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미 항공전력 230대 총출동, 훈련인가 전쟁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미 항공전력 230대 총출동, 훈련인가 전쟁인가?

[정욱식 칼럼] 전쟁과 평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최근 미국이 북한을 상대하는 방식을 보면서 떠오른 단어가 있다. '작전계획 5030'이 바로 그것이다.

작계 5030은 2003년 5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주도로 고안된 것이었다. 이 작계의 핵심 요지는 북한을 잔뜩 약올려 군사력과 경제력을 소진시켜 북한 군부의 동요와 심지어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가령 RC-135 정찰기를 북한 영공에 근접비행시켜 "북한 전투기의 잦은 대응 출격을 유도함으로써 연료를 고갈시킨다"든지, 기습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해 "북한군을 지하벙커에 몰아넣어 식량과 물 등 비축물을 소진시키는" 방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사이버전 능력을 강화해 북한의 전산망 교란과 역정보 유포 등으로 북한 내부의 동요도 유발시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이 작계를 단독 보도한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2003년 7월 21일 자)에 따르면, 이 작계에 강력히 반대한 인물은 합참의장을 지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었다. 전쟁 위험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전쟁 결정권을 사실상 군부로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이후 작계 5030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를 보면, 당시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 검토되었던 작전 개념들이 하나 둘씩 실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5030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몇 가지 사례만 보면 이러한 분석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9월 23일 자정, 미군은 이례적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국제공역까지 날아가 무력시위를 벌였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편대와 이를 호위하는 F-15 전투기 편대, 그리고 미 해군 소속 전자전기 등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이례적으로 비행경로를 공개했다. 북한을 자극하기 위해 무력시위를 벌였는데, 북한이 몰랐다고 하니 친절하게(?) 이를 알려준 것이다.

뒤이어 미국은 11월 중순에 3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동해상의 한국작전구역(KTO)에 모두 진입시켜 한국 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국 항모 전단 3개가 동해에 몰려와 연합훈련을 한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12월 4∼8일에는 무려 군 항공기 230여 대를 투입해 대규모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훈련에는 미 공군·해군·해병대 등 약 1만2000명의 병력과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6대와 F-35A 3∼4대도 참가한다고 미 7공군은 밝혔다. F-22 6대와 F-35A가 한반도에 한꺼번에 전개되는 것 역시 처음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40억 달러에 달하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 북한을 상대로 한 사이버전 능력과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11월 16일 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시 사이버 공격을 통해 이를 좌절시키거나 전투기나 무인기를 북한 영공에 최대한 근접시켜 미사일 이륙 단계에 요격을 시도하는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미국이 이러한 작전을 현실화할 경우 북미 간의 우발적 무력 충돌 및 충돌 시 확전 위험은 확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1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과 모순되는 흐름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도 연합훈련에 참여하고 미국의 전략자산 순환배치 강화에 합의하는 등 한반도 위기관리와는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내달에 "김정은 참수 부대를 창설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한다.

한미동맹이 어떤 동기와 목표로 이처럼 근력을 과시하려고 하는지는 예단키 어렵다. 북한의 도발 억제와 핵 포기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최근 무력시위의 규모와 성격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경제력을 약화시키고 강력한 무력시위로 북한의 군사력도 소진시켜 보겠다는 계산도 있을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 최대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예정된 내년 2-3월에 군사훈련을 일시 중단하기 위한 사전조치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작계 5030을 강력히 반대했던 콜린 파월의 경고를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트럼프의 무력 과시가 이 작계의 개념과 목표를 원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파월의 경고는 오늘날 더더욱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는 작계 5030을 접하고는 이렇게 말했었다.

"전쟁과 평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위험천만한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