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05시 04분
홈
오피니언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문화
Books
전국
스페셜
협동조합
루앗의 봉투
[한윤수의 '오랑캐꽃']<23>
안산에서 베트남 노동자가 찾아왔다. 이름은 루앗. 그는 퇴직금을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는 애매한 처지에 있었다. 상시 고용인원 5명 이상이라야 퇴직금을 받는데 그 공장에는 정식 노동자가 베트남인 3명뿐이었다. 다만 파키스탄 불법체류자 2명이 더 있었지만
한윤수 목사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
세종대왕
[한윤수의 '오랑캐꽃']<22>
일요일 아침 아홉시 반이면 아주 이른 시간인데, 태국인 열 명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센터가 꽉 차는 것 같다. 거기다가 제각기 한 마디씩 하니 뭐가 어떻게 된 셈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가만, 가만. 한 사람씩 얘기해요." 알고 보니 한 회사에 다니는 네 사람만 문
지푸라기
[한윤수의 '오랑캐꽃']<21>
이틀 전부터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목사님, 저 아누아르예요." "스리랑카 아누아르?" "아니요. 나 방글라데시 사람인데요." "그래요? 그럼 모르겠는데." "난 알아요. 목사님이 상담했는데요." 나는 모르는데 저는 안다니 환장할 노릇이다. 어쨌든 사
유목민
[한윤수의 '오랑캐꽃']<20>
인간 자체는 순박한데 어지간해서는 얘기가 안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구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몇 나라들. 그 중에서도 키르키즈스탄 사람들은 특이하다. 알릭은 불법체류자로 충청북도 어딘가에서 일하고 돈을 못 받았다는데 그 회사의 주소는 물론 전화번호도
위치안의 선택
[한윤수의 '오랑캐꽃']<19>
상담하러 온 노동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상담을 위해서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부분까지 눈치로 때려잡아야 한다. 이것이 기술이다. 위치안과 리안은 태국인이다. 그들은 본사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다가 그 하청업체가 망하는
블라우스 첫 단추
[한윤수의 '오랑캐꽃']<18>
옥상 난간에 만국기를 단다. 우리나라에 노동자를 보내는 나라들의 국기이다. 발판을 오르내리며 아찔한 높이에서 작업하니 식은땀이 흐르는데, 중후하게 생긴 중년의 외국인이 올라오더니 도와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국기 다는 일은 쉽게 끝났다. 너무나 고마워서 물었다.
단속
[한윤수의 '오랑캐꽃']<17>
불법체류자인 태국인 부부 겔과 상환은 노동부에 출석하기로 마음먹었다. 밀린 돈을 받을 수만 있다면 추방당하는 게 뭐 대수랴. 어차피 한국을 떠나려고 작정했으니까.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이 앞섰다. "혹시 노동부에 가기 전에 잡혀가면 어떡하죠?" 그녀의 걱정에는
개뿔
[한윤수의 '오랑캐꽃']<16>
우리 센터를 드나드는 외국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쿠무두다. 그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갖춘 사람인데, 잘 생긴 외모에 항상 웃는 표정이고(身), 한국말을 잘하고(言), 글씨도 잘 쓰며(書), 눈치가 빨라서 센터의 행사에 즐거이 참석
밥친구
[한윤수의 '오랑캐꽃']<15>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 사람들은 음식을 같이 먹은 사람을 친구로 생각해서 절대로 해치지 않았다. 단 그 음식이 배설되기 전까지만! 왜냐하면 먹다 남은 그 음식에 마술사가 저주를 걸면 그 음식을 먹은 사람은 똑같이 죽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공동운명체라고
한 사람이 웃으면 온동네가 웃고
[한윤수의 '오랑캐꽃']<14>
필자는 주물공장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친 베트남 노동자 썬을 입원시키고 직장을 이동시켜준 적이 있고, 이때의 얘기를 오랑캐꽃 2번 <문자 보내기>란 제목으로 2008년 11월 20일자 <프레시안>에 쓴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하노이에 있던 필자의 아내가 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