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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KTX 여승무원의 꿈…"불법파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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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KTX 여승무원의 꿈…"불법파견 아니다"

노동부 "100% 합법은 아니지만…그래도 합법"

"아, 언니, 떨린다."
"쟤들도 우리 되게 지겹겠다, 그치? 오늘이 마지막이면 얼마나 좋을까…."

29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향하는 KTX 여승무원들 속에서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 한국철도공사에 의해 외주 위탁된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KTX의 꽃'들은 29일로 212일째 철도공사의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과천청사로 이제 그만 오고 싶다'는 KTX 여승무원들의 꿈은 29일로 무너졌다. 노동부가 이날 오전 "철도공사의 KTX 여승무원 파견은 합법"이라고 재조사 결과를 밝힌 탓이다.

"KTX 여승무원, 파견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

엄현택 서울지방노동청장은 이날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철도공사와 (주)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 사이에 체결·시행 중인 승객서비스에 관한 위탁계약은 그 본질적 부분이 도급계약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사 및 유통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부는 지난해 9월 "철도공사의 위반 사항은 없다"는 1차 조사 결과에 이어 다시 철도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 무너진 KTX 여승무원의 꿈. ⓒ프레시안

서울지방노동청이 'KTX 여승무원은 위장도급이 아니다'고 판단한 주된 근거는 "철도유통이 노무관리상 독립성과 경영상 독립성을 철도공사로부터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측면이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장도급' 여부와 관련해 KTX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 정규직인 열차팀장과의 유기적인 협조 하에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 △철도공사의 기본적인 열차운행계획에 따라 근무시간이 결정되는 점 △철도공사가 승무서비스업무 관련 무전기, PDA 등의 기자재를 철도유통에 대여하고 이 기자재를 잃어버리거나 손상시켰을 때 공사가 직접 당사자에게 변상을 요구한 사실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철도공사의 KTX 여승무원 파견은 불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은 △열차팀장은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이 체결한 위탁협약서에 따라 여승무원의 업무수행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점 △여승무원에 대한 근무조 편성은 공사측 열차운행계획표에 따라 철도유통이 승무원 교번표를 작성하고 순서에 따라 배치하고 있는 점 △여승무원의 근태관리를 철도유통이 직접 담당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열차팀장의 업무와 여승무원 업무는 구별된다"

또 지시·감독 등 '노무 지휘권' 여부와 관련해 서울노동청은 "열차팀장의 주된 업무는 안전업무와 열차운행 업무이고 여승무원의 주된 업무는 고객서비스 업무로 양자간 주요업무는 구별되고 있다"며 '합법한 도급'이라고 결론 내렸다. 노동청은 이같은 결론의 근거로 일본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일본의 신칸센도 승무업무를 파견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지방노동청은 "철도공사가 각종 자료집과 매뉴얼을 통해 여승무원의 업무 수행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유통의 작업방식 결정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일부 불법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승객서비스의 성격상 서비스의 품질이 중요하므로 표준화된 서비스 기준을 정하는 것이 위탁계약의 본질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KTX 여승무원들은 '노무 지휘권'에 대해 △2003년 철도청(철도공사의 전신)이 내부적으로 "여승무원이 관리자의 지시·감독에 의해 업무를 수행함으로 도급위탁이 곤란하다"고 검토한 점 △철도공사가 각종 규정과 매뉴얼을 작성해 철도유통에 제공하는 방법으로 철도공사가 실질적으로 업무처리 절차, 요령 등 업무 수행방법을 결정하는 점 등을 근거로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의 노무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100% 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논란의 소지 스스로 인정한 셈
▲ KTX 여승무원들은 그간 철도공사 소속 정규직인 열차팀장과 자신들의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불법파견을 주장해 왔지만 정부는 29일 "100% 합법은 아니지만 불법파견은 아니다"는 취지의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프레시안

한편 이날 '합법'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지방노동청이 "인사노무관리상의 독립성과 경영상의 독립성이 일부 침해된 측면이 있다"며 일부 불법 요소를 인정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엄현택 청장은 "100% 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일부 불법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서울노동청은 조사결과 발표에서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의 업무수행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교육시 공사가 제작한 교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점 △공사에서 손망실된 기자재에 대해 여승무원에게 직접 변상조치를 하고 있는 점 △열차팀장의 업무확인 과정이 업무지시로 받아들여지기 쉽고 또 일부 직원에 의한 업무지시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근거로 일부 불법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엄현택 청장은 "노동부의 점검 지침에 따르면 인사노무관리나 사업경영상의 부분 중 어느 한 부분이 독립성이 침해된 것으로 판단되면 그건 불법으로 본다"며 "그러나 KTX 여승무원의 경우는 각각 일부의 독립성 침해 사실이 있기는 하나 어느 한쪽이 완벽히 독립성 침해로 보기는 어려워 종합적으로 합법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발표 시기가 늦어지고 그 과정에서 철도공사가 입장을 공문으로 보내는 등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과 관련해 엄 청장은 "발표 시기가 늦춰진 것은 법률자문단으로 위임된 민변 소속 변호사의 공정성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 때문이었으며 철도공사로부터 어떤 입장이 담긴 공문도 받은 바 없다"고 외압설을 부인했다.

KTX 여승무원 "어떤 탄압과 왜곡도 진실을 끝내 가릴 수 없다"

여승무원들 80여 명은 이날 노동부의 발표가 있기 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조사결과가 어떠하든 우리는 상관하지 않겠다"며 "외압과 로비에 의해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정부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진실의 승리를 위해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여승무원들은 "그 어떤 탄압과 왜곡으로도 진실을 끝내 가릴 수 없다는 것을 믿는다"며 "우리가 옳다는 것이 증명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날 노동부의 발표로 '전직 KTX 여승무원'이 된 이들의 '진실'이 밝혀질 기회는 또 다시 저만치 멀리 간 듯 보인다. KTX 여승무원들은 자체 회의를 통해 향후 투쟁과 대응방법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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