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KTX 여승무원들의 철도공사 정규직 고용 요구에 대해 공사가 거부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던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이 문건이 작성될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안은 지난 7월 공사 기획조정본부에서 작성한 '직접고용 정규직의 전면 외주화' 계획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난 8월 공개된 철도공사의 내부문건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대응책으로 △유사 및 정규직 보조 업무는 외부업체에 위탁하고 △독립적인 업무수행 사업은 비정규직 운영규모를 최소화한다는 등의 내용을 검토했다. ☞관련기사 보기 : 철도공사, 정부대책 '정면 역행'…"청개구리냐"
이에 철도공사가 왜 3개월 만에 대응 방향을 바꿨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의 비정규직, 점진적 정규직화"
12일 KTX 여승무원들이 공개한 철도공사의 문서 '비정규직 법안 통과에 따른 철도공사의 비정규직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비정규직법안 통과에 대비하고자 비정규직의 인력운영 방향을 검토했다.
공사는 그 기본방향으로 △현재 정규직과 계약직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는 그 난이도나 성격을 고려해 기능직 업무로 구분하고 점진적으로 정규직화하며 △철도업무와 관련이 없는 지원성격의 업무나 단순·보조업무의 경우에는 계약직 또는 외주화를 통해 인력운용을 효율화할 것을 이 문건에 명시했다.
구체적인 계획으로 철도공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구분을 명확히 하고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경우 기능직7급 및 별정직7급 제도를 신설해 수용할 것을 검토했다. 이는 한국전력, 근로복지공단, 한국토지공사 등 7직급 체제를 도입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다른 공사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방책이다.
비정규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2007년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실제 정규직 고용 의무는 근로계약 체결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부터 발생함에 따라 공사는 사실상 2009년부터 그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고 2006년 이후 발생하는 기능직 업무 담당 퇴직자를 계약직으로 채용한 후 이들을 2009년 이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과 2009년부터 기능직업무로 구분된 계약직 인원에 해당되는 인원을 공개채용하는 전면 정규직화 방안을 함께 검토했다.
KTX 여승무원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대상이었을까?
이 문건으로는 공사가 검토한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에 KTX여승무원과 같은 외주위탁업체 소속의 간접고용 비정규직까지 포함되는지 여부는 명확치 않다.
그러나 공사는 비정규직 운용실태 항목에서 3020명의 직접고용 비정규직과 3760명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모두 함해 총 6780명의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같은 대응방안에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포함됐던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KTX 여승무원들은 이에 "이 문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업무를 수행하는 업무로 승무업무를 명시하고 있다"며 "이는 철도공사가 이 시기 KTX 여승무원들을 포함해 직접·간접고용 비정규직 7000여 명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했던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철도공사는 이 문건에서 기능직 업무로 구분해 점진적으로 정규직화할 대상으로 '역무, 승무, 선로보수, 차량검수, 설비'등의 업무를 꼽고 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이 문건이 철도공사에서 작성한 것이 맞는지 여부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여러 안 검토과정에서 비롯된 일"…"정규직화 못해준다는 것은 '정치적 판단'일 뿐"
그렇다면 철도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을 3개월 만에 전면 외주화로 뒤집은 것일까?
철도공사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난 번에 공개된) 7월의 문건이 더 나중에 만들어진 것이니 4월 문건은 신빙성이 없는 것 아니냐"며 "내부적으로 여러 측면으로 검토하다보면 그 안이 100건도, 1000건도 될 수 있다"고 이 문건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안 중 하나일 뿐이니 이 안을 가지고 공사의 정책에 변화가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비정규법안 대응책으로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세원 KTX열차승무지부장은 "철도공사가 비정규직의 단계적인 정규직화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해 비중있게 검토했다는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라며 "결국 철도공사의 전면 외주화나 KTX여승무원의 정규직화 불가 방침은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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