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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나라의 보배라고? 개뿔!"

[복지국가SOCIETY]지금 당장, 보편적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보편적 무상급식'이 지역별로 첨예한 선거쟁점이 되었다. 이후 일 년 반 남짓, 이제 보편적 복지를 앞세운 '보편주의 복지국가' 담론은 우리의 시대정신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주민투표까지 강행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투표결과에 승복하고 사퇴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박원순 후보는 취임 첫날 무상급식 서명으로 서울시장 업무를 시작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를 둘러싼 여야 간 정치적 쟁점이 선거 공약의 형태로 한판 승부를 겨룰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를 보다 약자에게 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을 하자는 취지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 실천이 '보편적' 복지라는 형태로 드러나야 하는 것은 '사람다움'의 의미에 평등과 존엄이라는 가치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복지, 그러나 경제적 강자의 더 많은 부담, 이것이 보편적 복지를 이해하는 보편적 관점일 것이다. 다만 예산집행의 우선순위에서 아동과 노인이 먼저 배려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이미 상당부분 합의에 이른 생각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세계적 기준에서 볼 때 가장 보편적이라 할 수 있는 '아동 및 가족지원 정책'인 '아동수당 제도'가 아직 우리 정치의 핵심적인 의제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유력한 대권 주자로 손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생애주기별 복지'에서부터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3+3 무상복지' 정책에 이르기까지, 정치권 어디에서도 아동수당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복지국가 국민운동본부)'는 매우 시급한 현안으로 보편적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창한다.

아동수당 제도 도입은 왜 필요한가

아동수당은 "아동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가족에게 지급되는 급여"이다. 이 제도는 이미 80여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세계적으로 너무나 보편화되어 있는 정책이어서 굳이 아동수당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애써 강조할 이유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정치사회적 논의가 아직 심도 있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동수당 제도는 첫째, 아동양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자녀를 가지지 않았더라면 들지 않았을 개별 가구의 추가 지출에 대해 국가가 일부라도 지원해 주자는 의미이다. 우선 당장 우리 '복지국가 국민운동본부'가 제안하는 바에 의하면 5세 아동까지를 대상으로 매달 10만 원 정도를 아동수당으로 지급하자는 것인데, 이 비용의 지원 때문에 아기를 낳지 않겠다던 가정이 마음을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추가로 비용이 드는 데도 불구하고 아동을 키우려는 가정에 대해 국가가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준다는 데는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

둘째, 아동수당은 빈곤아동에 대한 지원제도이다. 누구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아동수당을 받도록 함으로서 사회적 낙인(stigma) 없이 빈곤아동과 그 가족을 지원해 주는 효과가 있다. 어차피 빈곤가정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면 아동을 명분으로 삼아 지원해 주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매달 3만 원에서 7만 원 정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동들에 대한 보편적 무상급식이 경제적인 효과를 가진다면, 매달 10만 원의 고정 수입은 빈곤가정뿐만 아니라 생활이 어려워진 대다수의 중산층 가정에도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국가가 무상보육과 함께 아동수당을 통해 개별 가구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아동이 당당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양육환경을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다.

