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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비례대표가 성공하려면

[복지국가SOCIETY] "청년들에게 풍부한 정치 경험 제공해야"

민주통합당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년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과정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새롭게 태어나려는 여러 가지 개혁적 시도를 하고 있는 바, 비상대책위원회에 20대 청년을 포함시킨 것에서부터 인재영입에서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인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공천 심사과정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젊은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다양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 청년들이 이렇게 각광을 받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최근 몇 번의 선거를 통해 청년 세대의 힘을 체감하였던 것이다. 2010년의 6.2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보편적 복지 정책이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각성은 2030세대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이어졌고, 곧이어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승리와 10.26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여야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청년들의 정치적 힘을 체감하게 된 것이다.

둘째, 우리 국민 대부분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삶이 특별히 더 암담하고 각박하다는 것이다. 연간 1,000만 원에 이르는 과도한 대학 등록금 부담과 대학 졸업 후의 청년 실업 문제, 그리고 어렵게 취직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집 장만하고 아이 기르기가 너무 어려워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는 우리 사회가 바로 청년들로 하여금 청치에 관심을 갖도록 한 것이다. 기성세대에 분노한 청년들이 자신들의 뜻을 직접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게 되면서 청년 대표를 국회의원 공천에 반영하게 된 것이다.

셋째, 개정된 선거제도로 인해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합법화되면서, 청년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 청년들이 지나치게 낮은 투표율로 인해 인구 비례에 크게 못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져왔다면, 이제 달라진 선거제도 하에서 신문이나 TV가 가진 영향력을 능가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새로운 매체를 통해 청년세대가 여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결국, 여야정치권으로서는 양대 선거를 맞아 청년세대에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청년세대에 대한 정당들의 구애 노력들이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유권자 표심잡기 수준에서만 진행된다면, 그 결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당선 안정권 내에 배치될 2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제외한 후순위의 후보들이 당선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지만, 설사 남성과 여성 후보 각 2명씩 총 4명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배치를 한다고 해도, 이들이 과연 청년들을 대표하여 청년들의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법안과 예산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 16대 국회에서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18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전대협 출신의 학생운동이나 현장 노동운동을 배경으로 가진 486 국회의원들이 50명 가까이 국회에 진출하였지만, 이들이 제대로 세대 또는 시대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 정당들에 녹아들어가 또 다른 기성 정치인들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번에 뽑히게 될 청년 비례대표들 또한 이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평가될 만한 한두 가지의 성과를 통해 일정한 상징성을 가지게 된 청년 인사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된다고 할지라도 과연 이들이 청년들 다수를 실제로 대표하는 지도 알 수 없으며, 행정이나 정책 경험이 일천할 수밖에 없는 청년 몇 명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자신들이 목적으로 하는 법안을 만들어내고, 또 이를 상임위원회와 법사위원회를 거쳐 본 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복잡한 예산을 분석하고 평가하여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반영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청년들을 대표하라'는 미션을 가진 비례대표가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또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의 주요 세력으로 새로이 등장하게 된 청년세대들이 그들의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하고, 실제로 역사 발전에 합목적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상시적으로 청년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정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당 내에서 청년들을 육성하고 그들의 대표성을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한다. 구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당내에 청년위원회가 있었지만, 당내의 위상도 낮았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선거 때나 겨우 존재가 인식되어 해당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역할에 동원될 뿐이었다.

독일 사민당의 경우 고등학생 때부터 우수 인력을 발굴하고, 대학생 때에는 당원으로 편입시켜 본격적인 훈련을 시킨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정책 경험과 행정 경험 등의 다양한 준비를 시켜, 이들이 유능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영국의 대처 수상 등 성공한 유명 정치인들에서 흔히 보게 된다. 이는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웃 중국만 해도,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정치 지도자 그룹이 발탁되고 양성되는 데는 '공청단'이라는 당의 청년 조직이 모태가 되어 행정조직, 군사조직, 정치조직 곳곳에서 훈련되고 검증되는 과정을 20년 이상 거치도록 한 우수한 정치 후계자 양성 시스템이 그 기반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당내 경선을 거쳐 당선된 청년위원회 대표에게 청년 비례대표의 선정 권한을 상시적으로 주는 것을 당헌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정치 시스템 내에서 청년 정치인들이 지속적으로 양성되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정당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 번의 이벤트나 정치 쇼가 필요한 게 아니다. 지속적으로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당정치 시스템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청년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숫자를 확대하여야 한다. 지역에서 수 년 동안 활동하고, 지역을 대표하여 출마한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이 지역의 이슈를 넘어 전국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은 정책적 전문성을 가지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그 지역의 빈민과 고소득자들의 상반된 이해관계를 모두 대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같은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노동자와 고용주의 이해관계는 현실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지역을 대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급과 계층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폭넓게 대변하고 합리적인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전문성 있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적정 비율로 존재해야 민의의 민주적 대변이 가능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전국적 의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숫자가 너무 적다. 국제적 기준을 참고할 때, 정치학자들도 최소 350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어렵다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숫자를 늘려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밥값을 제대로 한다고 느끼기 어려운 국회의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우선 정서적 거부감이 있지만, 실제로 우수한 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예산의 절감이나 정책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면 손해 볼 것이 없는 바람직한 투자가 될 것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숫자 전체를 늘려서 수시로 달라지는 지도부의 구성과 상관없이 청년 대표가 정치권에 상시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의 확대를 통해 정책적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과 진보개혁적인 정치세력이 국회로 진출하게 되면, 이들은 청년대표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할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청년세력을 지지하고 대변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청년 비례대표 할당을 넘어, 전체적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는 것이 청년들의 의사를 정치권에 반영하는 관건적 사안이 될 것이다.

셋째, 국회에 진출한 청년 비례대표는 보편적 복지국가 정책을 적극적으로 표방하여야 한다. 심각한 청년실업이나 과도한 대학등록금 부담 문제에서부터 주거문제, 결혼과 출산, 자녀양육의 문제, 노인부양과 노후소득 보장의 문제 등 청년들이 체감하고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복지국가 정책의 미비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따라서 가장 강력한 해결 수단도 보편주의 복지국가 정책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청년들이 익숙한 SNS의 매체를 활용하여, 그들의 목소리로 그들의 문제를 정치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 즉 정치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려 국민적 동의를 얻어내는 역할이 바로 청년 비례대표가 할 일이다. 또한, 한정된 예산을 청년 정책으로 돌리도록 하거나, 이해관계가 대립된 사안을 조율함으로써 청년을 위한 입법이 통과되도록 하려면 노동 및 시민사회 세력 등의 다양한 복지국가 세력들과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청년대표들은 특성상 복지국가 세력이 될 수밖에 없으며, 당 내에서 복지국가 노선의 가장 강력한 대변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통합당 청년대표국회의원선출특별위원회 주최로 '청년비례 청년정책축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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