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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중근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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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중근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장] 노동계 진상조사단의 현장상황 재연 조사

포항 건설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쓰러져 사망한 조합원 하중근 씨의 사인을 놓고 노동계와 경찰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노동계는 하 씨가 경찰에 맞아서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넘어져서 사망했을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 씨가 쓰러진 지난달 16일, 하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중근 씨 사망 사건에 대한 노동계 진상조사단이 18일 그 날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경찰에 의해 머리 맞고, 승용차에 기대어 앉은 상태로 발견돼"

경북 포항 형산로터리에서 실시된 이날 현장조사에서 증언한 목격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하 씨는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뒷머리 등을 맞았으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정리된 뒤에야 갓길에 세워진 승용차에 기대어 앉아 있는 상태로 동료들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조사에서 밝혀진 진술을 토대로 그 날 상황을 종합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7월 16일. 이날은 포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지 나흘 째 되는 날이었다. 포스코 본사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300~400명의 조합원들과 울산에서 올라온 건설노동자들이 이날 함께 집회를 갖고 포스코로 가던 중 포스코 공장을 눈앞에 둔 형산로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게 됐다.

목격자 A 씨에 따르면 하 씨는 당시 집회 현장의 맨 앞줄에 있었다. 2시 20분경에 경찰이 오른쪽 방향에서 갑자기 소화기 분말을 뿌리면서 방패를 지면과 수평으로 세우고 노동자들 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 지난달 16일 경북 포항 형산로터리에서 노동자들의 행진을 저지하던 경찰이 오후 2시 20분경 노동자들 쪽으로 밀고 들어온 상황을 노동자들이 재연하고 있다. ⓒ 프레시안

당시 A 씨는 경찰에 밀려 뒤로 도망쳤으며 "그 상황에서 하 씨가 경찰에 의해 오른쪽 어깨 부분을 맞고 몸을 웅크린 상태에서 뒷머리를 방패로 맞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A 씨는 "당시 경찰이 지면과 직각으로 방패를 세우고 모서리로 하 씨의 뒷머리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 노동자들이 하중근 씨가 경찰의 방패에 뒷머리를 맞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 프레시안

이는 하 씨의 부검에 참여했던 신경과 전문의 김진국 씨의 주장과도 비슷하다. 김 전문의는 지난 1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양 팔에도 근육간 출혈이 있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어떤 물체에 의해 머리에 충격이 오자 팔을 들어 머리를 감싸쥔 상태에서 양 팔과 갈비뼈에 추가 가격이 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증언과 순서의 차이는 있으나 어깨 부분과 머리에 가격이 있었다는 것은 일치하는 부분이다.

A씨 역시 경찰이 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경찰이 휘두르는 방패에 긁혀 왼쪽 눈을 다쳤다.

또 다른 목격자 B씨는 "경찰이 밀고 들어오면서 하 씨가 경찰에 의해 에워쌓였다"고 증언했다. 본인 역시 경찰이 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10m 정도 뒤 인도에 놓여있는 공중전화 박스 근처까지 밀려났으며 그 장소에서 하 씨가 경찰들 속에 갇혀 구타를 당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B씨는 "경찰들이 자신들 속에 포위된 하 씨를 노동자들 쪽으로 밀어냈으며, 이에 하 씨는 경찰의 저지선 바로 앞에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목격자 C씨는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 하 씨가 경찰의 저지선 바로 앞의 갓길에 세워진 검은색 승용차 뒷바퀴에 기대어 앉아 있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이런 C씨의 증언은 경찰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을 봤다는 B씨의 증언과는 다소 다르다. 경찰들 사이에 둘러쌓여 있던 하 씨가 경찰의 대오 밖으로 밀려난 뒤 검은 승용차 뒷바퀴까지 걸어갔을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으나, 이날 현장조사에서 그런 과정을 목격했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 고 하중근 씨가 갓길에 세워진 검은색 승용차 뒷바퀴에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을 한 노동자가 재연하고 있다. ⓒ 프레시안

하 씨가 병원으로 후송되기 직전 조합원들에 의해 발견됐을 때 하 씨는 주차된 승용차에 기대어 앉아 있었던 것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 부분에서 일치하기 때문이다. C씨뿐 아니라 하 씨를 직접 부축해 병원으로 후송할 차까지 그를 데리고 갔던 D씨도 자신이 승용차에 기대어 있던 하 씨를 발견해 부축했다고 주장했다. 하 씨가 발견된 시간은 2시 50분경이었다.

"조합원들에 의해 밀려 넘어져서 사망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중근 씨를 부축해 옮기는 모습의 재연. ⓒ 프레시안

이날 현장조사에서 증언한 목격자들의 진술을 정리해 보면 집회 대오의 맨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하 씨는 경찰이 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머리를 다쳤으며 이후 계속 밀고 들어오는 경찰들 사이에 에워쌓였을 가능성을 추정해볼 수 있다.

이후 하 씨는 경찰에 의해 밖으로 밀려났으며 일정 거리를 걸어서 길가에 주차된 검은 승용차 뒷바퀴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동료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에 하 씨가 입고 있던 조끼에 이미 피가 묻어 있는 상태였다.

현장조사에서 드러난 이같은 정황이 사실이라면 노동자들이 뒤로 밀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하 씨가 동료들에 의해 넘어져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경찰측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이날 현장조사에 참여한 권영국 변호사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하중근 씨가 있었던 위치에는 건설노조 조합원이 거의 없었다"며 "조합원들에 의해 밀려 넘어질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 씨가 사망한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노동계는 하 씨의 사인이 정확히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되기 전에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하 씨의 국과수 부검 결과에 대해서만 브리핑을 했을 뿐 계속 수사중이라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이번 현장조사의 결과대로 하 씨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다쳐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면 당시 시위진압을 책임지고 있던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현장조사 결과와 100여 명에 달하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다음주 중에 3차 진상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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