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 혼자 산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전현무 씨가 현재 살던 서울 집을 전세로 내놓고 경기도 김포로 이사할 생각이 있다고 공개했다. 그러자 <한국경제>가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을 기사화했다. "역시 서울에 있는 집은 파는 게 아니다." 그가 거주 중인 집은 강남구 삼성동의 아파트였다. <한국경제>는 이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똘똘한 한 채'가 얼마나 유리한 자산인지를 다시금 이야기한 것이다.
전현무, 김포 이사 고민에..."서울 집은 파는 거 아닙니다" [돈앤톡](25.08.22 한국경제)
"팔지 말고 물려주자" 미성년자 상속 올해 최고 찍었다[부동산360](25.08.22 헤럴드경제)
강남 3구 매수자 10명 중 7명 '갈아타기'...5개월 새 2배 급증 [국회 방청석](25.08.17 매일경제)
요즘은 강남 3구 아파트에 관한 보도에서 '증여'와 '갈아타기'라는 키워드가 눈에 띈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강남 3구의 아파트 증여 건수가 997호로 지난해(476호)의 2배 이상 늘었다. '똘똘한 한 채'는 매도하는 것보다 가족에게 증여하는 게 자산관리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라고 한다. 서울 아파트를 미성년자에게 상속한 건수도 지난 6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내 집을 마련한 1주택자도 '갈아탈' 기회를 노린다. 그래서 강남 3구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갈아타기'가 절반 이상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강남 3구 부동산 매수자 10명 중 7명은 기존 부동산 처분대금으로 매수자금을 마련했다(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 자료). 어느 정도 자산을 가지고 있는 1주택자가 강남으로 옮겨가는 이유는 강남 3구 아파트를 정점으로 모든 부동산이 서열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경우 '상급지'의 교육 환경이 좋다는 믿음이 퍼져 있다. 서열화는 강남 3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어느 도시에나 '핵심지'나 '상급지'로 통하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집 팔아 20억 벌어도 세금 8000만원...논란의 장특공제 [부동산 아토즈](25.08.16 파이낸셜뉴스)
같은 6억인데 세금은 왜…'똘똘한 한 채'의 기원(25.07.20 KBS)
147억 벌었다...세금은 '똘똘 1채' 12억 vs. '직장인' 60억(25.07.23 아사진미디어)
'똘똘한 한 채' 열풍과 관련해서 최근 <파이낸셜뉴스>의 기사 한 편이 화제가 되었다. 기사는 1주택자와 2주택자가 똑같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매각해 20억 원의 양도차익을 거뒀다고 가정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양도소득세를 계산했다.
기사에 따르면 1주택자는 15억 원에 산 주택을 35억 원에 매각했고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적용받는다. 필요경비가 약 1억 원이라고 가정할 때 양도세는 8129만 원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2주택자가 주택 매각으로 20억 원의 양도차익을 올렸다면 양도차익 전체가 과세 대상이 되고 장특공제는 20%만 적용된다. 최종 납부할 양도세는 무려 6억7783억 원. 다른 조건이 동일해도 고가 1주택이냐 중저가 2주택이냐에 따라 양도세 납부액의 차이가 엄청나다. 기사는 "1주택이라는 이유만으로 고가주택까지 적지 않은 혜택을 주는 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파이낸셜뉴스>의 계산에 하나를 덧붙여 보자. 똑같이 10년 동안, 똑같은 금액을 근로소득으로 벌었다면 어떻게 될까? 근로소득자가 10년 동안 총 20억 원(연평균 2억 원)을 벌었다고 가정하고 인적공제 3명(본인 포함)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약 1억6470만 원이고, 연금저축과 IRP를 최대로 납부한다고 가정해서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연간 근로소득세는 약 4498만 원(지방세 포함)이다. 주택자금이나 비과세 식대 등을 배제하고 단순화한 계산이긴 하지만, 10년간 누적 근로소득세는 약 4억4980만 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고가 1주택으로 양도차익을 올리는 경우가 가장 유리한 이유는 보유기간 및 거주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고율의 장특공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론상 양도소득은 오랜 기간 누적된 자본이득이 한꺼번에 실현되는 것으로, 명목소득 전액에 과세할 경우 세금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장특공제가 도입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2009년부터 1주택자가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할 때의 공제율을 최대 80%로 상향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장특공제에 거주 기준을 추가했다. 현재 2주택자는 주택을 15년 이상 보유할 경우 최대 30%까지만 장특공제를 받는다. 빌딩이나 상가, 토지 등의 일반 부동산도 10년에 20%, 15년에 30%를 각각 적용한다. 1주택자가 고가 아파트를 장기보유하다가 매각할 경우의 세금 혜택이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초고가 1주택을 양도하는 경우를 보자. 전용면적 245.2제곱미터인 압구정 현대 7차 아파트를 2006년 4월 약 17억6300만 원에 매입해 10년 이상 실거주한 뒤 2025년 6월 약 130억5000만 원에 매각했다. 양도차익은 약 112억8700만 원. 실거주 1주택에 대한 비과세와 장특공제 80%를 적용하면 이 사람이 납부할 양도세는 약 8억5535만 원으로 줄어든다. 세부담률은 7.57%밖에 안 된다(장석호 공인중개사가 직접 제공한 자료와 <아사진미디어> 기사에서 인용). '똘똘한 한 채' 현상으로 고가주택의 가격이 많이 올라 있는 상태에서 세부담률은 낮으니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게 된다. 매매차익에 대한 불로소득 환수라는 부동산 양도소득세의 본래 목적과도 많이 멀어져 있다.
