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장기화 탓 미국 항공모함 중동 배치 기간이 길어지며 승조원 건강 문제 등이 불거진 가운데 아시아에 배치됐던 항모가 이를 대체하기 위해 이동 중이라는 보도다. 항모 부재로 미국의 태평양 지역 중국 견제에 상당 기간 공백이 생길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들어 연이은 작전으로 항모 배치가 장기화되며 회복력 저하로 향후 전투 태세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최장기 해상 연속 체류를 기록 중인 미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일본에 주둔 중이었던 항모 조지 워싱턴함으로 교체할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몇 주간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벌여 온 워싱턴함은 최근 베트남에 기항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워싱턴함은 지난주 베트남 다낭항에서 출항했고 순양함 및 구축함과 함께 싱가포르 해협을 통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익명을 요구한 미 해군 관계자는 워싱턴함이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말라카 해협에 진입해 인도향을 향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워싱턴함 이동은 링컨함이 지난해 11월21일부터 이날까지 260일 이상 해상 배치 상태고 200일 이상 기항하지 않아 자살 시도를 포함해 5000명 승조원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는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통상 30~45일 간격으로 이뤄지는 기항을 통해 승조원들은 피로를 풀고 재정비할 시간을 갖는다. 승조원들이 장시간 노동, 식량과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도 속출했다.
이에 더해 13일 미 CNN 방송은 지난 3일 링컨함에서 승조원 한 명이 바다에 추락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복수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항공대 소속인 해당 승조원은 수색·구조 헬기에 의해 한 시간 내 구조돼 링컨함 의료팀 치료를 받은 뒤 후속 치료를 위해 함정 밖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해당 승조원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물에 빠졌고 부상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미 당국자는 해군이 이 사건을 정신 건강 문제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군은 링컨함 관련 보도를 일축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1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링컨함 승조원들의 자살 충동 관련 보도는 "거짓"이라며 이들이 "강인함과 결의를 잃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3일 승조원 한 명이 배 밖으로 추락했다는 보도는 인정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13일 취재진에 링컨호 상황이 "완전히 왜곡됐다"며 "우린 모든 함정, 모든 승조원, 모든 함장에 매 순간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걸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이 작전 지역에 배치된 함정을 순환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란 항구 봉쇄를 무기한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관련 강경 조건을 내세운 이란에 대해 군사 위협 대신 경제 압박으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군의 해상봉쇄는 이란 원유 수출을 틀어 막는 경제 압박의 핵심 요소다.
다만 이미 취약하다 해도 이란 경제가 무너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트럼프 대통령 향후 임기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중간선거는 채 세 달도 남지 않았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고위 고문인 모하마드 레자 나크디는 11일 미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함 이동으로 미 항모가 상당 기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부재해 중국 견제에 공백을 초래할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보면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라이언 클라크는 "정상적 상황이라면 조지 워싱턴함은 순찰 임무를 수행하며 필리핀이나 일본 같은 국가들에 국기를 내걸고 우리 결의와 지지를 보여줬을 것"이라며 워싱턴함 이동으로 "우린 이런 모든 전략적 기회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 연이은 작전으로 링컨함 외 다른 항모 배치 기간도 장기화됐다. 베네수엘라 및 이란 작전에 참여한 제럴드 포드함은 326일간 배치된 뒤 5월 귀환했다. 배치 기간이 길어지면서 정비 기간을 놓쳤고 3월 홍해 항해 중 세탁실에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화재로 승조원 600명이 잠자리를 잃은 채 열악한 생활을 견뎌야 했다.
항공모함 배치 기간이 초과되는 사례가 잦아지며 향후 작전 투입 가용성이 제한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은퇴한 해군 중장 마이크 프랑켄은 "해군은 비상 작전 대응 유연성이 크지만, 이러한 배치 기간 연장과 정상 일정 외 항해 시간이 늘면 전투 준비태세와 정비에 차질이 생긴다. 우린 그런 상황에서 빠르게 회복할 능력이 없으며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첫 2년은 분명 그 행정부의 다음 2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민주당은 링컨함 장기 배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12일 리처드 블루먼 민주당 상원의원은 헤그세스 장관과 헝 카오 해군장관 대행에 보낸 서한에서 항모 장기 배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서한에서 "현 행정부가 선택한 분쟁에 미군을 반복적으로 투입하고 이러한 작전 지속을 위해 항모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군이 현재 항모 전력이 요구되는 작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루벤 갈레고 민주당 상원의원은 초당파적 의원단의 링컨함 현장 방문을 추진 중이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와 달리 난 현역 복무를 경험했다. 그가 이 불법적 전쟁을 벌이며 우리 군인들을 대하는 방식은 단순히 역겨운 수준을 넘어 위험하다. 이 승조원들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권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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