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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절름발이 규제'가 세입자 '영끌' 매매판으로 등떠밀었다…세입자 안전망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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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절름발이 규제'가 세입자 '영끌' 매매판으로 등떠밀었다…세입자 안전망 마련해야

[기자의 눈] 세입자 '전세권 등기' 의무화부터 시행해야 임차인 권리 보호 가능

아파트 전세 씨가 마르면서 전세 수요가 '억지 매매 수요'로 전환해 집값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빌라 등 다세대 주택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 사기 공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세입자의 전세권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지만 정부와 국회가 세입자 보호에는 손을 놓고 전세대출 규제에만 목을 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현재 업계에 따르면 빌라 전세 시장이 마비된 핵심 원인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인 이른바 '126% 룰(공시가격 140%, 담보인정비율 90%)'이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겠다며 이 기준을 대폭 강화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세입자들을 보호구역 밖으로 쫓아내는 자가당착을 낳았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시세와 공시가격의 괴리가 크다. 실제 매매 시세가 3억 원이라 할지라도 정부가 책정한 공시가격이 1억8000만 원 수준이라면 보증보험이 가능한 전세보증금 마지노선은 2억2000만 원이 된다. 즉 전세보증금이 2억2000만 원을 웃돌면 세입자는 보증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결국 기존 전세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는 집주인이 이 126% 룰을 맞추지 못하면 위험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에 하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유찰을 거듭한다면, 세입자는 HUG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대상에서도 제외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보증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이를 우려하는 세입자가 아파트 전세에서 빌라 전세로 눈을 돌릴 리 만무하다.

세입자가 빌라 임대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하려면 세입자를 확실히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핵심으로 꼽히는 제도 개편안이 '전세권 설정 등기 의무화 및 수수료 면제'다. 집주인 동의 없이도 전세 계약과 동시에 등기부등본상 세입자에게 절대적 1순위 물권 권리를 부여하면, 세입자는 국가 보증 없이도 자산을 지킬 수 있다. 만에 하나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일이 생기더라도 세입자는 제1 채권자로서 지위를 갖게 된다.

보증금의 일정 비율을 제3의 금융기관에 강제 예치하도록 하는 '전세 에스크로(Escrow) 제도'를 의무화하는 제도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자산이자 자신이 진 '빚'인 전세보증금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것은 집값 부풀리기의 주범인 갭투자를 막는 데 효과적이며, 세입자의 자산을 집주인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도록 하는 도덕적 규범에도 맞는다.

나아가 깜깜이 빌라 시세를 왜곡해 사기를 방조한 공인중개사에게 '무한 연대책임'을 묻는 법 개정 역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중개인이 기획부동산과 짜고 세입자를 위험에 방치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주장들은 이전 여러차례 제기돼 왔다. 특히 정부가 현재 갭투자 방지를 위해 마련한 전세대출 규제와 결합한다면 세입자의 권리도 지키고 집값 폭등을 막을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그간 정책당국은 이런 주장들을 묵살해 왔다. 임대인 세력의 표심 반발을 두려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경기 침체 국면에서 정부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부동산 부양 카드'를 원천차단하는 것을 피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비판이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제기돼 왔다.

정공법인 제도 보완 대신 정부가 택한 대안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동반한 '비아파트 무제한 매입임대'다. 민간 전세 시장이 망가지니 세금을 투입해 빌라를 통째로 사들여 공공임대로 소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이에 최근 들어 LH와 HUG의 든든전세 등 공공임대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는 결국 미분양과 역전세 위기에 몰린 좀비 건설사들과 다주택 투기꾼의 물량을 국민 혈세로 대신 사들여 부동산 시장 붕괴를 떠받치는 '언 발에 오줌누기' 대책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규모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세입자는 결국 전세보증금을 낮춰 월세로 전환한 임대시장에 들어가 매월 큰 지출을 감당해야 하거나, 이를 피하려 울며 겨자먹기로 부동산 장사꾼들의 선동을 따라 주택 매매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7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어 있는 전월세 매물. ⓒ연합뉴스

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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