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직접적인 가격보다는 전도에 의한 상처일 가능성이 우선"
윤시영 경북지방경찰청장은 10일 국과수로부터 넘겨받은 부검 감정서를 토대로 하 씨의 사인은 "두부손상, 즉 두개골 골절과 뇌좌상 등으로 판단된다"며 "두부손상은 후두부 왼쪽에 작용한 외력에 의해 형성된 대측충격손상(상처의 반대 부분에 일어난 골절과 손상)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청장은 "대측충격손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아 두부손상은 직접적인 가격보다는 전도에 의해 생겼을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도란 움직이는 머리가 고정된 물체에 부딪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윤 청장의 말은 넘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윤 청장은 이어 "뒷머리 오른쪽 부분에 또 다른 손상이 형성돼 있고 두개골 골절 부위가 통상 단순히 넘어져서 발생하는 부위보다 약간 아래인 점 등으로 보아 (이 손상들이) 넘어져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당시 현장 및 제반사항에 대해 조사한 뒤에야 사망의 종류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이번 발표는 "왼쪽의 충격이 뇌출혈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 점에서는 노동계 진상조사단의 발표와 일치한다. 그러나 노동계 진상조사단은 "면적이 넓은 물체 또는 둥근 물체이면서 상당한 무게가 있는 것에 강력한 힘으로 가격당했거나 머리가 충돌해 발생한 것"이라고 밝힌 데 반해 경찰은 '가격 가능성'보다 '전도, 즉 넘어졌을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경찰의 발표대로라면 하 씨의 사인을 경찰의 직접적인 폭력에 의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물론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당시 하 씨가 쓰러지던 상황에 대한 사진이나 증언 등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인만큼 하 씨의 사인이 '물체에 의한 가격'이 아니라면 명확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하 씨와 같은 머리 아랫부분의 상처는 넘어져서 생기기 힘든 부위"
그러나 경찰의 발표에 대해 여러 가지 점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 씨에 대한 국과수의 부검에 참여했던 김진국 신경과 전문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11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사람의 머리가 구형인만큼 넘어질 경우에는 뒤통수의 윗부분이나 귀 위쪽의 척두골(머리 옆부분)에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 하 씨의 경우는 머리 아랫부분에 상처가 났다"며 "그 부분은 넘어져서 다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넘어지면서 돌출된 물체에 머리 아래를 부딪쳤을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전문의는 "그런 경우라면 돌출된 물체에 찔리는 형태로 상처가 남게 되며 하 씨처럼 넓은 부위에 상처가 남기는 힘들다"고 말해 이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인도에 뒷머리를 부딪쳤다면 귀 뒤쪽 피부와 안면 일부까지 길게 손상이 나타나야 한다"고 김 전문의는 밝혔다. 여러 가지 정황상 전도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경찰의 발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욱이 하 씨의 부검 결과 겨드랑이 바로 아래의 4번, 5번 갈비뼈가 부러진 것이 발견됐다. 김 전문의는 "이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팔이 보호막 역할을 해 부러지기 힘든 부분"이라며 "팔이 올려진 상태에서 가격을 당해 부러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김 전문의는 "양 팔에도 근육간 출혈이 있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어떤 물체에 의해 머리에 충격이 오자 팔을 들어 머리를 감싸쥔 상태에서 양 팔과 갈비뼈에 추가 가격이 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의는 또 "이처럼 머리 외에도 5곳에서 손상이 발생된데다가 이 상처들이 모두 거의 동시에 발생된 것으로 보이는만큼 넘어져서 이만큼의 상처가 발생하려면 설악산 정상에서 굴러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문의는 "상처가 거의 같은 시기에 생긴 것이라는 점은 부검 당시 국과수팀도 인정한 부분"이라며 "넘어져서 생겼다면 나머지 다섯 부분의 상처가 설명이 안 되니 경찰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추가 멘트를 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 발표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점이 제기되는 가운데 노동계는 "경찰의 하 씨의 부검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과수가 감정 결과를 직접 발표하지 않고 경찰이 발표한 점도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 씨의 죽음을 둘러싼 책임공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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