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사드 장비 반입…북핵 해결해도 못 뺀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사드 장비 반입…북핵 해결해도 못 뺀다?

[정욱식 칼럼] 다시, 사드를 떠올린다

운명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4월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5월이나 6월초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 정상회담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사드는 어떻게 될까?

사드 임시배치가 완료되고 한중간의 봉합이 이뤄지면서 사드는 세간의 관심에서 급속히 멀어졌다. 하지만 '임시'와 '봉합'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드는 결코 끝난 문제가 아니다. 비단 이 시간에도 성주 소성리 사드 기지 앞을 감시하고 있는 주민과 2년 가까이 촛불을 들고 있는 성주 군민 및 김천 시민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이미 지난 2년간 사드 배치 강행으로 대한민국 전체는 혹독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에 따라 사드 문제의 '출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상황은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흔히 사드는 북핵이 초래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단순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북핵이 해결되면 사드는 철수될 수 있을까? 북핵 해결의 기준을 비핵화 합의로 잡을 것인가, 아니면 북핵 폐기 완료로 잡을 것인가, 아니면 이 중간 어딘가로 잡을 것인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란 핵 협상이 2013년 잠정 합의에 이어 2015년 최종적인 합의에 도달하면서 미국 주도의 유럽 미사일 방어체제(MD)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은 "유럽 MD는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러시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었다.

그러자 러시아는 이란 핵 합의를 근거로 유럽 MD의 철회를 요구했다.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양측의 전략적 갈등은 깊어졌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유럽 MD는 러시아의 위협 대처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었다.

애초부터 미국 주도의 MD는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했던 러시아의 반발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무적의 핵무기"를 운운하면서 강력한 대응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반도 사드 문제로 돌아와 보자.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대타협에 도달하면 사드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까? 예단키 어렵다. 일단 한미 양국은 북핵 위협을 이유로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 사드 철수를 할 것인가에 대해 합의·발표한 바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철수를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미국이 이에 동의할지는 미지수이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의 MD 정책은 가면을 벗고 있다. 이전 행정부들은 미국 주도의 MD가 중국 및 러시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MD의 명분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거명할 태세이다. 특히 이들 나라의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레이더와 같은 센서를 근접 배치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성주에 사드와 함께 배치된 X-밴드 레이더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5월 중으로 MD 검토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를 전후해 북미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 일정상으로 MD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거론하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전략적 엇박자'의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엇박자가 현실화된다면 강대국들 사이의 전략적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및 X-밴드 레이더가 자신을 겨냥한 것임이 분명해졌다며 철수를 요구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탄도미사일 문제가 남아 있다며 사드 철수 요구를 거부할 것이다. 북한도 이에 가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자칫 한국이 또다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드 '출구 전략'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이 “비핵화 합의가 나오면 사드 철수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점에 합의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도 있다. 사드 기지 공사가 진행될수록 이를 되돌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