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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민은 세금 때문에 국적을 포기하고 있는가?

[복지국가SOCIETY] "박근혜, 증세로 복지 확대해야"

<마농의 샘>, <마틴 기어의 귀향>, <까미유 끄로델> 등으로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Gérard Xavier Marcel Depardieu)가 올랑드 정부의 부자 증세 정책에 반대하여 지난달 프랑스 국적을 포기하고 올해 초에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였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만화를 소재로 만든 영화 <아스테릭스> 등 170여 편에 출연하면서 프랑스의 정신과 정서를 잘 반영한 국민 배우로 불리는 존재여서 프랑스 사람들의 충격은 더 큰 듯하다.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루이뷔통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도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데 이어 드파르디외까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것을 두고 프랑스 국민 다수가 부자 증세 법안에 반대하는 듯이 보도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의 60%가 부자 증세를 지지한다는 사실은 온데간데없다. 또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부자 증세 법안이 헌법재판소에서 부분 위헌 결정을 받자, 올랑드 대통령이 부자 증세를 포기할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내보내며 한국에서 부자 증세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작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에 힘입어 국민 배우로 추앙받는 영광을 누려온 유명 배우가 국적까지 옮기며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것에 대해 실망과 비난의 목소리가 더 높은 편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드파르디외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는 사람들이 57%였고, 세금 회피를 위해 외국 국적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56%가 반대하였다(Harris interactive, 19/12/2012). 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드파르디외가 올해 러시아 시민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국민은 그를 예전보다 더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1960년대를 풍미한 섹시 배우이면서 모피 반대와 동물 보호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해온 브리지트 바르도(78)가 "프랑스가 아픈 서커스 코끼리 두 마리를 안락사한다면 나도 러시아 망명을 신청할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성명서를 발표한 것을 두고, '프랑스에서는 배우들이 자신의 주장을 알리려는 방법으로 국적 포기를 자주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소위 프랑스식 '개념 연예인'이었던 바르도가 드파르디외의 러시아 국적 취득으로 실망한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그러한 풍자성 성명을 발표하였다는 해석도 있다.

▲ 부자 증세에 반대해 프랑스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 시민권을 얻은 프랑스의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지난 6일(현지시각) 러시아 중남부 모르도비야 자치공화국의 사란스크 공항에서 여권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프랑스 특별소득세 부분 위헌, 75% 고세율 때문?…거짓말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자본소득을 포함하지 않고 100만 유로를 초과한 근로소득에만 75%의 세율을 부과하는 특별소득세의 도입이 위헌 결정을 받은 것을 두고 사실 자체를 적극 왜곡해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 언론들이 보도하듯 75%의 높은 세율 부과가 위헌인 것도 아니며, 증세의 목적과 원칙이 프랑스의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과세의 계산과 부과 방식이 문제가 될 뿐이다. 즉 이번 위헌 결정은 증세 정책 전체가 아니라 세금 부과 방식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내려졌다.

현재 프랑스의 소득세는 개인이 아니라 세대(또는 가구)를 과세 대상자로 삼는다. 그런데 '75% 특별소득세'는 세대가 아니라 개인에게 부과하였기 때문에 위헌이 됐다. 즉, 100만 유로 이하의 소득에 대해서는 세대가 과세 대상이 되지만, 이를 초과한 경우에는 개인이 과세 대상자가 되는 것은 헌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결정이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연간 100만 유로를 넘게 벌면 '75% 특별소득세'를 내야 한다. 반면 부부가 각각 90만 유로씩을 벌면 이 가구의 총소득은 180만 유로임에도 '75% 특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프랑스 헌법의 기본정신인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여 위헌 결정이 난 것이다.

이에 따라 올랑드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수용하여 개인이 아닌 가구를 과세 대상으로 삼아 다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세율은 그대로 두되 세금 부과 방식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여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에 부분 위헌 결정이 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2년에 불과했던 특별세 부과 기간을 새로 제안될 75% 특별소득세에서는 5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등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은 부자 증세 추세가 자국에도 전파될까 우려해 프랑스를 직간접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또 프랑스 내부에서도 과세 대상이 된 대기업과 부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프랑스의 새 정부가 지지율이 30%나 떨어지는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부자증세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당장 올해부터 재정 지출 감소액 100억 유로와 세수 증대 200억 유로를 달성하지 않으면 그리스나 스페인과 같이 프랑스에도 재정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프랑스, 재정 위기 돌파 위해 재정 확대 및 증세

프랑스는 한 해의 재정 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신(新)재정협약'의 구속을 받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재정 적자는 몇 년 동안 3% 이하였다. 그러나 2008년 재정 적자 규모가 3.3%를 기록했고, 2009년에는 7.5%, 다음 해는 7.1%로 급격히 증가했다. 2011년에는 5.2%로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준이 되는 3%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가 이러한 재정 위기를 정부의 재정 지출 축소를 통해서가 아니라 재정 확대와 증세를 통해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20일, 프랑스 의회는 2013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의 국회도 지난해 연말 세제 개편안을 포함하고 새 정부의 공약 예산안을 반영한 2013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 예산안에 포함된 증세 방안과 우리나라의 증세 관련 논의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된다.

