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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은행 파업 타결, "씨티는 '원칙', 노조는 '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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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은행 파업 타결, "씨티는 '원칙', 노조는 '실리'"

국내최장 18일 파업, 후유증 극복이 과제

미국계 씨티은행의 흡수합병에 맞서 국내 은행 사상 최장기 파업을 벌여온 한미은행 사태가 파업 18일만에 타결됐다.

***파업 18일만에 찬성 74.8%로 합의안 가결**

한미은행 노사는 12일 사무직군제 폐지 및 합병보로금 4백% 지급 등 15개항에 합의함에 따라 13일 오전부터 전영업점에서 정상근무에 들어갔다.

한미은행 노조는 12일 저녁 7시 노사 잠정 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 74.8%의 찬성률로 가결시키고 파업을 철회했다. 노조는 이날 찬반투표결과 총 유효투표 인원수 1천6백79명에 찬성표는 1천2백56명(74.8%)이며 반대는 4백16명(24.7%), 무효표 7명으로 집계했다.

본합의서 11개 조항과 회의록 형식의 노사합의서 4개 조항으로 구성된 합의안에 따르면, 사무직군제를 올해와 내년말까지 각각 30%씩 폐지하고 2006년말까지는 완전 폐지키로 했다.

자동 호봉승급제도도 4급 이하의 경우 오는 8월1일부터 전면 적용하고 3급은 부점장과 팀장을 제외한 사원들에 대해 내년말까지 도입키로 했다. 또 기본급의 4백%를 합병보로금으로 지급하고 하반기에 1백30명도 승진시키기로 했다.

고용보장과 관련해 사측은 직원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적 퇴직이나 해고 등과 같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직원의 연고지, 전공, 경력, 적성 및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고려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로 노측과 합의했다.

노사는 임금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권 전체의 임금.단체협상인 공동임단협 이후 논의키로 했으며, 파업 참가자에 대해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파업기간중 임금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사측의 강경한 반대로 영업일 기준 10일간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금융산업노동조합 및 한미은행 지부, 하영구 행장 등 한미은행 경영진은 이날 오후 2시에 이번 파업종결에 따른 합의문 내용 및 향후 방침 등에 대해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추후 순탄한 통합여부가 관건**

일단 노조는 이번 합의안에서 그동안 한미은행 직원들의 숙원이던 사무직군제 폐지를 얻어냈다. 사무직은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직군으로 단순 창구직원에 투입돼, 연봉과 승진에서 같은 정규직인 일반직에 비해 불이익을 받아왔다.

노조는 또 기본금의 4백%를 합병보로금으로 지급받기로 하고 자동호봉승급제 도입에 성공하는 한편, 씨티은행 서울지점과 통합하더라도 공식언어는 한국어를 사용하기로 하는 등 세부 내용에 있어서도 사측의 양보를 얻어냈다.

경영진도 이번 협의안에서 금융권 공동 임단협과 연관돼 있는 비정규직 문제와 임금 인상률 문제는 비껴갈 수 있었다. 특히 노조가 요구한 독립경영 요구 등을 철저히 배제하고, 상장폐지를 단행함으로써 '원칙'을 고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파업기간동안 한미은행의 예금이탈액은 한미은행 총수신의 약 8%에 육박하는 약 2조6천억원에 이르러 영업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영구 행장도 “파업보다 더 걱정되는 것이 영업망의 붕괴”라며 “파업타결 후 가장 먼저 영업망을 추스려야 한다”며 이 부분을 가장 우려했다.

합의문 조항 중에도 추후 협상 등을 통해 결정될 애매한 사항들이 많아 이번 타결이 일단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그칠 뿐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통합과정에서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용보장도 직원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적 퇴직이나 해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사측이 합의했지만 은행들이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고용보장 조항은 못된다. 은행 상호 결정문제도 고객들의 인지도와 선호도 등을 고려해 미래의 잠재 고객에게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이름으로 조합의 의견을 청취해 은행이 결정한다고 돼있다.

과연 은행사상 최장의 파업을 한 한미은행이 앞으로 예고된 후유증을 얼마나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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