정찬미와 이상은 등의 논문(사회복지정책, 2009)에 따르면, 절대빈곤율, 상대빈곤율 등의 빈곤 지표와 지니계수 및 소득분위배율 등의 소득 불평등 지표를 중심으로 근로소득세액공제 제도(EITC), 자녀세액공제 제도(CTC), 그리고 매달 5만 원의 아동수당 제도와 10만 원의 아동수당 제도를 비교해 본 결과, 단일 제도로는 아동수당 제도가 빈곤감소 및 소득 불평등 감소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를 2개나 3개를 조함하여 적용할 때에는 아동수당 제도와 EITC 제도의 혼합형태가 가장 정책 효과가 높았다. 즉, 기존의 제도들이 더 나은 정책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도 보편적 아동수당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이란 것이 확실해진 이상, 아동수당 제도의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셋째, 아동수당은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 정책이다. 우리나라 1,500만 명의 근로자 중 870만 명 정도가 비정규직이며, 이들의 평균 급여는 정규직의 50%에 불과하다.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다.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동수당은 세금으로 재원이 조성되므로 고소득층 가정에서 저소득층 가정으로, 아동이 없어 상대적으로 지출이 적은 가정에서 아동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지출이 많은 가정으로의 소득 재분배의 효과를 가진다. 얼핏 아이들이 없는 가정이 세 부담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장차 아이들이 성장하여 경제활동인구가 되면 자녀 없는 가정도 차별 없이 이들이 제공하는 미래의 국민연금을 비롯한 미래 경제활동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따라서 자녀가 없는 가정은 이 아이들이 미래에 부담할 세금을 통한 다양한 혜택을 무임으로 누리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자녀가 없는 가정이 세금 등을 함께 부담함으로써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대해 선제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넷째, 아동수당은 사회통합의 수단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심각한 부의 편중이며, 소득의 양극화이다. 일부 고소득층에게 사회적 부의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고, 최근에는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양과 질적 측면에서 중산층이 붕괴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이의 결과로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이 심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통합성을 크게 해치고 있다. 보편적 아동수당 제도는 사회적 부와 소득의 재분배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 동력인 아동에 대한 투자로도 볼 수 있다. 이는 미래 인적 자본의 강화로 귀결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통합적 발전에 기여하는 적극적 투자이다.

다섯째, 아동수당은 내수 경기 활성화 정책이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가 지나친 수출의존 형 산업구조이다.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과 내수경제가 어렵다. 아동수당뿐만 아니라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의 직접적인 현금 급여와 대학 등록금 지원, 적극적 보육 지원, 공교육 강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 주거비 보조,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으로 인한 의료비 경감, 그리고 각종 사회서비스 제공 등의 보편적 복지 정책은 월급이 오르지 않아도 실질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사회 임금'으로 작용한다. 특히, 자녀 양육으로 추가적 지출을 할 수밖에 없는 가정이 아동수당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 이들 대부분은 소비로 귀결되어 내수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여섯째, 아동수당은 훌륭한 출산장려 정책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혼자를 결혼하게 하거나 무자녀 부부가 자녀를 가지도록 하는 것보다는, 첫 아이를 가진 부부가 둘째 아이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의 고민에서는 아동수당이 결정적으로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겠지만, 둘째 아이나 셋째 아이를 더 가지도록 하는 데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일시금으로 출산 장려금을 주는 것 보다는 매달 고정액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일곱째, 기존 아동 지원 정책들의 효율화를 위해 필요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는 출산장려금 지급 외에도 중앙정부에서 다양한 아동 관련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 이하의 가정에 월 10만 원을 지급하는 양육수당 정책, 18세 미만의 기초수급 및 차상위 계층의 장애인에게 장애의 정도에 따라 월 20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차등 지급하는 장애 아동수당, 만 12세 미만의 자녀를 가진 한 부모 가정에 지급하는 한 부모 가정 자녀 양육수당, 입양 아동에 대해 13세까지 지급하는 입양 자녀수당, 장애아 입양에 대해 지급하는 입양장애아동 양육보조수당, 0-5세까지의 자녀를 가진 취약계층 농어민에게 지급하는 농어업인 양육비 지원 사업 등 이름을 구분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이들 제도는 모두 대상자의 선별에서 수급자들의 기피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양육수당은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일부러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게 되는 부정적 효과까지 초래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 지급형의 아동양육 지원 제도(양육수당 등)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낮추는 부정적인 효과로 인해 경제사회적으로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이러한 보수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보편주의 원칙에 따라 아동수당을 대상자 누구에게나 지급하고, 그밖에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선별적 방식으로 추가 지원을 하는 것이 옳다.

