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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로 가는 문, '비례대표 강화'가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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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로 가는 문, '비례대표 강화'가 열쇠다"

[복지국가SOCIETY]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정치 시스템 마련해야"

2012년은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어 정치적으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전국을 순회하며 지도부를 선출하는 경선을 진행 중이며,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박근혜 대표가 전면에 나서 당의 개혁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는 대의원들을 포함하여 국민 선거인단 참여가 80만 명을 넘어섰음에도 국민적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 대폭적인 공천혁명이나 확실한 복지정책 등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이슈를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회도 언론의 주목을 받고는 있으나, 아직 정치개혁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방향으로 당의 쇄신과 개혁을 전개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유가 인상과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그리고 올해 세계적으로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발 경제위기 등의 외부적인 요인과 심각한 사회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의 문제, 그리고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물가상승 등의 내부적인 요인들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해결을 요구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우리 정치권이 제대로 해결책을 내오지 못하는 데 있다. 이는 단순히 국회의원 몇 명을 바꾸거나 다수당이 교체된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며, 누가 새로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우리 정치가 가진 낙후된 시스템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1987년 체제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와 이로 인한 거대 양당구도, 그리고 집권당 단독정부 및 대통령제 등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 조합은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권력을 싹쓸이하는 승자독식(winner-take-all)형의 민주주의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무한경쟁과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선학태, 2011)

그리고 기존 정치 시스템의 개편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복지국가의 실현과 더불어 이미 전면화되고 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시작되어 8.24무상급식 주민투표나 10.26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통해 나타난 시대적 요구는 <복지국가>라는 것이 분명해졌으나, 아직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요 정당들 모두 침묵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그리고 비대위를 통해 탈태환골을 추구하는 한나라당 등의 주요 정당들이 새로이 재정비되어 출범을 하고 있고, 정치의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반드시 공론화해서 논의되고 채택되어야 할 것이 선거제도의 개편이다. 선거제도 등의 정치 개혁은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첫째, 현행 소선구제에서는 지역에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선거구를 중심으로 자기 지역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어 지역구 관리가 가장 우선적인 업무가 되어 버린다. 무엇보다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협소한 지역 개발 프로젝트(지역 공공재) 중심의 정부 예산배분의 정치가 지배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며, 상대적으로 국가 전체적인 보편적 복지 정책의 도입은 소홀할 수 밖에 없다. 소선거구 제도에 기반한 다수대표제와 이로 인한 거대양당은 선거정치를 주도하면서 중위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들의 선호에 영합하는 선거 전략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정책 차별성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위 그룹의 양쪽에 포진하는 집단·계층의 이익과 가치를 대표하는 데 인색하게 된다. (선학태, 2011)

둘째, 이러한 선거제도에서는 정책적 능력이 있는 후보 보다는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당선되므로, 정책 전문가나 국가 전체적인 입장에서 판단하는 사람들의 정치권 진입이 어려워진다. 선출된 의원들의 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낮다보니 공무원들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고, 제대로 된 개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당의 출현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국회의 정책 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진다. 우리나라는 이미 작은 나라가 아니다. 무역 1조 달러를 넘긴 세계 10위 권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이며, 정치권은 5,000만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고 복잡한 이해관계와 첨예한 갈등을 조절해야 하는데, 지역 단위의 사업 경험과 경륜만 가진 분들에게 이러한 능력까지 요구하는 것은 어렵다.

셋째, 현행 정당 및 선거제도에서는 내용적으로 국민의 대표성을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치적 대표성을 거주 지역으로만 반영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같은 선거구에서도 저소득 서민층도 있고, 중산층도 있으며 고소득 상류층도 있다. 그러나 현행 1등 독식의 소선거구 제도에서는 다양한 계층과 계급의 이해를 분명하게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나오는 것 자체가 원천 봉쇄되고, 국민들의 이해관계를 구체적으로 대변하는 소수정당이 출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중도라는 이름으로 진보와 보수 세력이 같은 정당에 자리하게 되고,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환경주의자와 개발주의자가 하나의 정당에 소속 되어야만 한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정책 방향이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뭉치다 보니 성격이 불분명한 잡탕 정당이 되어버리니, 이들 정당이 할 수 있는 정책도 어정쩡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20대 청년을 비대위원으로 위촉하였고, 민주통합당도 청년대표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할당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또 양대 정당 모두 이번 총선에서 청년 대표를 당선권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공천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299명 중에 이들 몇 명이 들어가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들의 아픔을 충분히 대변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은 아무도 없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우리나라에도 탈원전을 요구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녹색정당의 출현이 요구되고 있으나 현행 제도에서 녹색정당이 자신의 이름으로 국회에 진출하는 것은 실제로 쉽지 않다.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소선거구 제도는 개혁되어야 한다.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는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자원을 협소한 지역의 이해와 개발 중심의 관점에서 배분하게 되고, 전 국민적 이해관계인 복지·교육·의료 등 사회개발에 대한 관심은 부차적일 수 밖에 없도록 한다. 국가 재정과 지역주민 사이의 정치 브로커 역할에 충실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두 거대 정당은 지역 토건사업의 유치 경쟁에 몰입할 수 밖에 없고, 소선거구 다수대표제가 존속되는 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호남과 영남에서 몇 개의 의석을 더 교차 획득하여 전국 정당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선학태, 2011)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분명하지만, 복지국가를 배타적인 목표로 하는 단일정당은 출현하는 것도, 성장하는 것도, 집권정당이 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정치의 기본 기능인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수 정당들이 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정치가 가진 가장 중요한 기능인 대화와 타협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들 정당들이 연대하고 연합하여 공동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분명한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을 대변하는 4~5개 소수정당들의 정치권 진입을 보장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어떠한 사항에 대해서는 타협하여 양보하고, 또 다른 사항은 적극적으로 밀어 붙여 반영하면서, 60~70% 이상의 지지를 얻는 정책 연대와 연립정부가 출현하여야 국회의 몸싸움은 줄어들 것이며, 실질적인 '합의 정치'가 가능해진다.

