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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영화', 시한폭탄은 째깍째깍"

[복지국가SOCIETY] "'건강보험 살리기' 풀뿌리 운동을 제안한다"

2011년 올해 건강보험료가 5.9% 오른다. 이는 작년 11월 22일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다. 이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작년 12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작년 보수월액의 5.33%에서 올해 5.64%로 올라간다. 직장가입자가 내는 월평균 보험료는 약 7만9000원으로 작년보다 4400원 정도 오르게 된다. 직장가입자가 소속된 기업(사용자)도 같은 금액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도 약 7만4000원으로 4100원 정도 인상된다.

작년에 우리 국민이 낸 총 건강보험료는 사용자 부담금을 포함하여 약 28조 원이었다. 이 금액은 2009년에 비해 약 2조 2500억 원이 더 많은 것이다. 작년 건강보험료 인상률이 4.9%일 때 추가보험료가 약 2조 2500억 원이었으니, 올해의 인상률이 5.9%임을 감안하면 올해 더 걷히는 건강보험료 수입은 약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게 되면 올해 보험료 예상수입액(국민이 낸 보험료와 사용자 부담금을 더한 금액)은 약 3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이 낸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재정 지원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는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6%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이 낸 보험료 예상수입액인 약 31조 원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해야 하므로, 정부는 4조3679억 원을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보험노동조합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소 보험료 인상률인 5%를 반영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률 2%만을 반영하여 보험료 예상수입액 29조1386억 원을 추계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정부의 법정부담금은 4조794억 원으로 둔갑했고, 그 차액인 2879억 원만큼 정부는 정부분담금을 적게 배정하였다.

또한,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6%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건강증진법의 부칙에는 '담배부담금 수입액의 65% 이내'라고 건강보험 지원 금액을 제한함으로써 실제로는 6% 보다 적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08회계연도 결산분석 자료에 의하면, 이 같은 제한 규정 때문에 건강증진기금에서 국민건강보험으로 지원된 금액은 2007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5.2%에서 2008년에는 4.2%로 감소하고 있다.

그 결과, 그 동안 정부는 법이 정한 지원액보다 2008년에는 4592억 원을, 2007년에는 3102억 원 적게 예산으로 배정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난 이유는 첫째,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서 국회에 제출하기 전 시점의 예상 보험료 인상률과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에서 확정되는 실제 보험료 인상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예산안을 편성할 때 보험료 인상률을 보수적으로 적용해 나타난 차이이다. 둘째, 담배부담금으로 이루어진 건강증진기금이 줄어듦에 따라 정부지원액이 줄어든 것이다.

위 두 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보험료 예상수입액과 실제수입액의 차이로 인한 지원금 차액을 사후에 정산해서 실제 보험료수입액의 20%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사후정산제도'를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하는 방안과 정부의 국고지원액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에서 15%로 올리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 상정되어 있고, 올해 3월에 재논의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사후정산제도'가 올해 도입되어 보험료 예상수입액(보험료 인상률 5%를 가정)인 31조 1993억 원의 20%인 6조 2398억 원을 정부가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국민건강보험의 총수입은 기타 수입 4000억 원(2010년 기준 추정)을 포함하여 37조8392억 원이고, 작년과 비교해 추가로 확보되는 전체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최대 4조2787억 원에 이를 것이다.

'건강보험하나로 시민회의'의 추계에 의하면,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해 올해 추가로 확보된 약 4조2000여 억 원이라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보장성 강화에 투입한다면, 42개 상급종합병원 병상의 50%, 종합병원과 병원 병상의 30%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보험급여로 간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간호 인력도 더 확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절대빈곤층에 해당하는 건강보험 가입자 최하위 5%계층에게 건강보험료를 면제해 줄 수 있고, 상대빈곤층에 해당하는 소득하위 5~15%계층 네 명 중 한 명에게 건강보험료를 대출해 줄 수 있다. 또한, 종업원 300명 미만 중소기업 중 재정상태가 열악한 기업에 대해 기업(사용자) 부담분의 50%를 지원해줄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정부는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그렇게 결정하지 않았다. 작년 11월 2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요약하면, △수가 1.6% 인상(의원급은 2.0% 인상) △급여확대 3,319억 원 규모 추진 △지출 절감 3,504억 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하여 △보험료를 5.9% 인상하는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5.9% 올려 추가로 만든 약 3조 원으로 올해 국민들은 어떤 혜택을 추가로 받게 되며,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은 얼마나 높아질 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보건복지부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연간 3319억 원을 중증환자, 신생아, 장애인 등 사회적 관심 계층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원 분야는 △임신출산 진료비 △골다공증 치료제 △당뇨치료제 및 소아당뇨관리 소모품 △장루·요루 환자 재료대 요양비 △항암제 △폐 계면활성제 △최신 방사선 치료기법 △최신 암 수술 등 8개 항목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위해 연간 투입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3319억 원으로 계획했지만, 올해 투입되는 실제 건강보험 재정은 1775억 원에 불과하다. 8개 항목의 급여가 건강보험에서 확대 적용되는 시기가 올해 1월부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항목들이 7월부터 국민건강보험의 급여에 포함된다.  

