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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치안, 보편적 국방, 그리고 보편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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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치안, 보편적 국방, 그리고 보편적 복지

[복지국가SOCIETY] '100% 대한민국' 원한다면 '보편적 복지' 지지해야

선별적 복지를 채택해야 하는 근거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보편적 복지는 '낭비'이기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다음과 같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원되어야 할 복지가 왜 크게 필요도 없는 이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전가하는, 낭비적인 정책이 아닌가? 선별적 복지야말로 세금 부담도 경감하면서 복지를 꼭 필요로 하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거양득의 방법이 아닐까?

빈곤이란 개념적으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것

하지만 '빈곤'은 국민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사건이며,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움직이는 역동적인 개념이다. 빈곤하지 않다가, 또는 빈곤에서 벗어났다가 주 소득자의 사망, 가족 중의 한 명이 중병에 걸리거나, 실직과 폐업 등 비극적 사건으로 인해 빈곤으로 추락한 이들이 현재 빈곤층의 다수를 이루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성년을 거쳐 노년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빈곤한 이들은 오히려 소수다.

간단히 주변을 돌아보아도 자신이 빈곤에 처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이들이 외환위기와 세계적 금융위기를 거치며 빈곤에 빠진 경우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정말 빈곤에 따른 참상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면 빈곤으로의 추락을 예방하고 재기를 지원하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보편적 복지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국가 재정의 규모도 너무 적고, 국가 예산에서도 복지 관련 지출의 비중이 너무 적다. 그래서 국민의 일상적인 삶의 비용을 모두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것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도 하지 않게 되는 심각한 상태를 초래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해 우리사회가 기본적으로 창출하여야 할 필수적인 일자리조차도 만들어 내지 못하니, 젊은이들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다.

보편적 복지의 부족이 일자리와 경제 문제의 원인

안정적인 공무원 일자리, 공기업이나 대기업에는 엄청난 수의 지원자들이 몰리지만,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구인난으로 운영이 어려운 지경이 되어 있다. 이것도 국가와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의 부족 탓이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에는 월급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사내 복지의 수준도 현격하게 낮기 때문이다.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등의 기본적인 국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비용조차도 모두 가장의 월급에서 해결해야 하니 꽤 많은 월급을 받아도 항상 쓸 수 있는 돈은 부족하기만 하다. 국민 대부분의 가처분 소득이 부족하니 내수 경제가 침체될 수밖에 없고, 약간의 대외적인 변수에도 우리 경제가 이리저리 휘둘리는 등 복지의 부족이 역으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전체 경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적정 수준으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는 선별적 복지 주창자들이 집요하게 곡해하는 것처럼 일하지도 않는 성인들에게까지 무조건 최대한 많이 주자는 것이 아니다. 바람직한 보편적 복지는 인생의 출발 선상에서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자는 것이며, 역경에 처한 이들에게도 평생에 걸쳐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복지국가가 제공하는 현금 지원도 무조건 퍼 주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더불어 최소한 기회의 평등은 보장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밥을 굶어가면서는 아무리 힘써 노력한다고 하여도 제대로 배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바람직한 보편적 복지(universal welfare)는 역동적 복지(positive, active welfare)이다. 보편적 복지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각종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당연히 하고 있지만, 실업자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장려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active labor market policy)에 가장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선별적 복지야말로 복지 의존을 부추겨

오히려 온정에 바탕을 두고 빈곤의 근본적인 원인이나 현상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하지 않고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야말로 복지 의존을 부추기고 건강한 자립을 저해하는 등 선별적 복지 주창자들이 우려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또한, 처음 정책을 구상할 때의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선의와는 다르게, 선별적 지원 정책은 빈곤층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전형적으로 선별적 복지를 기조로 하는 미국에서는 공공부조에 대한 만성적인 의존이 엄청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반면에 보편적 복지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스웨덴 등의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국민들의 복지 의존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초의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은 후 공공부조 평균 수급 기간이 평균 4개월에서 6개월로 조금 늘어난 정도다. 한번 수급자가 되어 버리면 탈수급을 하는 것을 포기하고 평생을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살게 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별적 복지를 실시하는 나라들과는 개념이 다른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질병이나, 빈곤, 그리고 실직 등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그럴 때 마다 누구나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조금만 노력하면 빨리 수급자 상태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세금을 내고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보편적 복지국가가 주는 역동성인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심지어 국민연금을 받더라도 그 중의 일부로 세금을 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것이 보편적 복지를 향유하는 국민의 의무이자 보편적 복지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치안서비스처럼 복지도 보편적이어야

보편적 복지가 불필요한 낭비라면, 왜 치안과 국방 서비스는 보편주의의 원리에 입각하여 제공되는가? 중산층과 부자에 대한 복지 제공이 낭비라는 선별적 복지의 논리에 따르면, 돈 많은 부자들이나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들에게까지 보편적으로 치안서비스와 국방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들의 상당수는 알아서 사설 경비원을 고용하고, 과거의 권문세족들처럼 사병(私兵)들을 고용할 여유가 있을 것인데 말이다. 부자 동네를 순찰하는 경찰력을 고용할 재원으로 치안이 취약한 달동네에 더 많은 경찰을 배치하고 CCTV를 설치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실제로 최근에 지속적으로 언론의 지면을 장식하는 각종 강력 사건들은 주로 서민들이 사는 동네에서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또, 전쟁이 나도 소득상위 30%는 자기 돈으로 첨단 무기를 사고, 용병을 고용할 수 있는데 국군이 그들을 방위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부자 동네 방위는 부자들에게 맡기고 국군은 서민 동네 방위 계획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선별적 복지를 강조하는 나라 중에는 실제로 치안서비스조차 '선별적'으로 제공되는 나라가 있다.

멕시코나 필리핀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하고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아 사설 경호원 없이는 언제 납치를 당할지 모르는 나라들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치안서비스가 형편이 없다 보니, 밤에 길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되는 나라들도 있다. 쇼핑센터들도 자동 소총으로 중무장한 경비원들이 있어야 운영을 할 수 있고, 부자들은 무장 경비원들이 대문을 지키고 있어야 마음 놓고 잠을 잘 수 있는 나라들이 있다.

보편주의를 선택해야 '100% 사회통합'과 '역동적 발전' 가능

치안이나 국방 등의 서비스도 국민 모두가 같이 부담을 나누어지고, 그 혜택을 전 국민들이 공유한다는 보편주의 원칙에 따라 제공될 때 가장 바람직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소득에 따라 부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하겠지만, 국민 모두가 자신의 능력만큼 부담을 나누어지고 혜택을 공유할 때 국민들은 사회와 국가에 대한 결속력과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면, 부자들이 낸 세금은 전투기를 살 수 있을 만큼 많고, 서민들이 낸 세금은 소총이나 총알을 겨우 살 수 있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하지만 전투기나 소총이나 총알이나 국방에 기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모두가 부담과 혜택을 공유하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의무를 기꺼이 짊어질 수 있는 것이고,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복지도 보편주의 원칙에 따라 부담과 혜택이 공유될 때 최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보편적 복지야말로 '100% 대한민국'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이다. 여야 정치권도 진정으로 '100% 사회통합'과 '역동적 발전'을 원한다면 보편주의의 큰 길에 나서라. 그대는 아직도 복지를 선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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