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법무부 이주노동자 과잉 단속 논란…실상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법무부 이주노동자 과잉 단속 논란…실상은?

[시민건강논평] "미등록 이주민 줄이려면, 불평등한 권력관계부터 바꿔야"

최근 SNS에는 법무부 남성 직원이 여성 이주노동자의 목에 팔을 감아 끌고 가는 영상이 퍼졌고, '한국에는 인권이 없냐'는 등의 해외 반응이 이어졌다. 태국에서는 '한국여행금지'가 SNS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시태그가 되고, 태국 총리도 관련해서 언급을 하기도 했다. 국내 미등록 이주민 가운데 비율이 가장 높다는 이유로 신원과 상관없이 태국인들이 입국 거절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민을 줄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가는 미등록 이주민을 정말 줄이길 원할까? 아니, 우리 사회의 누가 미등록 이주민을 줄이기 원하는걸까?

자본은 미등록 이주민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값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노동력이니 당연하다. 미등록 이주민의 불안한 지위를 이용하면 다루기도 더 쉽다. 폭언, 폭행, 임금체불을 비롯한 불법 행위를 저질러도 노동자는 문제 제기조차 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좀 더 들어가면 이들을 통해 선주민 노동자들의 노동력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것이다. 그냥 노동력 가격을 낮추는 게 아니라, 이주민과 선주민 노동자 간 갈등을 유발하며 압도적인 권력을 가지고 노동자들을 길들일 수 있다.(☞관련 기사 : <경향신문> 11월 16일 자 '노조원 해고하고 외국인 채용···'건폭몰이' 이후 건설 현장에서 불붙는 노·노 갈등')

절박한 고용주들도 있다. 농촌은 인력난에 미등록 이주민이 없으면 아예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이다. 벌금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등록 이주민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단속 좀 그만하라 거리로 나선다(관련기사 : <한국농정> 3월 26일 자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단속에 성난 농심 "그럼 농사는 누가짓냐"')

이주민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자본가들도 미등록 이주민을 반길 이유가 있다. 이들이 생산하는 저렴한 제품을 통해 노동자들이 더 적은 금액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면, 임금을 억제하고 이윤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나 본 적도 없으면서 '불법체류자들 돌아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그들 역시 미등록 이주민 덕분에 소비할 수 있는 (저렴한) 제품과 농수산물을 포기할 각오(?)를 한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국가가 정말 미등록 이주민을 줄이기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노동자 비자 쿼터를 대폭 확대하려는 것 아닌가.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를 늘리겠다는 것이지, 불법체류자를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미등록 이주민을 양산하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조차 어렵고, 고용주는 이주노동자를 미등록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체류하고 싶어도 실패하거나 탈출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민을 정말로 줄이기 원한다면 이주민에게도 선주민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르게 표현하면, 지금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바꿔야 한다. 이주민을 취약한 곳에 위치시키고 현대판 노예처럼 부려 먹으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는 이상 미등록 이주민은 줄어들 수 없다. 그런 사회에서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은 그저 보여주기식밖에 되지 않는다. 미등록 이주민을 사회 문제로 규정하고, 불법체류자를 단속해서 몇 명을 잡았느니, 불법체류율이 얼마가 줄었느니 하는 의미 없는 숫자를 내세우면서 정부가 열심히 대응하고 있는 인상을 줄 뿐이다. 정작 중요한 미등록 이주민이 발생하는 구조와 메커니즘은 그대로 둔 채 말이다.

그러면서 가려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들이다. 선주민 노동자들에게도 가혹한 노동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자본의 탐욕. 비수도권의 온갖 자원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모든 문제들의 총체적 결과로서 나타나는 저출생. 이것들을 무마하기 위해 이주민을 도구화 하면, 그 효과를 높이려 할수록 이주민을 더욱 비인간화 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의 '지역소멸 위기 대응'하겠다며 기존의 이주노동자 기본권 침해에 더해 사업장 변경 지역마저 제한하는 게 그 예다.

따라서 현재 이 땅에서 진정으로 미등록 이주민을 줄인다는 것은 이런 것을 의미한다. 이주민을 저렴한 노동력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 고통을 이주민들에게 전가하지 않고, 정부가 고용과 노동, 지역불평등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 사람을 비인간화하면서까지 이윤율을 높이려는 자본의 탐욕을 억제하는 것. 우리들이 경제적 합리성에 잠식 당하지 않는 것 말이다. 우리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단속과 이주민 통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런 의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미등록 이주민이 줄어들기 바란다.

ⓒ시민건강연구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시민건강연구소

(사)시민건강연구소는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비영리독립연구기관입니다.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연구소가 발표하는 '시민건강논평'과 '서리풀 연구通'을 동시 게재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