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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은 잘못된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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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은 잘못된 공약이다

[복지국가SOCIETY] '건보 하나로'로 보편 복지의 길을 열자

의료 보장 정책과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우리는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 지난 정부는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를 주창하며 대표적인 사회 서비스인 공적 의료 복지 영역마저 축소하려고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명분으로 국민적 요구였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고, 오히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축소해 버렸다. 그래서 민주정부 10년 동안 꾸준히 높아져 오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비율이 처음으로 낮아져 버렸다.

그것은 의료 공공성의 퇴행이었다. 의료 재정 분야의 공공성 축소와 더불어, 이명박 정부는 의료 공급 분야의 시장화 또는 민영화도 함께 추진하였다. 제주도가 그 시험대였고, 내국인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둘러싸고 찬반세력 간의 공방은 치열하였다. 사실, 영리병원 허용은 공적 의료 재정 체계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위축과 실손 민간 의료보험의 시장 확충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 싸움은 온 국민의 공적 의료 보장 문제를 놓고 벌인 일대격돌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의료 민영화 시도는 집권 기간 내내 노골적이고도 집요하게 추진되었다.

▲ 이명박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은 시민사회의 큰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뉴시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의료 보장 정책: 다르면서 같은 점

대선 공약과 대통령직인수위의 정책 방안을 놓고 보면, 박근혜 정부는 의료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즉,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높이겠다는 약속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의 한계가 너무나 뚜렷하여 시대적 요구에 올바르게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의료 보장 관련 부분을 살펴보자.

첫째,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OECD 30개 국가 중 27위, 특히 중증질환은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 비급여가 많아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심각 → 현재 75% 수준인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의 보장률(비급여 부문 포함)을 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로 확대함."

둘째, "현재 1년 동안의 총 본인부담 급여 대상 진료비가 건강보험료 하위 50% 계층은 200만 원, 중위 30% 계층은 300만 원, 상위 20% 계층은 4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한 본인부담 금액을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하고 있음. → 이것을 소득수준에 따라 10등급으로 구분, 즉 본인부담 상한제를 최하위 소득계층부터 50만 원, 다음은 100만 원, 이런 식으로 해서 최고 소득계층에서는 500만 원을 상한으로 정함."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의료 보장 분야 대선 공약은 중대한 결함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향상 정도도 결과적으로 매우 낮다. 가족 중 누구라도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대부분의 입원 질환에는 상당한 비용 부담이 따른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만을 약속하고 있다. 아무리 비용 부담이 큰 질환이라도 4대 중증질환에 포함되지 않으면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의료 보장 정책을 이렇게 질병 중심으로 몰아가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4대 중증질환과 비용 부담이 큰 다른 질환들을 차별해선 안 된다. 참여정부 당시 김근태 복지부 장관이 중증질환 중심의 보장성 확대 방안을 처음 도입할 때도 질병별 접근 전략에 대한 찬반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건강보험 보장성 확충 논리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초기 전략으로는 유효하다는 판단이 우세했기 때문에 당시 시민사회의 '암부터 무상 의료 운동'을 수용하여 제도화했던 것이다. 그래서 2011년 건강보험의 전체 보장률은 62%였지만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은 76%였다. 질병별 보장성의 격차가 매우 커진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의 질병별 격차를 허용해선 안 된다. 무슨 질병이든 간에 민생 불안의 원인이 되는 실질적인 비용 부담을 없애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4대 중증질환뿐만 아니라 모든 입원 질환에 대해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는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로 전환하고,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비,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를 급여화해야 한다. 그리고 연간 본인부담 상한을 100만 원으로 낮추어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러한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였다. 인수위 최종 보고서의 관련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4대 중증질환 급여화) 암, 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환자 부담이 큰 4대 중증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는 모두 건강보험 적용('16, 100%), 나머지 고부담 중증질환의 단계적 급여화하고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등을 통해 실질적 환자 부담 완화 대책 추진"

둘째, "(본인부담 상한제 개선) 현행 3단계인 상한제를 세분화(7단계)하되, 저소득층의 상한액은 낮추고(200만 원→120만 원), 고소득자는 상한액을 높이도록(400만 원→500만 원) 조정"

대통령직인수위의 발표 이후에도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 중심의 질병별 보장성 확충 전략을 여전히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수위의 본인부담 상한제 개선 방안도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 잘못된 정책 방향은 정권 초기 단계에서 빨리 수정해야 옳다. 모든 입원 질환에 대해 실질적인 보장성 강화 조치가 있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이 1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는 모든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의 급여로 전환하고,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비,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를 급여화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시종일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에 부정적이었고, 오히려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통해 민간 의료보험을 강화함으로써 공적 의료보장을 축소하려고 했다. 이에 비해, 박근혜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에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하지도 않고 있다. 이것은 두 정부 간의 다른 점이다. 하지만 같은 점도 있다. 이건 매우 중요한 공통점이다. 본질적으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의 획기적 강화를 통한 실질적 보편주의를 달성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실손 민간 의료보험의 지속적 시장 확장을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의 중요한 한계이다.

