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천성산 터널 환경침해로 보기 어려워"

철도시설공단 "바로 공사 재개", 지율스님 "수용 불가"

3년여를 끌어오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 공사가 강행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게 됐다. 법원은 지난 1년여 동안 관심을 모아왔던 '도롱뇽 소송'에 대해서 소송 당사자 자격을 이유로 들어 정부 손을 들어줬다.

***부산고법, "터널 공사 중단으로 연간 2조원 손해"**

부산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김종대 부장판사)는 29일 천성산 도롱뇽과 '도롱뇽의 친구들'ㆍ내원사ㆍ미타암 등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천성산 관통터널 공사 착공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해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터널 부근의 지하수 맥과 무제치늪이나 화엄늪의 직접 수원이 되는 지하수와 지표수가 신청인들의 주장과 달리 상호 연결돼 있지 않을 개연성이 훨씬 높아 터널 공사가 무제치늪이나 화엄늪 등의 고산늪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터널 길이가 13㎞를 넘는 긴 터널이고 공사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지질 상태를 만날 가능성, 기술의 한계와 시공상 실수의 발생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다면 신청인들의 주장과 같이 터널 자체의 붕괴 가능성과 지하수 유출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발생 개연성에 대한 소명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터널 공사 중단으로 고속철도 완전 개통이 미뤄지면 연간 2조원에 가까운 사회경제적 이익이 감소되는 등 막대한 공공의 이익이 침해된다"며 "환경침해의 개연성이 현저히 낮아 보이는 이 공사가 위법한 환경 이익의 침해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혀 판결에 경제적 이유를 중시했음을 비쳤다.

재판부는 "외국에 특이한 판결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연물에 대한 소송 당사자 자격 여부에 대해서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며 도롱뇽에 대한 소송 당사자 자격 이유를 들어 각하한 1심 판결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법원이 조정 권고안을 내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조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판결의 유ㆍ불리에 상관없이 결정 내용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밝혀, 지율스님과 환경단체가 '공사와 환경영향평가를 병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철도시설공단, "30일부터 즉각 공사 재개", 지율스님ㆍ환경단체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3개월간 중단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공사는 즉각 재개될 전망이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충분히 예상한 판결이었다"며 "30일부터 즉각 공사 재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원이 충분히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판결을 내린 만큼 환경단체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34일째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지율스님과 '도롱뇽 시민행동'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29일 오전에 서울에 올라온 지율스님은 관계자들과 함께 스님의 향후 행보와 재항고 여부 등을 포함한 입장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율스님을 수행하는 관계자는 "애초 법원에서 약속한 여러 가지 과정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에 법원 결정을 순순히 따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율스님이 단식을 계속 하실지 여부와 재항고 등을 오후에 논의해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