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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수능강의 사교육비 줄이는 데 별무효과"

실시후 오히려 사교육비 올라, 시청률도 급락

지난 4년간 사교육비가 계속 올라간 사실이 통계청 조사 결과 드러난 이후 교육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과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 EBS 수능강의가 교육부 주장만큼 사교육비 경감에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EBS 수능강의 시작 후 오히려 과외비 늘어**

지난 30일 한국교육행정학회 2004년 추계학술대회에서 손경애 서원대 교수가 <EBS수능강의에 대한 정책 평가>라는 연구를 발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연구는 서울 소재 8개 고교 3학년 학생 6백39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10일~16일 EBS수능강의에 대한 평가를 조사해 그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손경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EBS 수능강의가 애초 의도한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EBS 수능강의 실시 이전과 이후의 월 평균 과외비용을 조사한 결과 2004년 2~3월에 45만2천원이었던 것이 EBS 수능강의 실시 이후 4~5월에 44만6천원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1차 모의고사 직후인 6월에는 다시 45만4천원으로 오히려 EBS 수능강의 실시 이전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림 4>, <그림 5>

학생들의 호응도 얻지 못해서 EBS 수능강의 시행 초기 90%에 달하던 시청률도 강의 시작 2개월 만에 39.6%로 급격하게 떨어졌고, 학교에서 EBS 수능강의를 시청하는 학생들도 전체 학생들 중 극소수(4.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반수(52.1%) 학생들이 1차 모의고사에 EBS 수능강의가 '20% 미만' 또는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응답했다.

학생들은 또 EBS 수능강의의 시설 및 접속 상태, 강의내용, 방법, 강사, 교재 등 운영 전반에 걸쳐 '미흡(2.93)' 평가를 내렸다. 학생들은 6월 당시 EBS 수능강의에 대한 전망이나 호응도 각각 과반수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기존에 과외를 받고 있던 학생 3백44명의 76.1%가, 과외를 받지 않았던 학생의 11.7%가 '과외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EBS 수능강의가 기존의 과외를 대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림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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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수능강의, 사교육비 경감보다는 '교육복지' 구현에 더 기여"**

한편 연구는 EBS 수능강의가 교육부가 중요한 목적으로 내세웠던 사교육비 경감에 효과가 있기보다는 교육의 형평성 측면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EBS 수능강의가 지역적으로 소외돼 있는 학생에게 더 많은 교육기회를 줘 교육복지 구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학생들의 거주 지역 중 상대적으로 생활환경이 열등한 지역에서 EBS 수능강의의 시청률도 높았고, 그 지역의 과외비율도 10% 정도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생활환경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역의 경우 과외비율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생활 수준이 최하위 계층의 학생의 경우에는 EBS 수능강의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워 그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하위 계층의 경우에는 EBS 수능강의 실시 후 오히려 과외비가 4~8만원 늘어난 것으로 확인돼, EBS 수능강의가 오히려 최하위 계층에게는 가계 부담이 될 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EBS 수능강의, 사교육비 문제 해결책 아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교육부가 EBS 수능강의의 주요 정책 목표가 애초에 잘못됐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손경애 교수는 "이 연구는 EBS 수능강의가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특수 지역에 국한해 이뤄진 것이어서 이미 수능시험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며 "하지만 핵심 메시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수능시험 후 학생들의 실제 EBS 수능강의 반영 체감도를 아직 확인해보지는 못했다"며 "다만 지난 1차 모의고사 이후 학생 과반수가 EBS 수능강의가 시험에 반영이 안 됐다고 말한 것처럼 교육부나 EBS에서 주장하는 반영 비율과 학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교육부는 EBS 수능강의를 사교육비 경감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연구에서 지적했듯이 EBS 수능강의는 소외된 지역의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기회를 주는 데 더 효과가 있는 정책"이라며 "애초에 정부의 사교육비 문제 해결 방향이 잘못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생활수준 하위 계층 학생들에 대한 시설 지원을 강화하는 것과 강의의 내용과 방법 등을 차별화하는 것을 통해 EBS 수능강의를 공교육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자리매김 시켜야 한다"며 "EBS 수능강의로 사교육비를 절감시킬 수 있다는 식의 현재의 정책은 근본부터 재검토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순영 의원실, "2005학년도 시작 앞서 EBS 수능강의 전면 재검토해야"**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도 손경애 교수 논문에 대한 별도의 분석 자료를 통해 교육부의 EBS 수능강의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최순영 의원실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사회통계조사결과 4년 전에 비해 사교육비가 월 평균 10만원이 늘어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사교육비 문제는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며 "교육부는 EBS 수능강의를 확대하는 것만으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직시하고 진지한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순영 의원실은 "교육부는 두 차례의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EBS 수능강의의 수능시험 반영률이 높다는 점만 제시하면서 '효과가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며 "EBS 수능강의의 효과와 사교육비 문제와의 연관 관계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2005학년도 시작에 앞서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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