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 전용철 씨가 경찰의 폭력진압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해 경찰청장이 교체됐었다. 경찰은 당시 '방패에 의한 가격 금지' 등을 약속했었다.
"뒷머리 5cm 열상은 방패에 찍힌 것"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하 씨는 머리 뒷부분에 5cm 가량의 일직선 모양으로 찢어진 상처(두피열상)를 입었고, 찢어진 부분 반대편인 전두엽 부분에서 뇌출혈이 일어났다. 즉 무언가에 뒷머리를 심하게 맞아 그 충격으로 머리 앞부분에서 출혈이 일어난 것이다. 이를 '대측 손상'이라고 부른다.
하 씨는 당시 담당 의사가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지금 당장은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뇌출혈이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 씨는 2차례의 뇌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뇌사 상태로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무엇'에 의해 충격을 받았느냐는 것이다. 진상조사단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경찰이 처음에는 '노조원이 던진 돌에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돌에 맞으면 두개골이 함몰하거나 상처가 면으로 나타난다"며 "'일직선으로 5cm가 찢어진' 상처를 볼 때 날카로운 무언가에 찍힌 것이 분명하고 경찰이 방패 날을 세워 가격했음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 권영국 변호사는 "당시 집회 대열 앞에 서 있던 참가자들 수십 명이 경찰에게 가격 당했고, 현장에서 파악한 부상자 16명 중 15명이 모두 방패에 찍혀 얼굴과 머리 부위에 상처를 입었을 정도로 경찰은 머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가격했다"며 "하중근 씨도 경찰을 피해 도망가던 중 방패 날에 후두부를 찍혀 치명상을 입은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또한 "전의경들이 전투화로 방패 아랫부분의 고무패드 부분을 밟아 벗겨내는 모습이 시위 현장에서 자주 목격됐고, 심지어는 아스팔트에 방패 날을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진압 경고방송도 안 하고, 토끼몰이식 기습"
진상조사단은 당시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경찰은 진압 전에 집회해산 경고 방송을 세 차례 하게 돼 있는데, 그 날은 경고방송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이 일어난 16일은 포항지역건설노조원들이 포항시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던 때로, 건설연맹 등이 포스코 본사 인근 형산로터리에서 포항건설노조 파업지지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 하 씨와 함께 있었다는 노조원 이 모 씨는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연설을 하고 '포스코에 들어가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말하며 집회장을 떠난 직후, 사회자가 '이지경 위원장(포항건설노조)이 왔다'고 말하는 순간 경찰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모두 맨 손이었고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나중에 돌아와보니 십수 명이 피를 흘리며 길바닥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경찰이 '방패 가격 금지'의 규칙을 어기고 일부러 방패 고무패드를 벗겨 머리를 의도적으로 가격했다면, 공무집행 중 발생한 '미필적 고의'를 넘어 살인미수나 상해치사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 측은 "하 씨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쳤는지 알 수 없다"며 "경찰 방패에 맞아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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