세제는 물길과 같다는 말이 있다. 물이 물길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세율과 공제 혜택 등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돈이 흘러가는 방향이 잡힌다. 오늘날의 '똘똘한 한 채' 현상에는 수도권 집중과 저성장 등의 요인도 있지만, 고가 1주택에 지나치게 유리한 공제 제도라는 직접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이 작용한다. 오랫동안 보유하고 거주한 주택에 대해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을 공제하는 것은 겉보기에는 '실수요자 보호'라는 명분에 충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투자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1주택으로 생긴 소득에 대해서는 양도가액 12억 원까지는 세금이 단 한 푼도 없다. 만일 12억 원이 넘는 소득이 생기더라도 10년이 지나면 소득의 80%를 없는 것으로 인정해 준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는 1주택 수익률을 이길 만한 자산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어느 재테크 전문가의 명쾌한 설명이다.
어느 부동산 유튜브 채널에서는 "고가주택일수록 양도세를 덜 내는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마법"을 소개했다. "양도차익이 클수록 장특공을 더 많이 받고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라는 설명이 따라왔다. 고가주택일수록 양도세 혜택이 커진다는 것, 투자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리고 이것이 더 큰 불평등을 낳는다.
포털 사이트에서 간단한 키워드 검색만 해도 장특공제가 왜 '마법'인지를 금방 찾을 수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부동산 투자는 '똘똘한 한 채'가 답이다>라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클릭해 보니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왔다. "장특공제는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그리고 오래 머무를수록 절세 효과가 극대화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매우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됩니다."
지금 투자자들은 정확히 이런 논리대로 행동하고 있다. 다주택보다 유리하고 근로소득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내는 '똘똘한 한 채'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서울의 특정 지역에 몰린다. 6.27 대출규제 이후에도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률이 하락했을 뿐, 상승 자체가 멈춘 것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똘똘한 아파트'를 장만하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논리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똘똘한 한 채'에 해당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 너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서울 전체 가구의 절반인 무주택 가구는 첫 집을 장만할 때부터 이를 의식해야 한다. 1주택 가구도 불안에 시달리며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 위해 부지런히 돈을 모은다. 노동소득을 높이려는 노력도 하지만, 그 모든 게 부동산 자산을 획득하기 위한 끝없는 경쟁처럼 느껴진다. 일단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면 양도세 비과세나 장특공제 혜택을 받으며 자산을 축적한다.
안타깝게도 모두가 똘똘한 아파트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모두가 똘똘한 아파트를 가진다 해도 모두가 승자가 되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지나치게 쏠리지 않게 하고, 경쟁 압력을 낮춰서 어느 지역에 살든 마음 편히 미래를 설계하고 연애하고 결혼하게 해줘야 한다.
1주택 양도세 장특공제 혜택이 과도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험악한 댓글이 달린다. '1주택 시세차익 많이 났다고 비과세 안 해주고 양도세 물리면 어떻게 이사를 갈 수 있겠냐?'고 따진다. 그러나 세금 제도를 설계할 때 매매가격이 12억 원을 넘어가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전월세로 거주하면서 다음 계약 때 보증금 5% 인상도 버거워하는 청년층과 무주택자를 먼저 생각해야 할까? 만약 고가 1주택자가 양도세 혜택을 받아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똑같은 수준 혹은 더 나은 수준의 집으로 이사할 수 있어야 한다면, 전월세로 사는 청년과 무주택자도 10년 후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비슷한 집으로 이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전월세 가격이 오른 만큼 임차인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혜택은 현실에 없다.
'똘똘한 한 채'에 집중되고 있는 양도세 장특공제 혜택이 부동산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구윤철 부총리 등 이재명 정부의 핵심 인사들도 '똘똘한 한 채'를 가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자기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