또한, 선거 때마다 정당이 헤쳐모여를 통해 이합집산을 하거나, 당명을 바꾸어서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이념적으로 입장이 분명한 소수정당의 출현은 필수적이다. 어느 정책이라도 단기간에 도입하거나, 정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하며 평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념 정당들의 연대와 정책연합이 가능해진다면, 이러한 장기적인 정책의 추진이 가능해지고, 국민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정치제도의 후진성에 대한 해결 방안은 이미 나와 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의 도입이 그것이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정당 득표율에 근거하여 의석을 배분하되, 지역구 의석을 채우지 못하는 부분은 비례 대표 의석으로 할당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민의의 반영이 되겠지만, 이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지금의 정치권에서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밥그릇과 생존이 걸린 문제에 대해, 첨예한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정치권에서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지역감정에 기반하여 당선되는 정치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에 따라 대표를 뽑자는 것은 곧 '당신은 재선을 포기하라'는 말로 해석되기 때문에 수용되기 어렵다. 사표 방지 심리와 더불어, 1등만 선출되는 소선거구 제도에 기반하여 양당제도가 정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양대 정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소수 정당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도입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5,000만 명의 인구에 299명의 국회의원이 있으므로, 인구 비례로 보면 한 명의 국회의원이 166,000명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5만 명에서 7만 명 정도에 한 명을 선출하고 있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한다면 사실은 국회의원의 수가 적은 것이다.

인구 숫자의 측면에서도 대표성을 적절하게 가지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하 양원제가 아닌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민 10만 명 당 한 명의 국회의원이 있도록 하려면 의원들의 숫자가 500명은 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정치 이념을 분명히 하고 정책적 전문성이 있는 국회의원의 숫자를 늘리는 방법은 비례대표를 늘리면서 원내 교섭단체의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다. 지난 참여정부 시기에 총선과 대선이 같이 오는 2012년에 맞추어 정치제도를 바꾸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은 아직도 요원하다.

연구에 따르면,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는 현재의 소선거구제도에 의한 지역 이권배분 프로그램보다는 연금수급자와 노동자, 그리고 빈곤층과 저소득층, 실업자 등 다양한 집단·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보편적인 재정지출 정책 프로그램 개발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와 다당제는 국민 모두의 관심사인 소득이전, 공공사회서비스 등 사회보장 지출을 선거 과정을 통해 자동적으로 확대하게 하는 제도적 인센티브이며, 정당과 정치인으로 하여금 전국적 공공재인 복지정책을 경쟁적으로 공약하게 하였던 것으로 분석되는 등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선학태, 2011).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우리나라는 정당과 개별 후보자에 대해 각각 투표하는 1인 2표제를 행사하고 있다. 현재 245석인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기는 어려우므로, 54석에 불과한 비례대표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 당장 비례 대표를 50명 늘려 100명 정도만 되도록 해도 소수정당들의 원내 진출이 더 용이해진다. 물론,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이 기존 정당의 권력을 강화해 주는 또 하나의 정책이 되거나, 공천 장사와 같은 구시대적인 작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비례 대표 순위 결정에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는 시스템에 대한 정당들의 약속이 전제될 필요도 있다.

정치개혁 추진위원회의 논의에서 교섭단체의 기준을 국회의원 15명 선으로 완화하는 정당법 개정은 이미 양당 모두 합의된 상태이다. 그러나 항상 싸움질이나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는 국회의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의원의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민의가 더 잘 반영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숫자와 자질의 부족으로 국가에 미치는 불이익이 너무나 큰 상황이므로, 필요한 개혁의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만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므로, 근본적인 게임의 룰을 정하는 정당법과 선거법 개정은 이미 시기적으로 늦어버렸다. 하지만, 정당들이 새롭게 출현하고,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현 시점에서 이제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공론화 작업을 선거 과정을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숫자를 더 늘리자고 국민을 설득할 것이다. 참여연대 등 많은 시민사회단체들도 비례대표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는 데 점차 동의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우선, 이번 4.11 총선 과정에서 이를 공론화하고, 양당을 포함한 기존 정당들과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 후보들이 실명으로 약속을 하도록 하는 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비례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선거법 개정과 정치제도 개혁을 임기 1년 이내에 마무리 짓도록 하는 것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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