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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5주년, 판문점에서 평화협정 서명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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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5주년, 판문점에서 평화협정 서명식을!

[정욱식 칼럼] 종전 선언은 평화협정에 담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남북·북미 정상회담)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속에는 "이번 회담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미 정상간의 종전 선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종전 선언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완의 숙원'으로 간주되어온 것도 이러한 분석을 낳고 있는 배경이다. 다만 정부가 실제로 종전 선언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종전 선언은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현실적인 타당성을 짚고 넘어가기 전에 '과거의 실패'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경로의존성은 또다시 실패를 낳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회의에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청와대

종전 선언이 해프닝으로 끝난 이유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여러 참모들은 "종전 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으로 이르는 로드맵"을 짜고 있었다. 종전 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결정적인 추동력을 부여하고 비핵화 완료 즈음에 평화협정 체결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결정적인 오류가 있었다. 미국의 입장에 대한 '오독'이 바로 그것이었다.

종전 선언이 처음 등장한 시점은 2006년 11월 18일 한미정상회담 때였다. 이 자리에서 조지 W. 부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국전쟁의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니 스노우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두고 "한국전쟁 종전 선언(declaration of the end of the Korean War)"이라고 명명했다. 그러자 국내 언론은 미국이 북한에 "종전선언"이라는 새로운 유인책을 제시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를 "부시의 하노이 선언"이라고 불렀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크게 주목했다. 종전 선언을 평화협정으로 가는 '사전 단계'로 상정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로드맵에 넣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합의가 나오면서 결실(?)을 맺는 듯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종전 선언 추진은 씁쓸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애초부터 미국은 종전 선언을 평화협정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 내에서조차 혼선이 거듭되었다. 종전 선언을 평화협정의 일부나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 시각과 평화협정의 사전 조치로 간주한 시각이 충돌한 것이다. 결국 정부 내의 혼선과 한미간의 이견은 극복되지 못하고 말았다.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을 제안한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고민과 취지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평화협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평화협정 협상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고 또한 미국이 비핵화 이후로 상정하고 있다. 그래서 비핵화에 추동력을 부여하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해 종전 선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씁쓸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종전 선언은 다시 추진할 만한 현실적 유용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과거의 실패를 복기해보면 여의치 않다. 하지만 외교 영역에서 정해진 문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남북한과 미국이 정상 수준에서 담판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문법을 뛰어넘은 파격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 선언 추진에는 대단히 신중해져야 한다.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한다'는 선언은 평화협정에 담는 게 상식적이다. 이걸 평화협정의 사전 단계로 선언하면 정전협정 및 평화협정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다만 남북, 북미,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정상회담 등에서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평화 협상 개시를 선언한다'는 합의는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평화협정 협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협상의 추동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이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이다.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식과 상호간의 불가침 약속, 그리고 주권 존중과 관계 정상화 의지, 한반도 비핵화(혹은 비핵지대) 등 원칙적이고 조속히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기본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내용들은 추후 협상을 통해 부속합의서나 추가의정서에 담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은 비핵화 수준 및 공약에 따라 올해 내에도 가능해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7월 27일경에 남북미중 정상들이 판문점에서 모여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서명식을 거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기본 평화협정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의 상당 부분은 남북기본합의서와 북미 공동코뮤니케, 그리고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등 이미 기존 합의들에 담겨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한반도 비핵화(혹은 비핵지대) 조항도 담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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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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