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뚱한 잡담이 한명의 교사 '성추행'으로 둔갑시켜...유가족, 청와대 청원도
“전북교육청이 제 남편을 죽였자나요. 고인이 된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힘든 건가요?”
12일 전북 김제에서 만난 B 교사의 미망인 K(57)씨가 남편의 사진을 부둥켜 안고 울먹이며 이 같이 말했다.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은 미망인 K씨의 집 구석구석에는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서류들로 가득했다.
미망인 K씨는 “전북교육청 인권교육센터가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된 ‘성추행’을 다시 문제 삼으면서 남편이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며 “전북교육청이 학생들을 조사해보지도 않고 처음부터 고인을 성추행범으로 낙인 찍고 출근을 정지시키는 등 무리하게 조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치욕과 수치심으로 괴로워했다”고 주장했다.
B 교사는 2017년 3월부터 수업시간에 여학생 7명에게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수사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후 전북교육청이 감사에 들어가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김승환 교육감은 유족 등의 사과 요구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아 유족들의 분노는 깊어만 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미망인 K씨는 이 억울함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문재인 대통령님 제발 이 간절한 편지를 읽어주십시오’라는 청원을 올렸다.
K씨가 올린 편지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 6일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습니다. 단 한 명의 거짓말로 시작된 엉뚱한 잡담이 단 한 명의 교사에 의해 '성추행'으로 둔갑해 신고됐습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단 한 번의 변명의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단 한 곳의 사실 확인조사조차 받아본 적 없이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의 불성실하고 불합리한 실적올리기식의 강압조사에 단 하나뿐인 목숨을 던져 부당함과 억울함을 증거하고 희생됐습니다”고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까지(2018년 4월 12일 기준) 2만 5147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 익산서도 동료교사 원망하며 극단적 선택
또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1일 전북 익산의 한 사립여고 교사(53)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동료교사를 원망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김 교사가 몸에 지니고 있던 유서에는 동료교사 B씨의 실명과 함께 “○○○ 때문에 죽는다.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는 원망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 교사는 술·담배도 않고 학교·집·취미생활 정도만 알던 평범한 교사로 알려졌다.
학생인권을 강조하면서 교사들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인권은 고사하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자괴감과 수치심이 든다”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실제 교육부의 시‧도별 교권침해 자료를 보면 김승환 교육감 취임 1년 전인 2009년 24건이던 전북지역 교권침해 건수는 2015년 150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연도별로는 지난 2012년 217건, 2013년 141건, 2014년 111건, 2015년 150건, 2016년엔 89건이 발생했다.
교사들에게 폭언이나 욕설, 수업진행 방해, 폭행 등도 잦다. 부끄럽거나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신고하지 않은 건수도 많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교권침해는 2010년 김승환 교육감 당선 후 서둔 학생인권조례 제정에서 그 원인을 찾는 이가 많다.
학생의 개성과 자율성, 수업권 등 보장 받을 다양한 권리를 이 조례에 담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학생인권을 강조하면서 교사들의 교육적 지도와 개입을 차단하는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전북지역 교사들 '교사인권' 공개적으로 선언
이 같은 교권추락 현실을 반영한 듯 최근 전북지역 교사들도 목소리를 냈다. 지난 9일 전북지역 교사들이 교사인권을 표방하는 자리가 주목을 끌었다.
교사들이 ‘인권 존중 문화가 꽃피는 학교’를 제창하며 ‘교사인권’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것.
‘현직 교사들이 말하는 학교인권 실태와 그 대안 찾기’ 부제로 이날 토론회는 초등 교사들이 주축이 돼 구성한 ‘전북 교사인권 보장을 위한 모임’이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학생들로부터 폭언과 욕설을 듣는 등 인격적·물리적 갈등, 학교폭력 사안 발생시 교사가 겪는 어려움을 주로 호소했다.
이들은 ‘학생인권과 대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모든 학교 구성원의 인권이 존중받길 바랄 뿐”이라며 “학생인권에 대해 굳이 얘기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인권 제정에 힘을 보탰고, 교사들의 권리는 교사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심각한 교권추락에 대해 전북교총 등 교육단체와 전북교육감 예비후보들도 대책 마련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전북교총은 “학생인권과 교권강화를 통해 전북교육을 바로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덕 전북교총 회장은 “학생인권신장을 위해 일해야 할 전북인권교육센터가 사법경찰 흉내를 내며 조사권을 남용해 인권을 유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환영받고 지지받아야 할 학생인권 정책을 전북도교육청 스스로가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진 않았는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들의 학습권보장, 학생안전, 학생복지, 학생자치활동 여건마련 등은 교권이 바로 세웠을 때 바로 세워진다”며 “공정하고 정당한 교육적 차원의 교사활동이 제대로 보장받아야 학교폭력과 따돌림, 학생차별, 학생인권이 유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교총은 교권보호위원회 운영 및 소송비 전액지원, 법률지원 전문 변호사 지원 등을 통해 교권침해 사건에 강력대응 할 방침이다.
이미영 전북교육감 예비후보는 부안 S중학교 교사의 청와대 국민청원 진행과 관련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영 예비후보는 진상규명과 함께 관련자에 대한 문책, 기본권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확립돼야 유가족과 전북교육가족의 상처가 치유되고 학생과 교사가 하나가 되는 민주,인권교육의 전북교육현장으로 되살아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 예비후보는 전북교육청이 교권침해 중재지원단 운영 등 교권보호 계획과 관련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이 있다고 비판했다.
서거석 예비후보는 특히 “교권침해 중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전에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의 재정비”이라며 “교직원이 즐거우면 아이들이 즐거운 곳이 바로 학교인 만큼 교직원 모두 신바람 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황호진 전북교육감 예비후보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고, 이를 위해 교사의 수업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학교 내 학생인권위원회 운영과 학생 자치권 확대 ▲학생 자정기능을 강화 ▲교권침해자 상담기구를 통해 교권 확립 ▲개별 학교마다 설치된 교권보호위원회를 권역별 통합관리체계로 운영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재경 전북교육감 예비후보는 “교권은 학생 인권과 함께 존중 받아야 한다”며 “최근 전북에서 발생되는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발전한다”며 “교육계와 교사의 무기력감을 형성하고 나아가 교사의 자존감과 열정을 빼앗는 현상에 눈 감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광찬 전북교육감 예비후보는 교권지원센터의 설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 예비후보는 “학생 인권 존중 못지않게 교권 또한 존중돼야 한다”며 “하루속히 교권지원센터를 설립, 교권을 침해받은 교사들의 자존감 회복과 치유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교사들 사이 교권추락 자괴감 늘어
전북지역 학교에서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에 내몰려 ‘전북 교육은 청정교육 지역’이란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고 위상도 추락했다. 특히 중학교 교사 자살사건을 계기로 교사들 사이에서 교권추락에 대한 자괴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권침해 사례에 대응하기 위한 교권보호를 위한 방안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권침해 중재지원단 운영과 교원 소송비용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교권보호 및 교원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우며 실체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피해 유족들을 위한 진정한 사과도 없이 현장 수습만 뒤늦게 하는 형국이어서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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