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주요 거점들을 이란 지원 후티 반군으로부터 탈환한 것으로 보도되며 원유 공급망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양쪽 불안에도 지난달 중동 원유 수출량은 이란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추산됐다.
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등을 보면 예멘 정부군은 이날 오전 사우디의 공중 지원 아래 시작된 탈환 작전으로 홍해 남쪽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해안 지역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예멘 정부군은 이날 오후 해협에서 80킬로미터(km)가량 떨어진 남서부 항구도시 모카 외곽에 도달했고 이어 후티 반군을 모카에서 패퇴시켰다고 주장했다. 예멘 정부 당국자들은 모카보다 더 남쪽에 위치해 해협과의 거리가 40킬로미터에 불과한 두바브까지 탈환했다고 밝혔다. 사실로 확인되면 후티 반군은 지난달 중순 추가로 장악한 서부 해안 지역을 거의 잃고 홍해 영향력을 크게 상실하게 된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에 이어 지난달 후티 반군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은 특히 사우디를 흔들며 중동발 원유 공급망을 크게 위협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 7월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에 대해 홍해 봉쇄를 선언하고 동서송유관을 포함해 사우디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왔다.
지난달 중동 원유 수출이 크게 회복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5일 <로이터>는 해운분석업체 케이플러 잠정 통계를 인용해 지난달 30일 기준 걸프국 원유 수출량이 7일 평균 하루 1830만배럴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란 전쟁 발발 전 하루 평균 수출량 1800만배럴을 넘어서는 것이다. 9월 중 14일 동안 전쟁 전 수준을 상회하는 일일 수출량이 집계됐다. 케이플러는 사우디의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양쪽에 걸친 적극적 수출이 물량 상승의 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이란전 발발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하던 원유 수송 물량은 동서송유관을 통해 홍해 얀부항으로 날라 수출에 박차를 가했지만 지난 7월 홍해 봉쇄 뒤 수출량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후 다시 물량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돌렸고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한 동서송유관도 지난달 말 가동을 재개했다. <로이터>를 보면 해운정보업체 보텍사 선임시장분석가 자비에르 탕은 "중동 지역 원유 공급 증가는 특히 아시아 정유업체 공급 부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운송비 상승에 힘입어 호르무즈 해협 '셔틀 운송'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셔틀 유조선들은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진입해 원유를 적재한 뒤 해협 바깥쪽에 위치한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오만 소하르 및 시나스 등에서 대기 중인 다른 선박에 원유를 옮겨 싣는다. 보텍사 해양위험·정보 담당 이사 클레어 정먼은 이러한 셔틀 선단이 8월말 30대에서 현재 39대로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그는 지난달 동서송유관 가동 중단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해야 했던 사우디의 셔틀 운송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고위험 셔틀 운송의 성장세는 며칠이면 되는 호르무즈 해협 왕복 운항에 3000만~4000만달러(약 402억~536억원), 배럴당 15~20달러가 운송비로 지급되고 있는 탓이다. 선원들에겐 왕복 운항에 최대 2만5000달러(3348만원)가 지급된다고 한다.
셔틀 유조선에 일등 항해사로 탑승한 한 선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왕복 운항이 야간에 소등한 채 창문을 닫고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몇 시간 동안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받지 못해 레이더 신호로 섬과 곶을 기준으로 각도와 거리를 계산해 선박 위치를 파악하는 등 예전 항해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난달 두 번 셔틀 운항을 한 그는 평소 월급의 세 배를 벌었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일 오전 장중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오전 9시35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0.65달러(0.5%) 내린 배럴당 99.67달러에 거래됐고 장중 한때 배럴당 99.38달러까지 떨어졌다.
다만 선박 공격 등 위험이 여전해 원유 운송량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7척이 피격됐다. 기구는 4일엔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1척 및 원유 운반선 1척, 5일에도 유조선 1척이 피격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로이터>를 보면 해운정보업체 마리스크스는 최근 통항량이 증가함에 따라 선박들이 "심화하고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물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3일 우려한 바 있다.
후티 반군도 사우디 에너지 시설 공격을 지속 중이라고 주장했다. 5일 <로이터>를 보면 후티 반군은 사우디 서부 해안가 아비그 내 국영석유기 아람코 정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은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 및 남서부 아브하 국제공항, 카미스 무샤이트 군사기지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를 보면 사우디 민간항공청은 예멘과 가까운 남서부 지잔 공항 및 나즈란 공항이 5일 저녁 공격 받아 세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홍해 영향력이 큰 서부 해안가를 내줬지만 예멘 제3의 도시인 남서부 타이즈 장악엔 한발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예멘 정부 소식통 5명을 인용해 후티 반군이 타이즈 인근 산악 도로 일부 구간을 장악해 정부군 포위에 나섰다고 전했다.
지난 8월 사우디와 집단방위를 규정한 '메카 방위동맹'을 결성한 튀르키예(터키)와 파키스탄이 파병을 결정함에 따라 확전 가능성도 지켜봐야 한다. 사우디, 튀르키예(터키), 파키스탄은 5일 리야드 긴급 회의 뒤 공동성명을 내 사우디에 "합의된 군사력 및 역량을 제공하고 신속한 배치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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