첫째, 올랑드 정부 증세 정책의 핵심은 소득세 인상이다. 기존의 과세 구간에 연소득 15만 유로 이상의 구간을 최상위 구간으로 신설하여 45%의 세율을 부과하기로 하였다(표1 참고). 여기에다 이미 사르코지 정부에서 신설한 '고소득세'도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이 제도에 따르면, 25만 유로 초과 50만 유로 이하에는 3%, 50만 유로 초과 100만 유로 이하에는 4%의 세율이 더 추가된다. 보수적 입장에서 규제 완화와 자유 시장을 옹호했던 사르코지 대통령도 고소득자들이 소득에 비례하여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소득세 과세기준표의 변동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경비 처리를 모두 하고 난 이후에도 과세 대상 소득이 88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세율이 35%이다.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논란을 벌이다가 겨우 3억 원 초과 소득자들에게만 38%로 세금을 올리도록 바꾼 것과 비교해 보면, 양국의 국민 정서가 참으로 다른 것 같다. 적어도 부자들에게는 우리나라가 프랑스보다 훨씬 살기 좋은 나라인 것 같다.

둘째, 이번에 문제가 된 총 75% 수준에 이르는 특별소득세다. 올랑드 정부는 "15만 유로 이상 소득자에게 45% 세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구간을 신설했다. 이와 동시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새로운 최고 구간, 즉 100만 유로 초과 구간을 신설했다. 이 특별소득세는 자본소득을 뺀 근로소득에만 적용되며 2년이라는 한정된 기간만 운용될 예정이었다. 특별세라는 형용사가 붙은 이유가 한시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소득세는 우리나라의 종합소득세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즉 단계별로 과세표준 구간에 맞추어 누진적으로 세율이 올라가는 구조다. 25만 유로 이상 소득자는 45%의 소득세를 낸다. 이에 더하여 사르코지 정부 때 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25만 유로에서 50만 유로까지의 소득에는 3%(50만 유로 이상에 대해서는 4%)의 특별세율이 더 추가된다. 여기에다 프랑스의 모든 국민은 소득의 8%를 사회보장 목적세로 직접세(CSG와 CRDS)를 기본적으로 내야 한다. 소득이 100만 유로 이상이면, 올랑드의 특별법에 따라 기본세율 58%(45%+4%+8%)에다 특별세율 17%를 더해 총 75%에 이르는 세율을 부담한다. 따라서 75%라는 수치는 실제로는 소득에 적용되는 모든 세금이 종합된 수치이다.

셋째, 재산에 부과하는 부유세(impôt de solidarité sur la fortune)를 인상했다. 사실 프랑스는 부유세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2011년 사르코지 정부는 기존의 부유세를 대폭 인하하였고, 지난 대선에서 부유세 확대가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표 2 참조). 여하튼 2013년 예산안은 과세구간이 하나 줄기는 하였지만 다시 최대 0.5%에서 기존의 최대 1.5%까지 과세하는 것으로 되돌아갔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7년 선거에서 주로 9억 원 이상의 강남 고급 아파트나 고가의 주택을 가진 전체 국민의 1.3%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두고도 세금 폭탄 논란이 일었다. 자신과 상관없는 98.7%의 국민, 오히려 증세의 혜택을 받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국민조차 마치 자신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인 양 분노하고 반대했던 것과 프랑스 사례를 비교해 볼 만하다. 당시 보수 언론의 왜곡 보도와 보수 정치인들의 국민에 대한 세뇌 작업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 부유세의 과세구간과 과세세율 (단위 : 유로, %)

넷째, 그동안 부자와 대기업에 제공했던 과도한 조세 감면 혜택(niches fiscales)을 대폭 축소했다. 개인 소득세의 경우, 최대 18만 유로 또는 전체 소득의 4%까지 조세 감면을 해줬지만, 이번에 조세 감면 총액을 1만 유로로 과감하게 인하하였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그에 상응하여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사회정의라는 프랑스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 결과다. 다만, 명확하게 투자를 이끌어내는 몇몇 사업에 대해서는 기존의 조세 감면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는데, 여기서 올랑드 정부의 실용적 선택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올해까지 총 9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규모의 부자 감세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큰 쟁점이 되지 않았던 것은 프랑스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참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드파르디외가 국적을 포기했지만 국민이 계속 증세를 지지하는 것은 지난 사르코지 정부의 지나친 부자 감세 정책에 대한 반발이 증세에 대한 국민적인 동의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하면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에 대한 비판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참으로 점잖은 나라라고 해야 할까?

