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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김대중이 되어야 한다!

[정욱식 칼럼]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대화를 선택할까?(하)

나는 이전 글에서 북한이 '핵 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 문턱에 도달함으로써 미국이 낯선 게임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 관련 기사 : 핵을 가진 중국과 손잡은 미국, 북한과는?)

그렇다면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차이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머릿속에 담고 있는 '차이나 모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핵의 위력을 앞세워, 그리고 핵을 가진 상태에서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의 양탄일성과 흡사한 '병진노선'의 성공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러한 북한을 어떻게 상대할까? 이와 관련해 8월 위기설이 지나면 북미간의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미국이 대화 이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을 깨닫고는 말이다.

나도 이렇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막연한 바람(wishful thinking)'에 불과할 수 있다. 북미간에 간접 대화(트랙 2나 1.5)나 탐색적 접촉은 있을 수 있지만, 대화다운 대화, 즉 상호간의 관심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상을 벌이는 대화가 열릴 가능성은 극히 불확실하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에 앞서 역사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선택한 적은 크게 세 번 있었다. 1990년대 초반과 1999~2000년, 그리고 2007~2008년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외에도 여러 차례 대화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서로 간을 보는 수준에서 끝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세 차례의 협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왜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을 선택한 것일까?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탄생시킨 협상의 가장 큰 배경에는 이듬해에 예정된 핵확산금지조약(NPT) 무기한 연장 회의가 있었다. 미국 주도로 만들어낸 NPT 회의를 앞두고 회원국이었던 북한이 이 조약에서 탈퇴해 핵무장을 선택한 선례를 남겨두면 NPT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팽배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협상의 물꼬를 텄던 것도 주효했다.

1999~2000년 북미 협상의 배후(?)에는 김대중 정부가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6개월 만에 북미 대결에 맞닥뜨려야 했다. 98년 8월 북한의 금창리 핵의혹 시설 논란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불거지면서 미국 내에선 강경론이 득세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의 근원은 한반도 냉전구조에 있다"며,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적극 견인했다. 그 결과 북미 대화는 본궤도에 올랐고, 2000년 9월과 10월에는 북미간에 특사 교환까지 이뤄졌다. 비록 공약(空約)으로 끝났지만 빌 클린턴 대통령은 방북까지 약속했었다.

2007~2008년의 북미 대화는 '이라크 전쟁'이 핵심 요인이었다. '제국의 문'을 활짝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라크 전쟁이 '제국의 무덤'이 되면서 이 전쟁과 대북 강경책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줄줄이 쫓겨났다.

그러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및 6자회담 수석대표가 전면에 등장했다. 2007년 2.13 합의와 10.3 합의, 그리고 2008년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등은 이러한 미국 내 대북정책 주도 그룹의 변화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동기와 동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1990년대 전반기처럼 NPT 체제를 고려해야 할 절박성도 별로 없고(이미 NPT는 무기한 연장되었으므로), 트럼프 행정부는 관심 자체가 별로 없어 보인다. 김대중 정부와 같이 신뢰와 실력과 비전을 갖춘 중재자도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미국 내 대북정책의 역학 관계를 변화시킨 '이라크 전쟁'과 같은 강력한 외부 변수도 없다.

그래서 1차적으로는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이 중요하다.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트럼프도 협상을 선택할 것이다. 비핵화 성공 가능성은 협상의 '동기'가 될 수 있고 이에 대한 북한의 신호는 '동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핵 보유를 유일한 생존 수단이자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거론되는 '북핵 동결', 특히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북한이 핵탄두 장착 ICBM 보유를 그 문턱에서 멈추는 것은 어떨까? 이와 관련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7월 27일 "우리가 지난 25년간 북한의 다양한 정권과 관여해온 25년간의 역사를 복기해보면, 동결은 이전에도 있었다"며, "동결 합의가 이뤄질 때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계속 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현재 있는 상황에서 멈추는 것에 대한 대화에 미국은 흥미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동결을 목표로 하는 북미대화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구나 북한이 '맨 입'으로 검증 가능한 동결에 응할 가능성도 전무하다. 아마도 평화협정을 그 상응 조치로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다운 협상을 선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핵을 가진 북한과 '적대적 공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의 책임은 오바마 행정부와 중국에 돌리면서 말이다.

문제는 '적대적 공존'마저도 대단히 위태로울 것이라는 데에 있다. 초강대국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핵탄두 ICBM을 보유하더라도 국가 생존을 비롯한 핵심이익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과 일본에 대한 무기 수출을 늘리고 한미일 삼각 동맹을 추구하며 중국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강화시킬 수 있는 '꽃놀이패'로 여길 수도 있다.

미국이 '핵보유국 북한'과 공존한다는 것이 낯설고도 탐탁지는 않겠지만, '북한위협론'을 군사 패권주의 강화의 구실로 이용해 온 관성에 다시금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외교적 봉쇄, 경제제재 강화, 무력시위 등 미국 주도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강화될수록 북한은 끊임없이 판을 흔들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북미 간 대화가 곧 시작되고 담판이 이뤄질 것이라는 막연한 바람은 별로 현실적이지도 못하고 그래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요행을 바라기에는 한반도의 상황이 너무나도 엄중하기도 하다.

하여 타자화되고 있는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게임 체인저'가 되어야 한다. 대북정책을 놓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던 클린턴 행정부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인도했던 DJ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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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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