'잘못된' 의료 보장 공약의 한계를 뛰어넘길 간절히 바라는 이유

나는 박근혜 정부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나는 다수 국민의 뜻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은 63%인데,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약 20%포인트 뒤지는 수치이고, 그래서 우리나라의 건강보장 수준은 OECD 주요 30개 국가 중 27위에 머물고 있다. 우리 국민은 국민건강보험에 보편적으로 가입되어 있음에도 의료비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보장성 부족으로 의료 서비스 이용 시점에서 지불해야 할 본인부담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이 있음에도 자구책으로 대다수가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2009년 3월 발표한 '2009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81.4%, 20세 이상 성인의 69.8%가 질병보장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보험회사에 납부하는 민간 의료보험료도 월평균 10만 원을 넘는다. 이는 2008년도 국민건강보험 1인당 월평균 자가 부담 건강보험료 3만2000원의 3-4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국가의 공적 의료 보장으로 의료비의 대부분이 해결되므로 민간 의료보험에 별도로 가입할 필요가 없고, 가계의 이중부담과 소득계층 간 의료 이용의 형평성 문제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의료보장 분야의 정책적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의료 서비스 이용 시점에서 온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없애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적 의료비 조달장치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OECD 국가들 평균 수준에 도달하도록 우리도 국민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내면 된다. 그래서 '저부담-저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의 국민건강보험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중산층과 서민 등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며, 동시에 사회연대성을 높여주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에도 기여한다.

2014년 기준 '건강보험 하나로' 실현 방안

2010년 7월 17일 공식 출범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줄곧 '국민건강보험료 더 내기' 운동을 해왔다. 현재 우리가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 사용자(기업) 부담 건강보험료, 정부의 국고지원 등 국민건강보험 재정 부담 3주체 모두 지금 내는 건강보험료보다 더 부담하고, 이렇게 마련된 재정으로 OECD 국가들 평균 수준의 보장성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2014년 기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 내역'은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이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연간 14.3조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첫째, '입원진료 보장률 90%' 달성 :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차액을 포함한 입원 분야 비급여 진료의 전면적인 건강보험 급여화에 소요되는 재정으로 연간 7.8조 원이 필요하다.

둘째, '연간 본인부담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를 실시하는 데 소요되는 재정으로 연간 3.9조원이 필요하다.

셋째, '간병의 급여화'에 소요되는 재정으로 연간 1.1조 원이 필요하다.

넷째, 노인 틀니, 치석 제거 급여 확대 등 '치과 진료 분야'의 보장성 강화에 소요되는 재정으로 연간 1조 원이 필요하다.

다섯째, '의료 사각지대의 해소' : 최하위 5% 소득계층에 대한 건강보험료 면제, 하위 5~15% 계층에 대한 건강보험료 무이자 대출, 중소영세사업장 사용주 부담 보험료 50% 지원에 소요되는 재정으로 연간 0.5조원이 필요하다.

우리가 제안하는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소요재정(14.3조 원) 확보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종합소득과 금융소득 등의 소득과 '소득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식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2014년 1.0조 원의 추가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한다.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늘어나는 1조 원의 추가 재정은 전체 국민 중에서 '상위 10% 소득계층'이 대부분을 부담하게 된다.

둘째, '건강보험료를 24% 인상'한다. 이는 월평균 국민 1인당 약 1만 원(2014년 시점 기준으로 약 3만90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인상)의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국민 부담 추가 건강보험료가 5.7조 원, 사용자 부담 추가 건강보험료가 4.0조 원으로, 이를 통해 총 9.7조 원의 추가 건강보험료 재정 수입이 확보된다.

셋째, '국고 지원 사후 정산제' 시행과 건강보험료 수입 증가(부과체계 개편, 보험료율 인상)로 인한 '추가 국고 지원' 등으로 3.6조원의 국고 지원액이 추가로 확보된다.

건강보험 하나로, 하위 70%가 17% 더 부담하는 '공정하고 연대적인' 방식

'건강보험 하나로' 실현을 위해 추가 확보되는 14.3조 원의 이해당사자별 분담 현황을 살펴보자. 먼저, 국고 지원의 사후 정산제 시행과 건강보험료 수입 증가로 인한 국고 지원 증액분이 3.6조 원으로 추가 확보 재정의 25.4%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건강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사용주 부담 추가 보험료 수입이 4.0조 원으로 추가 확보 재정의 27.6%를 차지한다. 그리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개편과 건강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해 소득상위 30% 국민이 부담하는 추가 보험료 수입이 4.4조 원으로 추가 확보 재정의 30.4%를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료율 인상으로 전체 국민의 70%가 부담하는 추가 보험료 수입은 2.4조 원으로 단지 16.6%를 차지한다. 즉, 소득계층 상위 30% 국민, 사용주, 그리고 정부가 추가로 부담하는 부분이 늘어나는 전체 건강보험 재정 14.3조 원의 약 85%를 차지하는데, 그 분포는 다음의 그림과 같다.

▲ 이해 당사자별 추가 재정 분담 현황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처럼 5년 낭비하는 정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이런 연대적 방식으로 의료비 불안을 없애야 한다. 나는 '정답이 나와 있는 정책 사안'을 이런저런 이유로 회피하며 잘못된 공약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모든 정치적 술수를 반대한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은 명백하게 잘못된 공약이다. 상식이 있는 전문가라면 누구라도 그 한계를 지적할 것이다. 질병 간에 칸막이를 설치하여 차별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모든 질병에 대한 실질적 비용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우리 국민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게 '정도'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건강보험 하나로'를 통해 '입원진료의 보장률' 90%를 달성하고, '연간 본인부담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를 실시할 수 있다. 이는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 의료 불안을 해소하고 OECD 평균 수준의 보장성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14.3조 원에서 소득하위 70% 국민은 단지 그것의 16.6%만 부담하면 된다. 우리나라가 형식적 의미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면, '건강보험 하나로'는 반드시 실현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6월 1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14년 건강보험료율을 1.7%만 인상했다. 건강보험료율이 2013년 소득의 5.89%에서 2014년에는 5.99%로 바뀌는 데 그쳤다. 조족지혈이다. 이 돈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제 자리 걸음이다. 이렇게 또 소중한 1년을 날리게 되었다. 올 한 해 동안,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더욱 확산되고 정치 사회적 힘을 더 크게 얻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그 힘으로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가는 관제고지인 '건강보험 하나로'의 쟁취에 성큼 다가서야 하겠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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