아동수당,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현재 80개가 넘는 국가에서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OECD 국가들 중 아동수당 제도가 없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OECD 국가들의 0세에서 6세까지 아동에 대한 공적 재원 규모는 대부분 GDP 대비 1%를 상회한다. 북유럽의 국가들은 무려 GDP의 2%를 아동을 위해 투입한다. 가족 및 아동에 대한 투자를 합할 경우 노르웨이(4.04%), 덴마크(4.14%) 등 4%를 넘는 곳도 있다. 가장 낮은 캐나다도 아동에 대한 공적 재원으로 0.25%를 투입한다.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에서 아동수당의 규모도 원화로 10만 원에서 60만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OECD 평균은 25만7790원(2006, OECD Tax Wages)에 이른다. 이는 OECD 국가의 개별 가구 총 소득의 7.7%에 해당하는 규모다. 즉, 자녀를 키우는 가정은 수입 중 약 8% 정도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통해 보전 받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출산율 저하 현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에 대한 공적 재원 투입 규모가 GDP 대비 0.1%에 불과하다. 최근 5년 간 보건복지부 소관 아동 및 청소년 관련 예산이 2005년의 1인당 6900원에서 2009년 2만3800원으로 36.8%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아직 절대금액은 너무나 적은 수준이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 액수조차 줄어들고 있다.

보편적 아동수당의 급여 수준과 지급 대상도 논란거리다. 나라에 따라 취학연령 이하인 만 5세 아동까지로 하기도 하고, 법적 성인 연령인 18세까지로 하기도 한다. 바람직하기로는 만 18세까지 교육과 양육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당장의 현실을 감안한 적정 수준을 '복지국가 국민운동본부'에서는 만 5세까지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이렇게 할 경우, 연간 약 3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는 현재의 여러 정책들과 대비하여 당장 시행하기에 무리하지 않은 목표다. 그리고 앞으로 아동수당 수혜 연령과 액수를 높여나가는 일이 목표가 되어야겠다.

아동수당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을 생각해본다. 아동수당을 도입한 국가들 중 정부가 직접 부담하는 국가는 43개, 고용주가 전액 부담(25개)하거나 정부와 고용주가 공동부담(12개국), 정부와 근로자가 공동부담(1개 국), 고용주와 근로자가 공동부담(2개국), 정부, 고용주, 근로자 3자가 공동부담(12개국) 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재원조달 방안도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집권세력이나 당시의 재정 상태에 따라 계속 바뀌고 있다. 이렇게 제도 운영이 다양한 것은 나라마다 문화와 전통이 다르고, 노동계와 사용자 간의 협력관계 등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므로 어느 한 나라의 모델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자영업자가 경제활동인구의 30%가 넘는 우리나라 여건상, 재정운용계획의 변경을 통한 재원조달방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당장이라도 부자감세를 철회한다면,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재벌과 대기업들에 특혜로 지급되었던 92조 원 정도가 우선적 활용대상이 될 수 있다. 아동수당 지급을 위한 부자감세 철회 또는 부자증세라면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기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일본의 경우와 같이 과도한 토목과 건설 부분에 대한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사회복지 지출을 늘려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률이 세계적 기준에서 너무 낮은 것이 문제이므로 '복지국가 목적세'를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조성된 재원으로 기초노령연금의 확대와 보편적 아동수당 지급을 포함한 보편주의 복지국가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아동수당 제도 도입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하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가장 주목할 점 가운데 하나가 세대별 투표 성향이다. 20대, 30대, 40대는 야권 후보를, 50대와 60대는 여당 후보를 지지했다. 이들 20대에서 40대까지 유권자의 숫자가 전체의 68%나 되고, 이 비율은 당분간 증가할 것이다. 이들 연령층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다음 선거에서도 관건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워낙 커서 정권 심판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지만, 다음의 총선과 대선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누가 이들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을까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평준화 이후 세대이고 보편적 인권의 문제에 민감하며 감성적 호소에 좌우되기보다 따져보고 찍어주자 라는 정책소비자에 더 가까운 이 세대에게 누가 어떤 정책으로 다가가는가는 매우 중요한 투표의 동기가 될 것이다. 이들 젊은 세대 모두에게 가장 확실하게 가시적으로 와 닿을 정책 중의 하나가 아동수당이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미 일본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다. 민주당의 하토야마 정권은 연간 360만 원에 이르는 보편적 아동수당을 약속함으로서 정치에 무관심하였던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가도록 하였고, 자민당의 50년 장기 집권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 그 이전에도 일본은 소득수준에 따라 회사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가가 분담하여 만 3살까지 1만 엔, 만 3살 이상은 5천 엔씩을 이미 지급하고 있었으나,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지급하는 보편적 아동수당으로 바꾸었다. 일본 민주당 정부는 약속한대로 2010년 6월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 한 자녀 당 아동수당을 매달 13,000엔(당시 16만 9천 원)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심각한 경기 침체를 맞았고,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다수 국민들의 구매력이 저하되어 내수 부진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태였다. 국민 다수의 구매력을 높이는 것이 경제 정상화에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보수층조차도 아동수당 지급에 동의하였던 것이다. 일본은 우선 체육관 예산 심의 방식을 통해 전국에서 벌어지는 토목과 건설 관련 예산을 삭감하여 아동수당을 위한 재원을 마련했다. 이어서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등을 50%에서 55%로 인상하는 부자증세 정책을 펼쳤다. 약속했던 수당보다 액수가 적어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 일도 벌어졌지만, 지급 액수가 처음의 약속보다 줄어들었을 뿐 아동수당 정책 자체는 계속 시행되고 있다.

