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 군락지의 바다' 제주 연안에서 연산호의 조직이 파괴되며 녹아내리는 '주저 앉음 현상'이 대규모로 확인됐다. 정부가 제주 기후위기 영향 파악과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정밀 조사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26일 보도자료에서 제주 서귀포시 문섬과 범섬 일대를 수중조사한 결과, 해당 해역의 연산호들이 대거 주저 앉음 현상(slumping event)으로 훼손된 상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산호는 '부드러운 몸통을 가진 산호'로, 제주 연안 생태계를 대표하는 주요 생물종이다.
주저 앉음 현상을 겪은 산호초는 형체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윤상훈 파란 전문위원은 27일 통화에서 "쉽게 말해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리듯, 산호가 완전히 붕괴하는 것"이라며 "몸이 부풀어 오르다가 쪼그라들고, 축 늘어지고 뿌리가 썩어 문드러져 결국 붕괴하며, 부착돼 있던 바위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등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섬과 범섬 일대는 국가유산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제421호)이자,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천연기념물 제442호)이 형성된 대표적인 해양 보호 구역이다. 특히 밤수지맨드라미, 자색수지맨드라미, 흰수지맨드라미 등 제주 앞바다에 서식하는 주요 연산호류는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II급'으로 보호받는 법정 보호종이다.
파란은 문섬, 범섬의 연산호 대규모 군락지를 중심으로 총 5곳의 조사 대상지를 선정하고,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총 7일간 15회 수중 조사를 진행했다. 활동가 및 산호탐사대원 등 총 57명의 해양 시민과학자가 참여해 수중 탐사 및 촬영을 진행했다.
파란은 그 결과 "조사 지점 중 하나인 범섬의 꽃동산에선 면적 50% 이상에서 연산호들의 주저 앉음 현상이 발견됐다"며 "큰수지맨드라미는 기부(바위 등에 부착된 뿌리나 기둥의 아래 부분)가 갈색으로 변해 썩어 문드러지거나 축 늘어지고, 산호 군체가 아예 탈락해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불과 한 달 전(7월) 건강한 상태였던 밤수지맨드라미는 거의 전 개체가 주저 앉음 현상으로 늘어지거나 탈락했다"며 "분홍바다맨드라미는 바닥에 눌어붙어 녹아내리는 모습으로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파란은 범섬의 새끼섬 수중에서도 "미기록 연산호류의 집단 주저 앉음을 포착했다"며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가시수지맨드라미와 흰수지맨드라미의 주저 앉음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고수온 등의 이유로 산호가 하얗게 변하며 파괴되는 백화현상이 "수중 7~10미터에 있는 다량의 빛단풍돌산호에서 확인했다"고 전했다.
문섬 인근 해역 '만남의 광장'으로 알려진 연산호 대규모 군락지에서도 면적의 절반 이상에서 주저 앉음 현상이 관찰됐다. 파란은 "수심 10~25미터 전후, 만남의 광장 일대에서 조사 지점의 면적 50% 이상에서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분홍바다맨드라미, 자색수지맨드라미 등 다양한 연산호류의 기부가 썩어 문드러지거나, 눌어붙거나, 기부 부분이 탈락해 바위 구석마다 껴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주저 앉음 현상의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관련 연구 결과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는 지난 6월 학술지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뷰(Nature Scientific Reviews)>에 게재한 논문에서, 해양 고수온과 중국 양쯔강에서 유입되는 저염분수를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윤 위원은 "연산호 군락지의 주저 앉음 현상은 2024년 제주 앞바다에서 처음 보고됐고, 정부도 파악하고 있다"며 "그러나 제대로 된 대비도 하지 않고 모니터링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파란은 국가유산청과 해양수산부, 제주특별자치도 등 관계당국에 △제주 연안의 산호 이상 현상을 긴급히 조사할 것 △연구를 통해 산호 이상 현상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것 △민간 전문가 및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산호 이상 현상 특별 전담팀을 운영해 정밀 조사를 진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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