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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다목적헬기,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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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다목적헬기, 무엇이 문제인가

30조원대 국책사업, 여론수렴없이 밀어붙이기

국방부와 산업자원부가 추진하고 30일 국무회의를 정식 통과한 한국형 다목적 헬기(KMHㆍKorea Multi-role Helicopter) 개발 사업에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총 15조원 이상이 투입되고 운영비까지 합할 경우 30조원대에 달할 천문학적 KMH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KMH 사업, 최대 규모 군 전력증강 사업**

지난 19일 정부는 제4회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위원장 고건 국무총리)를 열고 국방부와 산업자원부가 공동으로 제안한 KMH 개발 사업을 범정부 차원의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기로 의결했고, 30일 국무회의를 열어 연구비 예산을 정식 통과시켰다.

KMH 사업은 현대 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UH-1H, 500MD 등 노후 헬기를 대체하고, 미래 환경에서 운용할 수 있는 헬기 5백여대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다. KMH 사업에는 연구개발비 2조원을 포함해 총 15조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것은 군 전력증강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국방부측은 "헬기 산업은 민ㆍ군 겸용 첨단 산업으로, 국가 안보와 산업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또 "KMH 사업으로 헬기 국내 개발 역량 확보와 항공산업 발전을 꾀해 세계 7위권 수준의 헬기 기술 선진국으로 진입이 가능하고, 약 30년간 27조원 규모의 생산유발 효과와 11조원 규모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10월초까지 국방부 내에 KMH 사업단을 설치하고, 2004년 10월부터 사업을 시작해 기동 헬기는 2010년, 공격 헬기는 2012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런 정부의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KMH 사업은 군과 산업계 안팎에서 타당성과 실현가능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발 기간 더 길어질 것-전력 공백도 문제**

우선 상당수 관계자들은 정부의 KMH 사업 개발 기간이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이 소요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통상 10여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것을 놓고 볼 때, 현재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6~8년 동안 KMH를 개발한다는 계획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찰ㆍ공격 헬기인 RAH-66 코만치 헬기의 경우 1986년 사업이 시작된 이후 현재 20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같이 추진하고 있는 타이거2 공격 헬기 개발도 첫 납품이 최초로 이루어지기까지 14년이란 기간이 소요됐다.

이렇게 개발 기간이 장기화할 경우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군이 운용중인 4백70여대의 UH-1H 수송 헬기, 500MD 및 AH-1J 공격 헬기중에는 30년 이상 된 노후 헬기들이 많아 2008년 이후 본격적인 도태가 예상된다. 현재 UH-1H의 절반이 30년 이상, 500MD의 절반이 20년 이상, AH-1의 40%가 20년 이상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현재 계획대로 KMH 사업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2008년 이후 노후 헬기들이 급격히 퇴출되는 시점보다 늦게 KMH가 나와, 2년 이상 전력 공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개발이 더 늦어진다면 전력 공백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15조원 초과할 가능성도 커**

정부가 책정해 놓은 15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현재 국방부와 산자부가 7대3으로 예산을 충당할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적기에 마련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국방부는 향후 한국형 전투기 사업 등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업을 같이 추진할 예정이어서, 예산 확보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코만치 헬기를 개발하는 데 총 12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현재 정부가 내놓은 연구개발비 2조원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선진국보다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까지 고려한다면 2조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개발비가 늘어날 경우 전체 사업비는 20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정부는 약 5백여대의 국내 헬기 수요를 KMH 사업으로 충당하고, 장기적으로 해외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것을 KMH 사업 추진의 중요한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중형 헬기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약 4백대 정도의 수요가 예상된다"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헬기 기술 선진국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술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KMH가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개발이 까다로운 공격 헬기의 경우 수요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현재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란 지적이다.

지난 22일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국방부 및 합참 국정감사에서 "전체 사업비 15조9천억원이 소요되는 KMH 사업이 공군의 한국형 전투기 사업과 중복돼 예산 확보 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업의 타당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또 군과 산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부처나 업계 전문가들이 많은 문제점들을 인지하면서도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에 따른 '밥 그릇 챙기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KMH 사업을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KMH 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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