다섯째, 사회보장 부담률을 인상했다. 2012년 12월 3일 의회를 통과한 사회보장재정법에 따르면, 사업주와 회사의 사회보험료가 인상되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2-99명을 고용한 중소기업의 사업주에게 사회보험료의 10%를 감면해 주었는데, 2013년 법은 이를 폐지하여 실질적으로 사회보장 부담률을 10% 인상하였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프랑스에서는 봉급세(salary tax)라고 하여 월 봉급이 15만 유로 이상일 경우 새로 20%의 봉급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봉급세는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가 피고용인에게 주는 봉급에 대해 내는 세금으로 국민의 사회보장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참고로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보장 부담률은 5.9%인데 비해 OECD 평균 사회보장 부담률은 9%로 그 차이가 약 3.1%포인트나 된다. 2012년 GDP로 환산해 보면,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들은 OECD 평균보다 연간 37.5조 원이나 사회보험료를 덜 내고 있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조세 부담률과 사회보장 부담률을 합한 국민부담률이 OECD 평균보다 9.6%나 낮아 OECD 평균보다 연간 약 130조 원 정도를 덜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세금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부담률로 보아도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기업주들에게 유리한 나라이다.

여섯째, 프랑스의 새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처럼 법인세를 감면해 주지만 대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기 시작하였다. 과감한 부자 증세와 더불어 기존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여부에 상관없이 같은 세율이 적용되었던 법인세를 대기업에는 35%, 중소기업에는 30%, 영세기업에는 15%로 차등적으로 부과하기로 공약했다. 당장 2013년에 시작하지는 않고 잠시 시행 시점을 미루기로 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기업 한 곳에 대한 비과세 감면 총액이 연간 5조 원에 이르는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재벌 대기업들에는 정말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곱째, 올랑드는 공기업의 급료를 20등급으로 나누어 상위 등급의 간부가 지나치게 많은 급료를 받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올랑드 대통령이 상징적으로 자신과 수상의 월급을 30% 인하하는 등 솔선수범하여 재정 절감을 실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우파 신문들조차 우파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사르코지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만들어 놓은 프랑스의 심각한 재정 적자 때문에 증세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증세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증세 문제가 여전히 논쟁 중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불가능한 공약은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라'는 사설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등 보수 진영은 복지국가 정책의 실현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 2012년 12월 24일 기초생활수급자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박근혜 공약, 증세 없이 실현 불가능

박근혜 당선인 측은 공약을 실현하려면 약 134.5조(연간 26.9조)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예산 절감 및 지출 구조 조정, 복지 행정 개혁을 통한 재정 절감 등으로 기존 지출을 절감하여 81.5조 원을 마련하며, 세제 개편과 세정 개혁 그리고 공공부문 개혁을 통한 세외수입 증대 등으로 53.0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이미 출발 전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총 5조 원을 주식이나 금융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등 사실상의 증세를 통해 조달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2013년 예산과 함께 의결된 세제 개편은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기준을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내리면서 연간 3000억 원, 즉 5년간 약 1.5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물론, 박근혜 예산이 반영되는 때는 2014년 회계연도부터이므로 더 기다려보고 평가해야 하겠지만, 대선 공약을 통해 예고된 기존의 제한적인 재원 조달 방식만으로는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을 사실상 마련할 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는 국민소득 1만 달러인 시기(1979년)에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GDP의 23.5%였으며, 국민소득 2만 달러이던 시기(1990년)에는 30.1%였다. 현재 OECD 국가들의 평균 사회복지 지출은 GDP의 22.1%다. 최근 OECD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전체 GDP의 9.7%에 불과하다. 프랑스나 다른 OECD 국가들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또한 정부의 재정 지출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SOCX)의 비율도 프랑스가 평균 54.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0%에 불과하다. 최근 국방비를 삭감하면서 사회복지 지출을 늘렸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복지 후진국이다.

프랑스는 이처럼 높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지만, 몇 명의 기업가나 한두 명의 배우들이 해외로 도피하는 것 외에는 대다수의 국민이 증세를 수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올랑드 정부의 초기 조각 명단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출범한 사회당의 올랑드 정부에는 한국인 출신의 장관이 한 명 있었다. 중소기업 및 디지털경제 장관으로 임용된 플레르 펠르랭(Fleur Pellerin, 39세)이다. 그녀의 한국 이름은 김종숙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 서울 어느 길거리에 갓난아기로 버려진 채로 발견되어 두 딸을 잃은 프랑스 핵물리학자의 가정으로 입양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양부모들은 프랑스어로 꽃(fleur, 플레르)이라는 이름과 더불어 핏줄에 대한 정체성을 잃지 말라며 맨 끝에 김종숙이라는 원래 이름도 호적에 남겨줄 정도로 입양아의 정체성과 인권을 존중하면서 아이를 키웠다고 한다. 동양 출신의 입양아가 프랑스인들과 차별 받지 않고 잘 자라나 좋은 교육을 받고 30대의 미혼 여성 신분으로 장관으로 입각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가 복지국가였기에 가능하였다. 김종숙이 한국에서 계속 키워졌다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복지국가는 함께 사는 사회이고, 사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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