1월부터 보험 적용되는 것은 폐 계면활성제라는 약제(29억 원)이며, 고가 간암치료제인 '넥사바정'의 보험 적용(233억 원) 범위가 확대된다. 2월에는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벨케이드'의 보험 적용(115억 원)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4월부터는 출산 진료비 지원 금액이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늘어난다(450억 원). 또, 고가의 최신 방사선 치료기법인 양성자 치료(4월, 71억 원), 세기변조 방사선 치료(7월, 270억 원)를 받아야 할 환자들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7월부터는 당뇨 치료제의 보험 적용 확대와 함께 소아 당뇨관리 소모품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180억 원). 또한, 최신 암 수술(폐암 냉동제거술, 전립선암 2세대 형 냉동 제거술, 신장 암 고주파열 치료술, 신 종양 냉동제거술)이 보험 적용 대상으로 편입된다. 10월부터는 장루·요루 환자(장애인)의 재료비를 요양비로 지급하고(13억 원), 노인층 환자가 많은 골다공증 치료제의 보험 급여가 확대된다(180억 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이 같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인해 약 135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정리해보면, 올해 우리 국민이 추가로 부담하는 보험료 예상수입액은 최소 3조 원인데, 그 중 보장성 확대 정책을 통해 집행되는 예산은 1775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돈은 어디로 갔을까? 국민이 추가로 부담한 건강보험료 3조 원은 대부분 건강보험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의료비 지출이 건강보험료 수입보다 크기 때문이다. 지난 해 국민건강보험의 급여비용은 34조 85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8%가 증가하였다. 최근 10년(2000~2009년) 동안의 건강보험 급여비용 평균 증가율은 13.93%에 이른다. OECD 평균증가율(1997~2007년) 7.2%에 비해 한참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은 지난 해 1조 3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5천억 원 정도의 재정적자가 예상되어 2010년 12월 현재의 적립금 9,592억 원이 2011년 연말이면 반 토막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고령화, 의료과소비(의사유인수요)를 부추기는 제도인 행위별수가제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비 증가를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도입하거나,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이뤄내지 않는다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2007년 64.6%였던 건강보험의 보장비율은 2008년 62.2%로 떨어졌으며, 현재는 5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부는 2009년부터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에 대한 조사와 발표를 아예 하지 않고 있다.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다.

▲ '건강보험하나로' 거리서명에 참가하는 시민. ⓒ프레시안(김윤나영)
이처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아지면, 과도한 병원비 부담으로 불안해진 국민들은 민간의료보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2008년 민간의료보험의 시장규모는 12조 원으로 같은 해 건강보험료 수입의 48%에 달했다. 민간의료보험료 증가율은 연평균 15%에 이른다.

그러나 가입자들이 민간의료보험으로부터 받는 혜택은 국민건강보험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작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의 경우 2009년 가구당 월평균 14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입자들에게 되돌아가는 지급률은 70% 내외였다. 나머지는 보험설계사 인건비나 주식 배당금, 관리운영비 등으로 쓰였다. 그리고 60세 이상이 되면 질병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져 실손 민간의료보험의 가입도 어려워진다.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양극화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짐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민간의료보험이 시장에서 더 잘 팔리는 이유는 그만큼 서민 가계의 병원비 불안이 크기 때문이다. 즉, 병원비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해주지 못하는 조건에서 각자 알아서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시장에서 민간의료보험을 구매함으로써 스스로 병원비 불안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 동안 시민사회단체는 영리법인 병원의 설립 허용과 건강관리서비스 법안의 입법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저지하고 있으나,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저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상 의료민영화의 핵심동력인 '민간의료보험'의 영향력은 조용히 그리고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민간의료보험'의 의료민영화 공세를 극복하고 국민의 의료불안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국민의 병원비 불안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하나로' 시민운동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함께 부담하는 3주체인 국민, 기업(사용자), 정부가 현재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 보다 34%를 더 부담해서 12조 2천억 원(2010년 기준 추계)을 확보하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OECD 국가들 평균 수준(입원진료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민간보험회사에 내는 돈(가구당 14만 원)의 일부만을 국민건강보험으로 돌리면 해결될 일이다.

문제는 다수 국민의 동의하에 건강보험료를 올리게 되었을 경우에도, 정부 경제부처와 기업(사용자)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올해 3월 국고지원 사후보상제와 국고지원 비중의 확대를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지 감시하고, 11월에는 내년도 건강보험료와 보장성 수준이 결정될 예정인데, 국민건강보험의 입원 보장성 수준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정도로 건강보험료를 올릴 것을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에 요구해야 한다.

혹자는 건강보험료를 올리자는 이러한 제안에 대해 왜 국민이 먼저 양보하고, 희생해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이는 국민이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낸 만큼 정부와 기업도 더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긴 '주인의식'은 의료 과소비(의사유인수요)를 부추기는 제도, 행위별수가제도와 같은 비효율적인 '보건의료제공체계'를 바꾸는 국민의 힘으로 연결될 것이다.

기존의 사회운동단체들이 연합하는 방식으로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지 못하였다. 그래서 '풀뿌리 시민운동' 방식이 필요하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권, 정치권에 이어 사회권의 보장을 국가에 요구하자. 그렇게 "깨어있는 시민들"의 거대한 힘이 지역별 네트워크의 형태로 연결되고 모아지는 그런 시민운동을 만들 수 있다면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보편적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을 2012년 4월 총선에서 '보편적 의료보장'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2012년을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건강보험하나로 시민운동은 전국의 광역과 100개 이상의 주요 시군구에 건강보험하나로 지역시민회의를 조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을 통해 '민간의료보험'의 의료민영화 공세를 극복하고, 국민의 의료불안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년부터 9개 광역단위에서 실시될 '보편적 무상급식'을 많은 국민들이 직접 경험함으로써 나타나는 보편적 복지의 효과를 의료보장 이슈로 확장시켜내고, 이러한 보편주의 정책의 효과가 복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역동적 경제 발전에도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려냄으로써 2012년의 '역동적 복지국가' 정치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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