'지금 당장, 여기서' 아동수당 제도를 시행하라

아동수당과 관련한 4개의 법안이 18대 국회에도 이미 제출되어 있다.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을 통해 아동수당을 지급하자는 곽정숙 의원(월 10만 원, 12세 미만 전체 아동에게 지급)의 안과 5세 이하 전체 아동의 80%에 대해 아동수당을 지급하자는 양승조 의원의 안, 그리고 둘째 아동부터 5만 원, 셋째부터는 10만 원을 지급하자는 이낙연 의원의 안과 중위소득 150% 이하의 가구에 월 10만 원을 지급하자는 김우남 의원의 안은 별도의 '아동수당법' 제정안으로 제출되어 있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제출된 이러한 법률안들은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심의도 되지 않은 채 폐기될 전망이다.

무상급식의 확대 버전인 아동수당 제도는 무상급식이 자리를 잡게 되면 당연하게 전면적으로 부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도 정치권에서 언급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국 정치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저출산 시대에 아동의 인권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너무나 뚜렷한 명분이 있고, 제도 도입을 통해 매우 쉽게 시행할 수 있고, 몹시 분명한 정책적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동수당 제도가 정치사회적으로 쟁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책임도 크다 하겠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내 아이만 앞서기를 바라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버린 국민들에게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슬로건은 요원한 느낌이다. 그러나 미래에 바로 내 아이가 더 나은 사회에서 살기를 바란다는 바로 그 이유에서라도, 모든 아이들을 위한 모두의 복지는 간절하고도 시급하다.

보편적 아동수당 제도를 '지금 여기서' 당장 시행해야 한다. 이번 예산 국회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심의하여,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노력해보자. 내년 총선에서 국민적 지지를 얻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누가 더 명분 있고 실현가능한 방식의 아동수당 정책을 도입할 것인지를 두고 정책 경쟁을 벌이도록 하자. 이제, 정치인들에게 경고하자. 우리 국민은 충분히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예산 문제, 절차 문제, 재원 문제를 핑계로 시간을 끌지 말고, 그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동수당 제도를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정당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도 이제 정당과 정치인들의 거짓 약속에 대한 분노를 반복하기만 할 것이 아니다.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의 일환으로 보편적 아동수당을 당당하게 요구하자.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아동수당에 대한 입장을 듣고 따져보자. 그래서 새로운 '복지국가 정치세력'을 만들어 내자. 정치권은 '지금 여기서' 아동수당 제도를 '당장' 도입하라.

▲ 서울 서대문구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화재시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이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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