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빛바랜 한중수교 25주년, '더블 딥'에 빠지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빛바랜 한중수교 25주년, '더블 딥'에 빠지다

[정욱식 칼럼] '더블 딥' 한중관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경제학 용어 가운데 '더블 딥(double dip)'이라는 말이 있다. "경기가 침체된 후 회복되는 듯이 보이다가 다시금 침체로 빠져드는 현상"을 일컫는다. 수교 25주년을 맞이한 한중관계가 이에 해당된다.

"역사상 최고"라던 한중관계는 2016년 7월 박근혜 정권이 느닷없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촛불집회와 박근혜 탄핵, 그리고 조기 대선과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 한중관계도 회복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사드 배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이에 대해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중관계의 '날개 없는 추락'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내심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양해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의 시진핑 체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사드 배치가 철회되거나 최소한 유보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양측의 기대는 엇나가고 말았다. 소통으로 사드 양해를 받아내기에는 중국의 '전략적 우려'가 너무 컸고 한국의 정권 교체로 사드가 철회되기에는 '동맹의 그늘'이 너무 짙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신의 한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한중관계의 지속적인 악화가 야기할 우리의 경제적, 외교적, 안보적 손실은 막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한-미-중이 '대화다운 대화'를 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물론 중국이 이에 응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은 사드가 중국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미국의 '기술 대화'를 거부한 바 있다. 중국이 사드를 기술적 문제 이상의 '전략적 문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만나본 중국 측 인사는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전제로 하는 대화에는 임할 수 없지만,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한 대화에는 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원점 재검토는 미국이 응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이에 따라 사드 문제를 미중관계에 맡겨두었다가는 한국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를 극복하기 힘들어진다.

충분히 예상되었던, 그리고 충분히 입증되고 있는 현실은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20조 원이 넘나드는 경제적 피해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현재 진행형이다. 북한은 사드를 둘러싼 한미동맹과 중러 협력관계 사이의 갈등을 '핵 고도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사드 배치가 완료되고 가동되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군사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조속히 한-미-중 대화를 열어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미중 양국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대화 형식도 정부간 대화보다는 관료와 민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트랙 1.5'가 보다 생산적일 것이다. 민간 전문가는 정부 관료가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대안과 타협안을 제시하면서 합의에 도달케 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