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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진보정치연구소가 뽑은 '2004년 10대 명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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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진보정치연구소가 뽑은 '2004년 10대 명저'

"암울한 시대, 진보의 키워드는 희망과 진실"

"예전의 진보운동과 이론은 '답이 있는 교과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답이 없는 시대, '답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가 지난 한 해의 '10가지 진보적 연구성과'를 선정, 발표했다.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신영복, 돌베개 펴냄), <희망의 원리>(에른스트 블로흐, 열린책들 펴냄) 등을 선두로 에너지, 학벌, 평화, 중동분쟁, 비정규직 등 각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서적들이 성과로 선정됐다.

조현연 진보정치연구소 부소장은 "'지성의 위기와 희망의 부재'라는 암울한 시대상황과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책들이 잘 팔리는 출판현실에서 진보적 시각으로 괜찮게 쓰여진 책을 고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뽑을 수 있는 근거는 '희망'과 '진실'이라는 열쇠말이었다"고 선정의 변을 밝혔다.

조 부소장은 "진보적 학계는 공산권 몰락 후 10년이 넘도록 제 역할을 못해왔다. 새로운 길 모색과 성찰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불안과 함께 지적욕구에 대한 갈증이 팽배하게 쌓여온 것도 사실"이라며 "사실 예전의 진보운동과 이론은 '답이 있는 교과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답이 없는 시대, '답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 진보정치연구소가 새로운 진보담론의 생산지로서 이 상황을 정면돌파할 것"이라는 포부도 덧붙였다.

다음은 선정도서와 추천의 변.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과 <희망의 원리>**

<사진1><사진2>

지은이에게 고전은 '오래된 미래'로, <강의>는 2,000-3,000년전 춘추전국시대의 동양 고전을 매개로 과거를 재조명하며 현재와 미래의 길을 모색한다. 신영복의 고전 독법은 단순한 고전 강독이 아니라, 고전을 매개로 한 역사 읽기이자 동양사상을 통해 우리 시대의 담론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사서삼경 등 유가서는 물론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등 중국 제자백가서를 두루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자구에 대한 축자적인 번역이나 해설보다는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 '현재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등 성찰적 인식을 강조한다. 지은이의 또 다른 독법은 동양 고전에 대한 '관계론적 이해'이다. 이는 개별 존재를 앞세우며 차별과 차이를 강조하는 서양의 존재론적 사고와 그 폭력성을 동양 사상의 관계론으로 극복, 치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즉 관계가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것으로, 그 관계의 사유로 존재의 사유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실천의 몫이다.

<희망의 원리>(Das Prinzip Hoffnung)는 마르크스주의적 비판과 메시아적 희망을 접목시킨 철학자이자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혀를 단 예언자'로 불린 에른스트 블로흐(1885~1977)의 사유가 집약된 대표작이다. 총 5부 55장으로 구성되어 더 나은 삶에 대한 동경을 모티브로 삼은 이 책이 집필된 시기는 1938~1947년이다. 독일 나치 정권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이 시기에 블로흐는 '희망'을 삶의 '원리'로 구축하는 이 기나긴 철학적 에세이를 써나갔다.

지은이의 용어대로 표현하면, 희망은 '아직 아닌 존재'의 존재론이다. 그가 볼 때 인간은 아직 완결되지 않은, 완성되지 않은 존재이며, 자신의 모든 본질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다. 이렇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를 블로흐는 '아직 아닌 존재'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이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성을 향해 나아갈 때 그 존재의 바탕에 놓여 있는 것이 바로 '희망'이다. 희망이란 인간의 '기본적 충동'이며 '기본적 정서'인 것으로, 인간은 살아 있는 한 무언가를 갈구하지 않을 수 없으며 희망은 인간 존재의 필연적 특성인 것이다.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과 <노동시장 유연화와 비정규직 고용>**

