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30조원대 한국형헬기 사업도 의혹속 강행

감사원, 감사 해놓고도 '군사기밀' 이유 내용 공개 못해

15조원 이상 들어가는 초대형 국책사업 한국형 다목적 헬기(KMH) 개발 사업에 해외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작 KMH 사업은 그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군과 산업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아 특별 감사까지 진행됐으나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어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KMH 사업에 해외 5개 업체 참여 제안**

국방부는 미국 보잉사 등 해외 5개 업체가 KMH 사업의 핵심부품 개발에 참여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정부가 원하는 작전 요구 성능(ROC)과 비용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는 미국의 보잉, 벨, 시콜스키와 영국과 이탈리아 합작회사인 아구스타 웨슬랜드,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회사 유로콥터 등이다.

국방부는 KMH개발사업단과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국방연구원(KIDA), 육군 등 8개 기관에서 선발된 64명으로 평가단을 구성해 30일까지 외부와 격리된 장소에서 이들 업체의 개발 계획과 국산화 방안, 기술지원 및 이전, 계약조건 등에 대한 평가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평가 작업이 끝나면 7월 1~3일 산ㆍ학ㆍ연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열어 협상대상 업체 2개사를 선정한 뒤 7월 중순께 국방부 획득개발심의회에서 참여 업체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9월 중 개발 업체를 최종 확정한 뒤, 10월 말 대통령 재가를 얻어 한국형 다목적 헬기 개발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KMH 사업은 현재 육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노후 헬기를 대체하고, 미래 환경에서 운용할 수 있는 헬기 5백여대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다. 2012년까지 연구개발비 2조원을 포함해 총 15조원 이상이 소요될 예정으로, 군 전력 증강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항공 선진국들이 헬기 개발에서 최초 예산보다 3배에서 10배 이상 추가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과적으로 30조~50조를 초과하는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초대형 국책 사업이다.

***"군사 기밀로 묶여 특별 감사 결과 공개 못해"**

한편 KMH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 감사 결과가 지난 3월 나왔으나 그 내용은 '군사 기밀'로 분류돼 공개가 안 되고 있는 상태여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초대형 국책 사업이 베일에 싸인 채, 견제 없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KMH 사업은 지난 11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의해 비용대비 편익분석조차 하지 않은 채 예산을 계상한 점 등을 이유로 특별 감사가 청구돼 감사원에서 감사를 진행해 그 결과가 3월 나와 국회로 결과가 공지된 상황이다.

16대 국회의원들이 감사 결과에 대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KMH 사업 감사 결과는 전혀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은 채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18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군사 기밀'로 묶여 있기 때문에 감사원 입장에서는 공개의 필요성을 느껴도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국회에서 의원들이 감사 결과를 확인하고 국민에게 알릴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일이 제대로 안 된 셈"이라고 갑갑한 상황을 털어 놓았다.

KMH 사업은 그 기획 단계부터 군과 산업계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 추산 새만금 간척사업 비용의 3배에 육박하는 막대한 국책 사업을 제대로 된 타당성 검토와 국민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