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송파 시위가 체육계 업무를 방해하고 촬영 기자를 쫓아내는 등 무법지대로 전락한 모양새다. 대통령까지 시위대의 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자, 오상택 서울 송파경찰서장은 위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내렸다.
11일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일군의 시위대가 서울 송파구 개표소였던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입구에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경기장 입구를 틀어막고 사람들의 출입을 제지 중이다. 지난 8일 오전에는 경기장 내부에 보관된 훈련 물품을 가지고 나오려는 핸드볼 여자 주니어 대표팀 선수들을 제지하며 "양말을 벗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니, 10일에는 경기장에 들어가려는 체육계 관계자를 막아섰다.
대한체육회는 시위대 제지로 인한 업무 수행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단체는 10일 성명을 내고 "체육단체의 정상적인 업무수행과 다가오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비 국가대표 훈련지원과 70여 종목 이상의 체육지도자 실기구술 자격검정 시행 등 각종 체육행정 서비스 제공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행정 물품들을 반출할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체육계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소속 12개 종목 단체 연합회가 이날 오전 올림픽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들의 일터로 돌아가고 싶습니다"는 현수막을 보였지만, 시위대가 마이크 전원선을 무단으로 뽑는 등의 폭력 행위로 5분여 만에 회견을 끝냈다.
시위대에 피해를 입는 건 체육계만이 아니다. 전날에는 출입구를 지키는 경찰에게 대뜸 "복면을 벗으라"며 고함을 지르는 시위 참가자들로 인해 소란이 일었다. 한 참가자는 "여기(경찰)에 중국인 있느냐"고 해 경찰이 "여기 모두 같은 한국 사람들"이라고 답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취재진을 향한 위협도 계속됐다. 같은 날 시위대는 현장을 촬영하고 있는 한 매체 방송기자들을 둘러쌓아 "왜 우리를 찍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왜곡 보도를 하는 방송사가 많아 자신들이 어떤 형태로든 영상에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명분이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기자들은 "선생님들 촬영본은 전부 삭제하겠다"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외부는 물론 시위대 내부에서도 갈등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현장에는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해 온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시위에 침투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퍼져 있다. 이 음모론을 근거로 '부정선거' 구호를 비판하거나 수상해 보이는 참가자들을 공격하고 온라인에 신상을 박제하는 행위가 반복됐다.
경찰은 시위대가 벌이는 폭력 사태를 제지하기는커녕 자신들조차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김민규 서울경찰청 2기동단 경비과장은 지난 9일 경찰 내부망에 "경찰 기동대원은 인내와 무대응이 강조되지만, 작정하고 퍼붓는 시비, 도발, 욕설 앞에서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다"며 "(시위)과정에서 이뤄지는 소규모의 불법과 일탈 행위는 대부분 교정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글을 올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경찰) 근무자들이 시위대에게 조롱받고, 심지어는 욕설도 듣는 등 사지에 몰린 상태로 근무 중"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같은 절규에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도저히 납득할 수도 없고 용납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백주 대낮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시위대 행적을 비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토론은 마땅히 보장돼야 하지만 선을 넘는 행위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며 "현장 경찰관과 주변 시민들에 대한 비상식적인 폭력행위가 더는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자 경찰 지휘부는 엄정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오상택 송파경찰서장은 11일 개표소 일대 시위 참가자들의 모욕 행위에 적극 대응하라며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는 이유로 경찰관에게 시비를 걸거나 모욕적인 언행을 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시위 참가자에게 고지하라고 지시했다.
또 오 서장은 경찰의 경고에도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불법 행위가 반복될 경우 현행범 체포를 포함한 현장 검거까지 적극 검토하라는 방침도 밝혔다.
시민사회에서는 시위대 안팎에서 참정권 보장에 대한 요구와 폭력 및 혐오를 엄격히 분리·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채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가가, 사회가, 그리고 또 집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평화 집회를 오염시키고 위험을 발생시키는 폭력, 혐오, 차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그런 차원에서 비상행동 때 있었던 집회에서는 매번 평등수칙을 알렸고, 심지어 돌발행동을 하는 개인에 대해 시민들이 집단으로 제지를 한 경우도 있다"며 "참정권의 가치와 민주주의를 이야기 하는 집회가 그들의 혐오와 차별을 용인한다면, 그 집회는 부정선거세력들의 집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