<사진3><사진4>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불평등의 구체적 실체와 그 심화 정도는? 계급구조는?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은 IMF 경제 위기 이후 구조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위기를 계급분석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대응책을 모색한 책으로,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실제를 계급분석적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소득과 재산 불평등이 어떻게 계급과 연관되는지를 경험적으로 분석하고, 사회통계적 연구를 바탕으로 불평등의 실체를 총체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1997년 말 시작된 경제위기가 한국 사회의 계급구조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와 함께 특히 노동계급의 위기 대신 중산층 위기만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지적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비정규직 고용>에서 지은이는 비정규직의 규모가 50%를 넘어섰고, 한국의 노동시장이 미국에 견주어도 더 유연한 상황임을 명확한 검증을 통해 증명한다. 또,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대한 검토를 통해 최저임금제와 관련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이슈가 된지 한참이고, 그에 대한 통계와 정책 대안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으나 국책연구소나 재계에서 낸 연구물 대부분이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문제의 실상을 축소, 은폐시켜온 것이다. 실천적인 관점과 실증적 과학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비정규직 고용>은 노사관계, 노동운동, 노동정책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적극 권유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이미지와 현실 - 시오니즘 지식 권력은 어떻게 진실을 왜곡했나?>, <세계분쟁과 평화운동>**

<사진5><사진6><사진7>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은 지은이의 미국 사회에 대한 참여관찰의 결과물이자 '토종' 미국학서라는 점에서, 그리고 미국 내부의 속살을 입체적으로 파헤치면서 비판과 분석을 넘어 행동과 실천을 적극 촉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라크전이 개시되었을 때 미국에 체류했던 지은이는 1년간 현지에서 각종 미디어를 모니터하고 여러 학술대회와 강연을 참관하며 자료를 수집하여 자본주의 세계체제, 보수기독교, 이라크 전쟁, 테러와의 전쟁, 군산복합체 등 미국의 단면을 드러내는 조각들을 하나로 맞추어 미국의 역사와 사회를 움직이는 작동원리를 드러낸다. 김동춘은 현대의 미국을 존립하게 해주는 두 엔진인 ‘시장'과 ‘전쟁'이란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국사회의 작동원리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전문적 용어와 추상적 개념의 사용을 피하고 시사적인 쟁점을 중심으로 논의를 펼치고 있어 전공자가 아닌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는 세계 제1의 화약고가 된 중동의 뇌관, 즉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한 편견과 오류, 허구를 비판하고 고발한 책으로, 특히 지식-권력의 밀월관계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며 흥미로운 저작이라 할 수 있다. 시오니즘 지식권력이 학술적 권위라는 이름 아래 대중적으로 유포시켰던 편견과 허구를 파헤치면서, 지은이는 그들이야말로 이스라엘의 야만적 침략행위를 정당화하고 중동 평화를 향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좌절시킨 장본인이라고 지적한다.

3차 중동전쟁이나 오슬로 협정 등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우연적 결과, 정당방위, 자발성, 평화'의 담론으로 치장한 시오니스트 지식인들의 거짓말은 이스라엘 건국 당시 팔레스타인은 원래 무인지대였고, 아랍 난민들은 정책적 계획과 관계가 없으며. 정착촌들은 단순한 개척이고, 이스라엘은 평화적 해결을 모색했으나 아랍 세계가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지은이는 거물급 지식인들의 이러한 주장을 풍부한 최신 자료 조사를 통해 깨나가는데, 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은 유대인들이 그 땅에 '유대민족만의 배타국가'를 세우려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중동에 정의가 구현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분쟁과 평화운동>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시민들이 전쟁반대와 평화를 외치고 있는데도, 전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가 엮은 <세계분쟁과 평화운동>은 이 질문에 답을 제공하려는 중요한 시도 가운데 하나로,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억압과 분쟁의 참상과 분쟁의 배후에 있는 패권주의와 자본의 횡포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전쟁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는 한반도에서, 폭력적 방법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의 길을 찾으려는 한국 사회운동의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이기도 하다.

