경조치와 노조간부 89명 징계 해고, 22명 고소고발과 구속, 총 78억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백화점식 노조탄압을 가해왔다. 분신자살한 배달호 노조원 또한 회사의 탄압으로 작년 파업과정에서 구속됐으며 월급과 재산을 모두 가압류 당해 극도의 심적 불안과 회사에 대한 분노에 차 있었다.

해고 구속 징계 등 전통 노동탄압에 이어 신종 노동탄압이라 불리는 사용주들의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는 지난 해 6월 말 현재 두산중공업 등 40여개 사업장 1천300억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되었다. 사용주들의 노조를 꺾기 위해 본인의 월급과 재산은 물론 부모와 일가친척 등 보증인의 재산까지 가압류하는 사상초유의 비인간적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리고 결국 한 사람의 노동자이자 가장인 노조원을 분신자살까지 몰고 간 것이다.

3. 이 모든 탄압은 '소신 발언하는 재계오너'로 알려진 대한상의 회장이자 두산중공업 총수 박용성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이다. 박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는 주5일제 반대 산별교섭 반대 등 이례적으로 재계를 대변해 대노동 강경발언과 정책을 줄기차게 쏟아내왔을 뿐 아니라, 자신이 총수로 있는 두산중공업에서 실제로 가공할 노조탄압을 실행에 옮겨온 실질 오너이다. 또한 노동부와 정부당국도 가공할 재벌의 백화점식 노조탄압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회사가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조간부를 차에 매달고 끌고 다녀도 방관하며 거꾸로 노조파업 진압을 위해 경찰병력 투입을 시도하는 등 사용주 편을 들어왔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박용성 회장 퇴진, 정부차원 진상조사,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노동탄압 중단 등을 위해 모든 조직력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

2003년 1월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