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병원은 늘 일손 부족…피곤에 찌든 의료 현장"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병원은 늘 일손 부족…피곤에 찌든 의료 현장"

[복지국가SOCIETY] "의료 인력, 너무 부족하다"

병원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곳으로, 여기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는 매우 노동집약적이다. 그러므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육체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병원에는 밤낮 없이 환자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많은 인력들이 야간에도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의 육체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병원에 근무하는 인력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가로부터 면허를 받은 전문가들이고 각 직종 간 전문가적 자율성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직종 간의 갈등 수준이 다른 조직들보다 높다. 또한 긴급한 상황들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업무 수행 중의 긴장도도 매우 높다.

이러한 병원의 특성은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신체적, 정신적 안녕을 끊임없이 위협한다. 이 모두가 병원 노동자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되고,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이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병원 노동자들은 외국의 병원 노동자들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근무환경이 더 열악할 가능성들이 높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병원 노동자들의 수가 너무 적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천 명당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5.2명으로 여타 선진국들보다 심한 경우 5분의 1, 차이가 작게 나는 경우에도 절반에 불과하다. 특히, 환자를 직접적으로 대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환자와 보내는 간호 인력을 살펴보면, 2008년 현재 인구 천 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4.4명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우리나라보다 인구 천 명당 간호사 수가 적은 나라는 멕시코와 그리스뿐이다. 이는 스위스의 14.9명에 비하면 3분의 1이 안 되고, 독일 10.7명, 영국 9.5명, 일본 9.5명의 절반 정도에도 못 미친다. 병원 근무 인력의 절대적 부족은 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둘째, 우리나라는 병원과 병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중 급성기 병상의 지속적 증가는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급성기 병상 수는 2008년 현재 인구 천 명당 5.3개로 다른 외국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08년 현재 OECD 회원국들 중 우리나라보다 인구 천 명당 급성기 병상 수가 많은 국가는 오스트리아 독일, 일본 세 나라뿐이다.

하지만 급성기 병상 수의 증가는 의료비 증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병상증가 억제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OECD 자료에 의하면, 1990년부터 2008년까지 OECD 선진국들 중 인구 대비 급성기 병상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급성기 병상 수의 이러한 증가와 함께 우리나라 병원 노동자들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왔다. 그러나 급성기 병상 당 근무 인력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병원 노동자의 수보다 병상의 수가 더 빨리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병원 노동자의 노동 강도 증가로 이어지며, 병상의 증가와 함께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셋째, 병원 간의 경쟁 격화와 신경영제도의 확산은 병원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공급은 주로 민간부문에 의해 이루어지고, 우리나라의 민간의료부문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병원산업에 진출한 재벌들에 의해 이러한 경쟁은 '군비경쟁'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경영 기법의 도입은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가리지 않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무한경쟁의 보건의료체계 하에서 개별 의료기관들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생존전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신경영 기법 중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성과 및 능력 중심의 신인사제도인데, 이 과정에서 의사들에 대한 성과급 제공은 현행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과잉진료를 더욱 심화시키고 국민의료비 증가와 함께 환자 및 환자 보호자들에게 악영향을 준다.

이런 신경영 기법은 협력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병원 내부의 업무연계를 경쟁적 관계로 변화시킴으로써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또한, 필수 부서들을 외주용역화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이 해고되고 전반적인 고용의 불안정성이 증가하게 된다. 결국, 우리나라 병원 노동자들은 신경영 기법으로 인한 추가적인 스트레스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프레시안(여정민)
이러한 스트레스들은 병원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2006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전국 취업자 근로환경 조사에서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여 발표하였는데, 이 중에는 업무와 관련된 16가지 건강증상에 대한 호소율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취업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고 있는 증상은 근육통으로 전체 취업자의 18.1%가 여기에 해당하였다.

그런데 최근 이루어진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병원 노동자들 중 근육통 호소율은 간호사 62.1%, 간호사 이외의 병원 노동자는 55.9%에 달하였다. 또한, 병원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은 요통, 스트레스, 전신피로를 호소하였는데 비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들의 해당 증상 호소율은 평균 20%를 넘지 못하였다. 이 외에도 병원 노동자들의 불면증, 불안, 우울과 같은 정신적 증상에 대한 호소율도 전국 취업자 평균에 비하여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한데, 의학적으로 위장관 질환, 우울증, 불안증, 수면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교대근무를 반드시 제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대제 근무자들의 절반 이상은 위장관 질환 증상을 호소하고 있고 절반 정도는 불안, 수면장애를 호소하였으며, 불안증 호소율도 30%를 넘었다.

치료에 필요한 시설, 장비, 인력, 기술이 집합된 병원이라는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이러하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병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이들의 건강상태를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소진시킴으로써 안전사고의 발생률을 높이며, 서비스 제공 과정의 오류를 증가시키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의료서비스의 질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에서는 병원 인력 확충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내년부터는 강력하게 관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병원 인력의 확충은 병원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매우 핵심적인 대책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는 없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가는 노동자들이 지금도 많고, 그 중 간호사의 이직이 사회문제로 된 지는 오래되었다.

결국,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인력 확충은 불가능할 것이다. 병원 노동자들이 만족스럽게 자신의 전문가적 자율성을 발휘하고 환자에게 정성을 다해 병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병원 인력 확충에서 중요한 과제로 설정되어야 한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환자에게 제공되는 병원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국민건강 수준을 향상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