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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투자가 '김정태사태'에 집단대응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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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투자가 '김정태사태'에 집단대응 조짐

집단 컨퍼런스콜 갖고 정부비판, ING-캐피탈그룹 책임자 속속 방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30일 외국 굴지의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의 김정태 국민은행장 징계 방침에 강력히 불만을 제기하며, 일부는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고 전해 주목된다. 또한 캐피탈그룹, ING 등 국민은행 외국계 대주주 최고책임자들이 잇따라 방한할 예정이어서, 일각에서는 자칫 이번 사태가 한국에 대한 외국투자가들의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장하성 "수십개 외국계투자가들 분노"**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장하성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5일 금감원 발표 직후부터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가 몰리자 모 외국계 증권사에서 아예 컨퍼런스 콜(세계 각지에서 여러명이 동시에 참석하는 전화회의)을 하자고 제안, 27일 캐피털 그룹 등 수십개 외국계 투자자들과 합동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은행의 경우 캐피털 그룹 인터내셔널 5.99%를 비롯해 ING베어링 3.78%, 골드만삭스 1.14% 등 외국계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가 등 외국계 1만2천명이 전체 주식의 78%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장 교수는 "이들은 국민은행이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회계를 조작한 것이 아닌데 왜 문제가 되는지, 이같은 조치를 취한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왜 같은 문제가 있는 다른 은행에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했으며 막을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은 국민은행이 악의적으로 장부를 꾸민 것이 아니라 단순히 세금을 덜 내는 방식으로 회계를 작성한 것 뿐이고 투자자들이 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으며 국세청에 사전 문의까지 한 사안인데 제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따졌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해 절차나 내용이 매우 예외적이지만 뒤엎을 길은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고 전하고, "그러자 일부 투자자들은 금감원에 항의를 하거나 지분을 모아 행장 선임 주총에서 실력 행사를 하겠다는 의사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도 30일자 기사에서 컨퍼런스 콜 소식을 전하며, 외국 투자가들이 "정부가 문책을 통해 김행장의 연임을 막으려는 행동은 반외국인 정서의 산물로서 은행산업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또 "정부가 주주총회가 아닌, 정부의 압력으로 행장을 바꾸려는 것은 주주권익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국민은행의 회계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지속적인 간섭으로 이는 은행산업뿐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SK글로벌, LG카드 사태 등에서 김행장이 시장주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한 것을 정부가 비판해온 것을 감안할 때 정치적인 의도가 짙다"며 청와대와 정부에 공식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ING-캐피탈그룹 고위직 속속 방한**

이처럼 외국계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ING, 캐피탈그룹 등 국민은행 외국계 대주주들의 최고책임자들이 속속 방한할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국민은행 최대주주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ING베어링의 미셸 틸망 회장이 30일 저녁 방한할 예정이다. 틸망 회장의 방한은 ING가 국민은행 자회사인 KB생명의 지분 49%를 인수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예정돼 있었던 것이나, 김정태 행장 징계 방침이 정해진 후 ING가 정부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방한후 그의 행보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틸망 회장은 31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ING의 입장이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달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한국 증시에 외국계 가운데 가장 많은 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미국계 장기투자펀드인 캐피탈그룹도 오는 9월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투자전략회의 성격의 이사회(BOD)를 개최하기로 하고, 캐피탈그룹의 고위관계자를 비롯해 펀드매너저, 애널리스트 등 수십명이 대거 방한할 예정이다.

캐피탈그룹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국민은행 5.99%를 비롯해 삼성전자(5.8%), 현대자동차(5.6%), SK㈜(6.7%), 신한금융지주(15.3%), KT(7.1%), 삼성화재(7.4%) 등 31개사로 대부분 한국의 업종별 대표기업들이다. 대표적인 가치투자 장기펀드로 알려진 캐피탈그룹이 보유중인 투자지분은 해당기업의 오너와 계열사 등 경영권과 관련한 우호지분을 제외하면 단일주주로 최대주주의 위치에 올라있는 경우가 상당수로, 주가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어 평소 각 기업은 캐피탈그룹의 일거수일투족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50여개국에 4백조원을 투자하고 있는 국제투자업계의 최대 큰손인 캐피탈그룹은 앞서 장하성 교수와의 컨퍼런스 콜에서 정부의 김정태 행장 교체방침에 대해 강력반발한 것으로 알려져 캐피탈 고위직들이 방한할 경우 당연히 이 문제가 거론될 전망이다.

***김정태 "지금은 정부 마음대로 행장을 앉힐 수 있는 시대 아니다"**

이처럼 외국계 주주들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회계기준 문제제기와 관련, "미국에서는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 "한국에선 세무회계하고 재무회계가 다르니까 문제가 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김행장은 이어 "지금은 정부 마음대로 은행장을 앉힐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정부가 정말 그렇게 하겠는가. 시장과 주주들이 나름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최근 (세계 양대신용평가기관중 하나인) S&P가 '(회계처리를 둘러싼 최근 논란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덧붙였다.

김행장은 또 이번 정부 징계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진 LG카드 사태와 관련, "재벌이 경영을 하다가 잘못되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하는데 LG그룹은 '난 모르겠다'고 손을 놓았다. 그 상황에서 채권은행으로서 원칙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정부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김행장은 LG카드 사태 당시 구본무 회장 등 LG그룹이 책임을 져야 마땅하며, 시중은행들이 그 책임을 대신 분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정부방침에 강력 반발했었다.

김행장은 향후 대처방식과 관련, "아직 계획이 없다"면서도 "나는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다. 겪어보니 그게 이기는 길이다"라고 의미심장한 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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