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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른 복지 논쟁, 이젠 장애인 고용 평등이다"

[복지국가SOCIETY] "불충분한 의무고용 실적"

장애인 고용은 우리시대가 넘어야 할 큰 과제의 하나다. 법률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다. 여기서는 국가 또는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7일 장애인 고용 실적이 저조한 국가기관과 자치단체 39곳, 공공기관 64곳, 민간기업 749곳 등 총 852곳의 명단을 홈페이지(www.moel.go.kr)와 관보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장애인 101명을 의무 고용해야 하는 국회가 36명밖에 고용하지 않는 등 국가·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이 아직도 의무고용률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100~300인 규모의 기업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운 곳이 4551개로 의무 이행을 안 한 곳 3880곳보다 많았지만, 30대 그룹은 138개 기업만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고 있고 407개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사 5개, CJ·SK 계열사 3개, LG·GS·KT·포스코·효성의 계열사 각 2개는 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크고 힘이 센 대기업일수록 법률이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는 경향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하 장고법)'이 시행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장애인의 고용상황은 그렇게 좋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그 긍정적 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영국이나 미국의 경험으로 볼 때 장차법의 고용개선 효과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아마도 고용평등 전략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하의 글에서는 이에 대한 간단한 단상을 던져 보기로 한다.

고용평등 전략이란?

아마도 가장 근본적인 정책 접근은 바로 '고용평등' 전략이 아닐까 싶다. 고용평등 전략은 고용 장벽이 장애인이 아니라 고용 조직에게 있다고 가정한다. 이 전략은 개별적 장애인에 대한 접근 방법이 아니라 고용조직 자체에 대한 포괄적 접근법이기 때문에 장차법과 같은 개별적 권리 입법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고용평등 전략은 공공부문이나 기업이 ①장애인 고용현황 분석 및 고용평등 계획 수립 ② 고용평등 계획의 이행 ③ 고용평등 이행실적 제출 등을 수행하면, 정부는 ④ 고용평등 계획 및 이행실적에 대한 적정성 평가 ⑤ 평가 결과를 행·재정적 인센티브에 활용하는 등 일련의 과정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고용평등 프로그램은 고용주의 자발적 계획과 평가에 의해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적극적인 시책을 사회적으로 강요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시행되기는 어려우며 보완적 조치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하겠다.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고용평등 전략은 캐나다, 영국, 프랑스, 호주 등지에서 활용되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의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 캐나다의 예

캐나다에서 고용평등 전략의 핵심은 고용주들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기타 소수자(여성, 원주민, 기타 소수 계층)들이 부딪히는 시스템 차원의 장벽을 제거할 계획을 파악, 설계, 실천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연방의 규제를 받는 대규모의 고용주나 연방정부의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에게 적용된다.

이들은 소수자들의 고용참여 저조 정도와 고용 장벽을 만드는 고용 정책 및 관행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의무가 있다. 이들은 또한 고용참여 저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용, 훈련, 승진, 고용 유지, 직무 조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수립한 계획의 유효성 감시를 위해 합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필요할 경우 계획을 변경하고, 계획 실행에 관해 직원 대표자들과 협의해야 한다.

연방정부의 규제를 받는 고용주들은 연간 계획에서 직능 단체별로 소수자 참여 정도와 임금 수준을 보고해야 하며, 캐나다 인권위원회(Canadian Human Rights Commission)는 이에 대한 조사권을 갖고 있다. 연방정부와 계약한 사업자들은 고용평등 준수 여부에 대해 현장 실사를 받으며, 제제도 받을 수 있다.

-영국의 예

영국의 공공기관들은 장애인 직원, 장애인 서비스 이용자, 일반 장애인과 관련하여 의무를 완수할 방법을 담은 실천 계획과 함께 장애 관련 평등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3년 동안의 계획을 '실천 계획'에 담아야 하며, 법안 협의 결과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매년 실천의 성과를 보고해야 한다. 장애 관련 평등 계획은 인종, 성, 장애를 포괄하는 단일 평등 계획에 포함될 수도 있다.

-프랑스의 예

프랑스는 장애인고용할당제와 평등 전략을 결합해서 시행하고 있다. 민간 고용주나 공공기관 성격의 고용주들이 장애인 고용 증진을 위해 1년 이상의 '협정(accord)'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다. 협정은 프랑스에서 고용주와 노동자 조직 사이의 전통적인 합의 수단을 일컫는데, 당국은 협정에 동의해야 하며, 고용주들은 장애인 고용 분담금 납부 의무를 면제 받을 수 있다.

한국적 적용 전략

▲ ⓒ뉴시스
우리나라의 '장고법'에서도 고용평등 전략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다. 장고법 제29조에 따르면, 노동부장관은 사업주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장애인의 고용에 관한 계획과 그 실시 상황 기록을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명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계획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사업주에게 그 계획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 그리고 장고법 시행령 제27조에 의하면, 노동부장관은 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법 제28조 제1항에 따른 장애인 고용의무가 있는 사업주에게 해당 연도의 장애인 고용에 관한 계획을 해당 연도 첫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고용 계획의 실시 상황을 다음 연도 첫 날부터 90일 이내에 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출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보다 구체화하고 체계화한다면 고용평등 전략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고용할당제는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고용부담금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 고용의 실질적인 증대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정부부문은 고용부담금 적용에서 제외되므로 정부부문에 대한 강제력이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일부 보완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대로 시행함과 동시에 고용평등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우선적인 과제는 장애인 의무고용제와 고용평등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것이다. 장고법 상의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고용평등 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용평등 프로그램은 노동부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일정에 장애영역을 하나 더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별로 없다. 그리고 이에 따라 행정적 또는 재정적으로 특별한 벌칙이나 인센티브를 주면 될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체계적인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제도적 노력과 사회적 투자 증대를 통해 '장애인을 위한 복지국가'로 성큼 다가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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