평화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분쟁을 분석하면서 이 책은 ‘차이의 인정과 공존의 모색'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전쟁이 없는 상태로서의 평화를 넘어, “평화를 위한 물적 기반과 대안적 안보관, 공정하고 인도적인 가치체계, 인권의 절대적인 존중, 그리고 전지구적 차원에서의 평등주의의 실천” 등을 담고 있는 적극적 평화의 개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학벌사회, 사회적 주체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와 <헌법의 풍경,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사진8><사진9>

<학벌사회>는 골 깊은 한국 사회의 교육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철학적 메스를 들이댄 책으로, 단순히 책상머리에서 이루어진 사변의 결과물이 아니라, 여러 해 동안의 실천적 운동과 이론적 성찰의 만남이 낳은 결실이다.

지은이는 스스로 주체성을 포기하는 개인들에 주목하면서, 개인의 주체성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고민과 일부 학벌에 의해 권력이 독점되고 지배되는 현상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부제 "사회적 주체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에서 알 수 있듯, 사회현상으로만 논의되어져온 ‘학벌'을 사회적 실체로서 ‘주체'의 위치에 두고 사유를 전개한다. 즉 학벌은 그냥 만연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일정한 질량과 외연을 갖고 작용하는 사회적 실체, 주체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연구 역시 체계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봉은 최고의 학벌을 얻기 위해 인류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삼는 만연된 사회풍조를 가리켜 '학벌사회'라 규정하면서, 심각한 교육문제의 근본 해결점을 '학벌서열'의 타파에서 찾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학벌로 인한 권력의 독점과 사회적 불평등, 사회적 주체성의 문제, 교육의 파탄, 국가경쟁력의 위기, 교육의 이념과 학교 평준화 등의 제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고 학벌이라는 왜곡된 사회적 공동 주체성에 맞서 학벌 사회에서 학벌 없는 사회의 당위성을 제시하면서, 사회 학벌서열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 폐지론'이라는 극약처방까지 주저하지 않는다.

<헌법의 풍경>은 소수의 법률가 집단이 그들만의 언어로 법률을 독점해 법과 헌법의 이념이 일반인들과 괴리되버린 그 벽을 허물어보려는 야심찬 시도로, 법은 어려운 것이자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쓰여진 법학 교양서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과 법학의 불화', '시대와 법조계의 불화', 왜곡된 법조 문화에 대한 검사 출신 현직 법대 교수의 일종의 자기고백이기도 하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는 초심이 결국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또 법과 시민이 따로 노는 어두운 현실을 뚫고 나아가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용기라는 생각으로 썼다는 <헌법의 풍경>은 사법개혁이 우리 사회에서 왜 그토록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인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헌법 정신, 결코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기본적 인권의 문제, 피의자·피고인이 유일하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인 말하지 않을 권리, 앞으로 법률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차별받지 않을 권리인 평등권 등 일반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헌법과 법률의 내용들을 딱딱하고 권위적인 법률 전문가의 말이 아닌 친절한 친구의 목소리로 흥미롭고도 구체적으로 전달해준다.

***<다시 태양의 시대로>**

화석 에너지가 없는 세상을 과연 상상할 수 있는가? 석유는 고갈되고 있고 에너지 사용이 폭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류가 치러야 할 대가는 얼마나 혹독할까?

지은이는 천연가스나 원자력 등의 대체 에너지원도 50-6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며 화석에너지 시대는 이미 끝나고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재생가능 에너지, 태양에너지를 비롯한 다른 에너지 자원에 대해 설명하고 에너지 위기 속에서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로부터 벗어나려면 두말할 필요 없이 덴마크나 독일처럼 재생가능 에너지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에너지 전환을 두려워하며, 또 지금까지처럼 석유와 원자력을 계속 사용했으면 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태양의 시대로>는 냉엄한 현실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가운데 조금만 노력하고 생각한다면 분명히 재생에너지만으로도 대안은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은 이미 풍부하게 존재한다. 우리가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술의 이용이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햇빛을 이용한 발전과 난방, 바랑과 물을 이용한 발전, 지열을 이용한 난방과 냉방, 생물자원을 이용한 발전과 난방, 자원 생산 등 모든 기술이 존재한다. 의지만 있다면 제2의 태양시대로 나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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