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투쟁의 과정에서 '우리 사회 비정규직의 대명사'가 된 KTX 여승무원들에 대해 "끝까지 싸우면 이길 겁니다"와 같이 지지해주는 누리꾼이 있는가 하면 "애초에 비정규직인 줄 알고 들어간 것 아니냐", "어떻게 시험도 안 보고 공사의 정규직이 되려고 하냐" 등 KTX 여승무원들을 '철 없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생각하는 누리꾼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논란 속에 KTX 여승무원들이 18일 오전 여성노동네트워크 등 여성단체들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KTX 여승무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내놓았다. 말하자면 "KTX 여승무원은 철없는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식의 누리꾼들의 비판과 지적에 대한 여승무원들의 허심탄회한 설명이었다.
"위탁업체 직원은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똑같다"
철도공사의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은 전직 철도유통(구 홍익회)의 직원이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인 줄 알고 들어가 놓고 이제와서 시험도 안 보고 정규직이 되려고 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
이에 대해 여승무원들은 "사회 초년생이 대부분이어서 KTX 승무원이 되는 줄 알았지 비정규직이나 외주위탁과 같은 것은 잘 몰랐다"며 "KTX 승무원직을 아예 정규직으로 뽑지 않는 철도공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파업 그만하고 철도공사가 제안한 KTX 관광레저의 정규직 채용 기회에 응하라"는 말에 대해서도 여승무원들은 "관광레저의 정규직은 철도공사에서 관광레저와 체결한 도급계약을 해지하면 바로 해고되는 위탁업체 직원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진실'을 밝혔다.
"KTX 여승무원 계기로 공기업 비정규직 줄여야"
KTX 여승무원들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 외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승무원들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다른 공기업의 비정규직들도 다 정규직화시켜줘야 해 경제적인 비용이 너무 막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승무원들은 "정부가 비정규직을 자꾸 늘리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의 심각성을 인식해 대책을 내놓고 있는 마당에 "KTX 여승무원을 계기로 공기업의 비정규직이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냐"고 여승무원들은 반문했다.
다음 이날 KTX 여승무원들이 밝힌 'KTX 승무원 문제에 대한 아홉 가지 오해와 진실'의 주요 내용이다.
KTX 승무원 문제에 대한 아홉 가지 오해와 진실 ◆"애초에 비정규직인줄 알고 들어갔잖아" 사회 초년생이어서 KTX 승무원이 되는 줄로만 알았지 비정규직이나 외주위탁과 같은 것은 잘 몰랐다. 최초 모집 당시 철도유통 고속철도 준비단장이었던 정 모 씨가 "1년 정도 있으면 정규직이 될 수 있으며 공무원 수준의 월급이나 후생복지 및 정년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정 씨의 이같은 설명은 당시 홍익회(현 철도유통)의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었다. 또 언론에서 워낙 KTX 승무원들을 크게 띄워 놓아서 정말 좋은 직장인 줄로만 알았다. ◆"KTX 관광레저 정규직으로 채용해준다는데…" 관광레저의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위탁업체 직원인 것은 마찬가지다. KTX 관광레저의 정규직이라도 철도공사에서 도급계약을 해지하면 그대로 해고되는 것이다. 더욱이 KTX 관광레저는 감사원의 감사결과 부실한 운영으로 매각,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회사다. 승무원 운영경험도 전혀 없으며 자본금도 20억 원에 지나지 않는 작은 회사에서 수백 명의 승무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가 없다. 그 때문에 KTX 관광레저가 위탁업체로 변경된 뒤 KTX 서비스가 엉망이 됐다고 한다. ◆"시험도 안 보고 정규직 되려고 하냐?" 입사 당시 1기는 14:1, 2기는 136: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했다. 우리는 KTX 승무원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지원한 것이다. 그런데 KTX 승무원직은 아예 정규직이 없고 철도공사는 앞으로도 정규직 선발 계획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KTX 승무원은 아예 정규직이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철도공사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너희가 원하는 것이 도대체 뭐냐?" KTX 여승무원들이 원하는 것은 철도공사의 직접고용 정규직이다. 고용이 안정돼야 일할 맛도 나고 보람도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위탁업체의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말 못할 차별과 고용불안을 겪어 왔다. 노조활동을 하는 데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라고 더 탄압이 심하다. ◆"철도공사가 경영적자에 시달려서 못 해주는 것 아닌가"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철도공사의 경영적자는 정부의 투자부족 때문이라고 직접 주장한 바 있다.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 더욱이 철도공사 소속 노동자의 생산성이 일본에 이은 세계 2위라고 한다. 그렇다면 적자의 원인은 인건비 때문이 아닌 것이다. 정부 정책이 잘못돼 발생하는 적자를 KTX 여승무원들의 요구사항의 핑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너희 정규직 시켜주면 경제가 망한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자꾸 늘리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 정부마저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심각성을 인식해 대책을 내놓고 있는 마당에 KTX 여승무원을 계기로 공기업의 비정규직이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 아니냐. 하층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줄여서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얘기다. ◆"승무원은 서비스 업무만 담당하고 열차팀장이 안전 업무를 담당하니 적법 도급 아니냐" 화재사고, 환자 발생 등 비상상황에서는 여승무원과 열차팀장이 함께 일을 할 수밖에 없다. 100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다니는 KTX 열차 안에서 안전 업무와 서비스 업무를 나누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승무원 월급은 다른 비정규직보다는 낫다는데 왜 너희만 난리냐" 철도공사에서 책정한 승무원 월급 174만 원 가운데 위탁회사에서 이런 저런 명목으로 떼어먹는 돈과 세금, 4대 보험 등을 제외하고 나면 120만~140만 원 정도를 받는다. 물론 법정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그 수준에 맞춰져야 한다는 말인가?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건을 개선돼야지 더 비참한 사람도 있으니 그만하면 됐다는 것은 옳지 않은 얘기다. ◆"철도공사는 성차별 한 적 없다는데?" KTX 승무원은 선발 당시부터 키나 나이, 용모가 중요한 기준이었다. 남성 승무원 몇 명을 선발하고 나서 성차별을 해소했다고 말할 수 있나? 더욱이 정규직과 임금, 노동조건, 승진 등 모든 곳에서 차별이 이뤄지고 있는데 성차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철도공사에게 성차별의 시정을 권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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